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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요양시설도 안전지대 아니다

Los Angeles

2025.08.03 21:30 2025.08.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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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 요양시설
대형 화재로 9명 사망
규제·감독 강화 목소리
지난달 매사추세츠주의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인 '게이브리얼 하우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9명이 숨지면서 요양시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화재는 1984년 이후 매사추세츠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였다. 게이브리얼 하우스는 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한 저가형 시설로 월 입주비는 1850~2400달러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고령자들은 연기가 가득한 복도에서 창문으로 몸을 내밀며 구조를 기다렸고 에어컨을 뜯고 탈출하기도 했다. 이 시설은 엘리베이터가 9개월간 고장 난 채 방치됐고 화재 당시 근무 직원이 단 2명이었던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 다수는 60~80대였으며 생존자들은 "문을 열자마자 연기가 밀려들어 숨도 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어시스티드 리빙은 요양원과 달리 연방 차원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은 기본적으로 주거형 돌봄 모델로 관리가 엄격하지 않다. 하지만 입주자들이 고령층으로 바뀌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모라 힐리 주지사는 곧바로 주 전역의 273개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에 나섰다. 모든 시설은 화재 대피 절차와 비상연락망, 안전 점검 결과 등을 30일 내 보고하도록 했고 모든 입주 공간에 비상 대피 안내문 게시도 의무화했다. 주 의회도 장기 요양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이번 참사는 가주에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가주는 2017년 소노마 카운티에서 발생한 텁스 파이어 당시 한 요양시설은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대피 계획이 충분치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일부 입주자는 가족이 직접 나서서 대피시켰다.
 
공영방송 KQED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가주도 안심할 수 없다. 가주 내 장기 요양시설 중 약 35%가 고위험 화재 지역에 있지만 일부 시설은 화재 대비 훈련이나 대피 시스템이 취약해 화재 발생 시 고립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어시시티드 리빙과 유사한 거주돌봄시설(RCFE)은 가주에 약 7600개나 있다. RCFE는 보건부가 아닌 사회서비스부(CDSS)가 관리하는 비의료 시설로 분류되어 안전과 소방 기준, 감독이 덜 엄격하다. 또 화재나 안전 사고가 발생해도 제재보다는 자문 위주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발생 시 요양시설은 고령층과 환자가 많아 대피나 응급 대응도 어렵다. 직원 중에는 응급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도 있어 훈련을 해도 효과가 의문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매사추세츠 참사 이후 전문가들은 요양시설 안전과 관리 체계를 지역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꼽는다. 고령 인구가 늘고 기후 위기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주도 시설 점검과 비상 대응 시스템 강화, 인력 확충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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