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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가을맞이 복달임을 기다리며

Los Angeles

2025.08.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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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수필가

이정아 수필가

7월 어느 날 단골식당에서 친구들 만나고 나오는데, 주차장으로 식당 사장님이 급히 따라나오신다. “내일 복날이니 이거 꼭 드세요. ”하며 포장 음식을 주신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전복을 넣은 삼계탕으로 그 식당의 시그니쳐 메뉴다. 다음날이 초복이었다.
 
미국 와서 살면서 언제가 복날인지 생각도 않고 살았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이곳에서는 딱히 절기에 맞춰 먹을 일도 없고 별식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아무 때나 보양식을 먹고 구별 없이 절기음식을 먹는 등 무감각한 식생활을 한다. 보통 신문기사나 TV뉴스를 통해 추석이나 설날, 보름 등을 한걸음 늦게 아는 형편이다.
 
지난 6월엔 그 식당에 함께 간 친구의 생일이었는데, 주문하지도 않은 특별 미역국을 주셔서 감동한 적이 있었다. 이번엔 복날의 보양식을 챙겨주시니 섬세한 서비스에 뭉클했다. 이러니 단골일 수밖에 없는 나의 최애식당이다. 식당 사장님 덕에 모르고 지냈던 복날에 대해 알아보았다.
 
3복 더위는 초복, 중복, 말복을 이르는 말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삼복(三伏)의 복(伏)은 엎드릴 복(伏) 자를 사용하며, 가을의 선선한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여름의 더운 기운에 굴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2025년 올해 초복, 중복, 말복은 각각 양력 기준 7월 20일, 7월 30일, 8월 9일이다.
 
초복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더위에 적응하는 시기이고, 중복은 초복보다 더 더운 시기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며, 말복은 더위가 서서히 가시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복과 말복 사이에 입추가 끼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더위에 지친 이들을 달래주려는 지혜로운 속임수인가.
 
한국은 복날답게 폭염으로 생고생하고 있고, 이곳 미국에도 일부 지방은 폭우로 복더위의 재앙을 겪은 곳이 많은데 다행히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큰 피해 없이 여름을 무사히 건너는 중이다.
 
중국 진(秦) 나라 때부터 시작된 삼복은, 복날에는 개장국과 삼계탕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복날 한적한 숲 속의 냇가로 가서 개를 잡아 개장국을 끓여 먹는 풍속을 복달임, 복놀이라 했다.  
 
조선시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개장(狗醬)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기가 허한 것을 보강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보양 풍습인 것이다.
 
40년 전 내가 이민 올 무렵만 해도 한국은 보신탕을 최고의 복날 보양식으로 여겼었다. 오랜 계도로 보신탕은 대한민국의 식탁에서 사라졌고, 미국에 사는 우리는 궁중의 보양식 수준으로 복달임을 하고 있다. 초복엔 전복삼계탕을 먹었고 중복엔 장어구이를 챙겨 먹었다. 말복엔 무엇으로 가을을 맞을까.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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