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 투어 가이드는 일행을 베를린의 한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자동차 30~40대를 세울 수 있는 크지 않은 곳이었다. 왜 이곳에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독일인 현지 가이드는 한참 머뭇거린 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가 히틀러 지하 벙커입니다. 2차 대전이 독일의 패망으로 끝나기 직전, 히틀러는 소련군이 베를린 외곽에서 곧 여기를 덮칠 것을 알았습니다. 히틀러는 벙커에서 삶을 같이했던 여인과 아이들을 먼저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불에 태워달라고 말했고 그를 신처럼 따랐던 부하들은 유언대로 가솔린으로 불을 질러 그와 선전상, 가족을 모두 태웠습니다. 나는 히틀러의 시신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가이드의 대답, 히틀러는 치아가 좋지 않아 구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의 암울한 관광은 이보다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 뉴욕 한인 언론에서 근무하던 시절, 신문사의 배려로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홀로코스트 뮤지엄으로 안내했다. (예루살렘인지 텔아비브였는지 오래돼서 분명치 않음) 컴컴한 홀,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를 썼다. 이곳에는 2차 대전 때 학살당한 수백만 명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야말로 암울한 관광이었다. 눈물이 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후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홀로코스트 뮤지엄을 찾았고 여행기를 써서 세기적인 비극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발칸 반도, 발틱 3개국, 독일, 이탈리아, 유럽에 홀로코스트 뮤지엄이 없는 곳이 드물다.
나는 먹고 마시면서 즐기는 여행보다 역사여행에 관심이 많다. 캄보디아 여행 때 내전으로 죽은 자의 유골을 쌓아 놓은 작은 뮤지엄을 보았다. 왜 동족끼리 그렇게 많은 사람을 무차별로 죽였을까.
가이드의 말, 저기 머리뼈를 보세요. 어떤 것은 흰색, 다른 머리는 약간 붉으스럼 하지요. 출산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개골 색깔이 다릅니다. 어린 학생들은 아무런 감동 없이그냥 지나치듯 듣고 있었다.
소설(생스빌의 그 언덕)을 쓰기 위해 레바논을 여행했다. 1970년대 이 나라는 내전으로 수십만 명이 학살당했다. 구덩이를 파고, 한 줄로 세워 사살한 후 흙으로 덮었다.
7월 7일 아침, 뉴욕타임스에 실린 가이아나 존스 집단 자살 기사를 읽었다. (가이아나는 남미 상단에 있는 작은 나라. 인도계가 다수이고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가나 공화국과 이름은 비슷하나 완전히 다르다) Jim Jones는 사교 집단을 만들어 인디애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겨 세력을 확장하다 당국에 쫓겨 가이아나 밀림으로 도망간다. 이 사교 집단에 가입하면 모든 재산을 헌납하고 무조건 교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마지막 운명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안 존스는 50년 전 1000명의 신도에게 사약을 나누어 주고 자신과 함께 집단 자살한다. 가이아나 관광 당국이 우선 소수를 초청해 어두운 역사 투어를 시작했다는 기사다.
이 스토리를 읽고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검은 관광’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이다. 왜 어두운 과거를 찾아야 하는가. 과거의 아픔을 알지 못하면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