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 관세율 20% 육박…100년 만에 최고 수준 장난감·가전제품·가구·토마토 등 가격 급등세 일시적 vs 장기화, 향후 소비·금리 변화 달려
관세 폭탄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상승했다. 어바인 타깃 매장에서 장난감 쇼핑을 하고 있는 소비자들. 박낙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균 실효 관세율이 2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상승세를 보이며 관세의 부담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8월 1일부터 모두 시행될 경우 실효 관세율은 20.6%에 달하게 된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 관세법’ 당시보다 높은 수치로, 191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4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권에 기본 10% 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국가별 협상에 따라 최대 30%의 상호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높아진 관세는 최근 소비자 물가에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해 5월(2.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장난감(1.8%), 가전제품(1.9%), 가정용 가구(1%) 등 관세에 민감한 품목의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그동안 보유한 재고를 통해서 비용 증가를 흡수해 왔지만, 수입품 재고가 줄어들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소비 현장에서도 관세 인상에 따른 체감 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산 토마토다. 상무부는 지난 14일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해 17.09%의 관세를 즉시 부과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약 70%가 멕시코산 토마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소매가격이 최대 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 금융 경제학 교수는 “관세는 가격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상승 압력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국내 주거비용 상승은 둔화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점차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거비 상승률은 1월 0.4%에서 6월에는 0.2%로 둔화됐고, 새 차와 중고차 가격도 각각 0.3%, 0.7% 하락하며 물가 전체를 눌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손 교수는 “무역 장벽은 분명 비용 요인이지만, 고용 둔화와 같은 나머지 변수들이 물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인상은 이제 통계가 아닌 현실이 됐다. 장난감과 가전제품에서부터 토마토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은 일상 속에서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충격이 일시적인 파동에 그칠지,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달 간의 소비 흐름과 금리 변동 등에 달려있다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