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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우는 아이가 떡을 받는다

New York

2025.07.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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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Souls, one Path, 2025, monoprint, 6x8 inches.

two Souls, one Path, 2025, monoprint, 6x8 inches.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 가서 판화 작업하던 날, 작업실 문틈으로 작은 아이가 보였다.  
 
“아들~ 엄마 왔어. 얼굴 좀 보자.”
 
“엄마, 나이키(프렌치 불도그 이름) 산책시켜야 해요.”
 
“알았다. 그럼 좀 이따가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급하게 들어왔다.
 
“엄마 나이키 좀 데리고 있어요. 길에 버려진 TV를 가지러 가야 해요.”
 
아이는 몸통이 가늘고, 스크린이 커다란 TV를 끙끙거리며 들고 왔다.  
 
“엄마 나이키가 갑자기 멈추고 ‘너 이거 가져갈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봤더니 너무 멀쩡한 TV가 있는 거예요. 나이키는 쓸만한 물건이나 돈이 떨어져 있으면 나를 쳐다보고 ‘어때 이 물건 쓸 만하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너무 똑똑하고 사랑스러워요.”
 
TV를 틀었다. 소리도 화면도 좋다. 단지 화면 밑부분이 윗부분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 멀쩡한 것을 도로 내다 버리기가 아까운지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수리공을 부르겠단다.
 
“수리 비용으로 차라리 TV를 사겠다.”
 
“돈 안 들이고 고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이는 TV 만든 회사에 전화했다.  
 
“언제 어느 매점에서 구입했냐고 묻길래 맨해튼 14가 근처 폐점한 전자제품 매장 이름을 췄더니 수리공이 와서 공짜로 말짱하게 고쳐줬어요.”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니?”
 
“엄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말해보고 안되면 포기해야지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을 내가 미리 안 될 거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 돼요.”
 
“그래 옛말에 우는 아이가 떡을 받는다는 것과 같구나.”
 
공짜라선가! 소리도 잘 들리고, 화면도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강아지 나이키도 우리 식구를 닮아 공짜를 좋아하는 눈치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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