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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구겨진 하루 일과

New York

2025.07.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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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치의 노동을 마감하는 저녁노을이 지는  
 
골목길  
 
저마다 하루 치를 끝내고 오늘을 정리했지만
 
세탁소 안은 훤하게 불이 켜져 있다
 
세탁소 아저씨는 노동을 끝내고 돌아온 와이셔츠
 
앞에 정성껏 다리미를 대고 하루의 구겨진 인생을
 
펴주고 있다
 
심하게 구겨진 와이셔츠는 한번 들었다 놨다 하며
 
어디서부터 펴줄까 매서운 눈으로 제단을 하는  
 
모습은 마치 남의 인생을 펴주는 성자 같다
 
등 뒤로 깨끗하고 하얗게 매끈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는
 
선풍기 바람에 휘날리는데
 
등 굽은 아저씨의 짐은 누가 펴주나
 
열심히 살고 수고하고 고단한 하루의 구겨진 인생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당신을 활짝 펴주겠노라
 
아저씨는 잠시 기지개를 피듯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박도준 / 플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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