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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초월 새로운 문화코드 K팝 댄스

Los Angeles

2025.07.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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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북적이는 학원…우린 왜 배우나
K팝 통해 자연스레 관심
언어, 음식 분야 등 확대
한국 체험 커뮤니티 형성
K팝의 인기와 함께 K팝 댄스 배우기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K팝 댄스 학원인 '데뷔댄스디스트릭'의 앨리슨 로드리게스(앞줄 가운데) 강사와 수강생들. 김상진 기자

K팝의 인기와 함께 K팝 댄스 배우기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K팝 댄스 학원인 '데뷔댄스디스트릭'의 앨리슨 로드리게스(앞줄 가운데) 강사와 수강생들. 김상진 기자

LA가 K팝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가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개최하고, 전국 최대 K팝 축제인 ‘KCON LA 2025’ 개막일(8월 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LA에 한국의 'K코드'가 이식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K팝 댄스가 있다. 이는 단순한 춤 동작이 아니다. 열정적인 몸짓을 통해 문화, 언어, 음식 등 한국을 체화한다. LA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K팝 댄스 열풍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히스패닉계인 앨리슨 로드리게스는 LA 한인타운 내 K팝 댄스 학원인 ‘데뷔댄스디스트릭’의 강사다.
 
그는 NCT 127의 팬이다. 한국어로 ‘대박’, ‘최애’와 같은 표현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로드리게스는 K팝 댄스 학원을 두고 “이곳은 작은 한국”이라고 했다.
 
로드리게스는 “최애 아이돌이 자주 쓰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며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K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존댓말과 예절 문화까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데뷔댄스디스트릭을 비롯한 NK댄스, 럿츠댄스, 플레이타임 LA, 율로기아, 플로우모션댄스, LA댄스핏 등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LA 지역에만 총 7곳의 K팝 댄스 학원이 운영 중이다. 각 학원마다 평균 등록 수강생은 100여 명, 저녁마다 LA 한인타운 등 곳곳에서 수백 명이 K팝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오렌지카운티까지 합하면 사실상 K팝 댄스 학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K팝 댄스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등학생부터 40대까지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대부분 타인종 수강생들이다.
 
율로기아스튜디오의 정영은 운영 담당자는 “대략 2010년 후반, BTS가 인기를 얻고 나서부터 급격히 수요가 증가했다”며 “그때부터 LA에 K팝 댄스 학원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필리핀계인 리아 줄리안은 현재 럿츠댄스와 플로우모션댄스 학원의 강사다.
 
줄리안은 “K팝 행사가 많은 LA에서 자라다 보니 K팝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며 “학창 시절부터 나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수강료는 시간당 평균 20달러다. 보통 K팝 1곡의 안무를 완전히 익히려면 최소 4회 이상 댄스 수업을 수강한다. 노래 하나를 익히는 데 약 100달러 안팎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성격 개조, 친목 등 다양한 이유로 K팝 댄스를 배우는 사례도 있다.
 
데뷔댄스디스트릭에서 K팝 춤을 배우고 있는 스카이 티나피랄은 9살이다.
 
어머니 애니 컴피발은 “내향적이던 아이가 K팝 댄스를 배우면서 자신감과 활력을 얻었다”며 “사회성이나 성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럿츠댄스의 수강생 스테이시는 “K팝을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등록했다”며 “또래 친구들과 즐기는 K팝 댄스는 건강한 정신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웨스트 LA에 사는 오리사 다빌라의 경우 데뷔댄스디스트릭에서 K팝 댄스를 배우는 10대 자녀 덕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아이가 블랙핑크 로제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고 재미있어 하길래, 아이와 함께 H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김치볶음밥까지 해 먹었다”며 “영상 속 소주와 ‘아파트’ 술게임이 흥미로워 덩달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K팝 해외 매출은 2023년에 처음으로 1조 원(약 7억2500만 달러)을 돌파했다. 한국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8년 연속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1위로 K팝이 선정됐다. 그만큼 K팝에서 파생된 효과는 다방면에서 힘을 나타내고 있다.
 
K팝 댄스 학원은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NK댄스스튜디오는 대형 기획사의 신인개발팀과 연계해 재능 있는 수강생을 한국에 추천하고 있다.
 
이 학원의 니키 김 대표는 “SM, YG, HYBE 등 대형 기획사와 직접 연결돼 있는데 비주얼, 춤선, 자신감이 돋보이는 수강생을 추천하고 있다”며 “실제로 수강생 중 더보이즈의 에릭, 아이칠린의 주니와 재키가 데뷔해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K팝 댄스와 한국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사례도 있다. 율로기아스튜디오의 경우 K팝 섬머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율로기아스튜디오 아이리스 정 대표는 “2주 일정으로 한국에서 댄스 및 보컬 수업, 프로필 사진 촬영, 대형 기획사 견학, 서울 투어, 한국 역사 교육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K팝 댄스를 배우는 아이들이 자연스레 한국에도 관심을 갖다 보니 이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송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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