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지역 일부 한인 병원이 환자 편의 중심의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건강보험 가입자를 기피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주치의 제도인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플랜 환자들만 관리해도 수입이 충분한 데다, PPO의 경우 진료비 청구 시 보험사와 조율이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환자를 가려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PPO 건강보험에 가입한 이모씨는 “얼마 전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인데 진료 거부를 당했다”며 “안과 측은 더 이상 PPO 플랜을 취급하지 않으니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특히 65세 이상 시니어 메디캘·메디케어 환자를 선호하는 병원일수록 PPO 플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MO 플랜 시니어 환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돼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남가주 지역은 HMO 플랜이 대세가 된 분위기”라며 “HMO는 등록 환자 수에 따라 매달 정해진 진료비를 받지만, PPO 플랜 환자는 매번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해야 한다”며 HMO 플랜 환자 선호 이유를 설명했다.
HMO 플랜은 주치의를 거쳐야 전문의 진료가 가능하다.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사실상 주치의가 쥐고 있는 셈이다.
반면, PPO는 환자가 의사를 선택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수익만 생각하는 일부 병원 때문에 PPO 플랜 가입자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타운 P내과의 한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HMO와 PPO 환자를 다 받지만, 일부 병의원은 PPO 환자 진료 후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관련 비용)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환자 가려 받기’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박모씨는 최근 심한 복통으로 급히 LA 한인타운의 한 내과를 찾았지만 PPO 플랜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박씨는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있는 PPO 플랜인데도 방문 전 병원에 보험 취급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요즘은 HMO 플랜이 있어도 시니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료 접수가 안 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HMO 플랜 직장인 및 PPO 플랜 가입자를 받지 않는 K내과 측은 “환자가 너무 많아 65세 이상의 메디캘·메디케어 HMO 환자만 신규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모 내과 전문의는 “PPO 관련 보험 청구는 사실 병원 입장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다만 HMO 환자만 받아도 운영이 충분한 상황이다 보니 굳이 PPO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PO 플랜을 기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병원도 있다.
이성원 내과의 한 관계자는 “왜 PPO 플랜 가입자를 기피하는지 모르겠다”며 “PPO 환자는 오히려 선택지가 넓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준 내과 측도 “HMO나 PPO 플랜 가입자에 대해 구별을 두지 않고 모든 환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한인 의사들의 고령화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해 주목된다. 진료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보험료 청구가 까다롭거나 수익성이 낮은 환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