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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중세교회 잔인함 죄의식서 출발' 비판

Los Angeles

2025.08.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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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러셀과 아우구스티누스 '신국'
러셀, 아우그스티누스를
철학자로서 높게 평가
데카르트 실존론에 영향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를 짓지 않았다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죄 때문에 자손들도 모두 언젠가는 죽게 되는 운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의 은총으로 많은 사람이 영원한 죽음을 면했다고 한다. 그는 아담의 죄가 없었다면, 인간의 육체가 영적인 특징을 지닐 수도 있었는데, 죄로 말미암아 인간의 정신이 육체 속에 갇혀버렸다고 한다. 다분히 플라톤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그는 아담의 죄 탓에 우리는 벌 일부로서 우리를 지배하는 성욕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결혼생활에서 성교는 자손을 낳으려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아무 부담이 없어야 하는데도 성교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까닭은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죄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성욕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는 프로이트 사상과 맥락을 함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성욕 때문에 인간은 갈등하고 심해지면 신경증에 걸린다고 했다. 프로이트가 '신국'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우구스티누스의 분석은 정확했다는 것을 프로이트는 증명하고 있다.  
 
러셀에 따르면, '신국'에서 독창성이 돋보이는 중요한 사상은 들어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종말론은 유대교에 원래 있던 사상이고, 예정조화설과 선민사상은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으로 아우구스티누스가 바오로의 편지에 나타난 사상을 논리적으로 다듬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는 마르크스는 야훼를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메시아를 마르크스로, 선민을 노동자 계급으로, 교회를 공산당으로, 그리스도의 재림을 혁명으로, 지옥을 자본가 계급의 처벌로, 천년왕국을 공산사회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로 아무도 자기 힘만으로 죄를 피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신의 은총을 받아야만 인간은 유덕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그는 원죄 때문에 모두 영원한 천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므로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자들과 유아도 예외 없이 지옥에 떨어져 끝없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사악한 존재인 탓에 이러한 천벌을 두고 불평할 수도 없다고 그의 '고백록'에서 언급했다. 가령, 세례를 받은 사람 가운데 몇몇은 신의 은총으로 선택받아 천국으로 간다고 했다. 이들이 바로 '신국'에서 말하는 선택받은 자들이다.  
 
러셀은 중세 교회가 저지른 잔인하기 그지없는 행적의 원인은 대부분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음울한 보편적 죄의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암흑기 이전에 지성계를 대표하는 걸출한 인물들이 문명을 구하거나 야만족을 몰아내거나 행정권의 남용을 개혁하는 일은 제쳐두고, 당시의 고트족에 의하여 처녀성의 가치를 상실한 처녀에 대한 평가와 세례를 받지 못한 유아에게도 지옥행이라는 천벌을 설교하는 당시의 기독교는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러셀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자로서의 식견을 높게 평가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라는 주장도 미리 보여주었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독백'에서 이렇게 말한다. "알고 싶어 하는 너는 네가 누구인지 아느냐?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안다.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모른다. 너는 너 자신을 단 하나라고 느끼는가, 아니면 여럿이라고 느끼는가? 나는 모른다. 너는 네가 생각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당연히 알고 있다." 여기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실존론적 사상을 얻었을 것으로 러셀은 추측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생디의 '나는 걸을 수 있으므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한 출처의 해답도 들어 있다고 추측한다.
 
박검진

박검진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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