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환경부 장관이 연방정부에 깨끗한 식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법안을 재상정하지 말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원주민들은 “무의미한 사과”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토드 맥카시 장관은 최근 온타리오 전역의 원주민 수석 및 대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제 성장과 규제의 확실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며, 식수 확보와 투자 유치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혼란을 야기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애니시나벡 원주민 연합의 린다 드바시지 수석대표는 이를 일축하며 “이건 단지 변명일 뿐”이라며 “장관은 여전히 연방정부에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사과는 진정성이 없고, 우리의 지성을 무시하는 모욕”이라며 즉각적인 해임을 촉구했다.
문제가 된 법안은 지난해 하반기 의회에 상정됐던 C-61 법안으로, 원주민 공동체에 깨끗한 식수 접근권과 수자원 보호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위원회 심의 도중 의회 해산으로 폐기됐지만, 올 가을 재상정될 예정이다.
앞서 맥카시 장관은 앨버타 환경부 장관과 함께 줄리 다브루신 연방 환경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법안이 개발 지연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드바시지 대표는 “법안 초안 작업에 직접 참여했기에, 이번 반대가 법안의 핵심 내용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 전역에는 37개 원주민 공동체에 장기적인 음용수 섭취를 위한 물 끓이기 권고가 내려져 있으며, 이 중 온타리오에는 26곳이 포함된다. 특히 북부의 네스칸타가 원주민 공동체는 30년 넘게 수돗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온타리오 133개 원주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온타리오 수석연합’과 북서부 49개 공동체를 대표하는 ‘니슈나베 아스키 네이션’도 맥카시 장관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 야당인 신민당 대표 마릿 스타일스는 “20~30대 여성 중 한 번도 수돗물을 마셔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막으려는 장관의 행동은 비열하고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맥카시 장관의 논란은 온타리오 주정부가 최근 ‘프로젝트 신속화 법안(Bill 5)’을 통과시키며 더욱 확대됐다. 이 법은 대형 프로젝트 추진 시 일부 주•지자체 법을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첫 적용 지역으로 ‘링 오브 파이어’ 광물지대가 지목됐다.
이에 대해 원주민 공동체들은 “주권을 침해하고 환경을 위협한다”며 퀸스파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도로 건설 예정지 인근에 캠프를 설치하며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맥카시 장관의 사과는 최근 몇 주 사이 원주민에 대한 두 번째 사과다. 앞서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는 “법안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걸하러 오지 말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드바시지 수석과 수십 명의 수석 대표단에게 공개 사과했다. 해당 사과는 받아들여졌지만, 이번 맥카시 장관 논란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