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잇따라 체포 및 구금되자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소셜미디어(SNS) 등에도 이민법과 관련한 논란들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비자(R-2)로 체류 중이던 고연수(20) 씨가 이민법원 출석 직후 체포됐고〈본지 8월 4일자 A-1면〉, 영주권자인 김태흥 씨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 심사 도중 구금〈본지 7월 30일자 A-1면〉되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변호사 사무실에는 신분 문제와 관련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본지는 이민법 전문인 조나단 박, 송정훈, 천관우 변호사 등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사안에 대한 법적 견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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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의 입국 거부는
조나단 박 변호사는 “하자가 없는 영주권자는 별도 심사 없이 입국하지만, 마약이나 심각한 형사 전력이 있는 경우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구금, 추방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주권자에 대한 입국 거부 또는 추방은 갑자기 생겨난 규정들은 아니다.
송정훈 변호사는 “원래 영주권자라도 이민법 위반 또는 형사 전력이 있으면 이민법에 따라 입국 심사 대상이 되며, 경우에 따라 입국 거부 또는 추방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집행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법 조항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도덕성 결여 범죄(CIMT·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에 해당하는 절도, 사기, 수표 위조, 매춘, 폭행 전력은 영주권자라도 추방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마약, 가정폭력, 복수의 유죄 판결처럼 중대한 범죄는 주법상 경범죄로 처리됐더라도, 연방법상 ‘가중 중범죄(Aggravated Felony)’에 해당되면 추방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입국 거부나 구금 기록은 향후 시민권 신청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송 변호사는 “시민권 신청, 영사 인터뷰 등 과거 구금 기록은 ‘올바른 도덕성 품성(Good Moral Character)’을 판단하는데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비자 재발급 시 심사 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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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전력은
‘단순 음주운전(Simple DUI)’은 현재로선 입국 거부나 추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단, 반복 또는 상습적일 경우 단순 음주운전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박 변호사는 “인명 피해를 초래하거나, 폭력성이 수반된 경우, 중범죄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추방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단순 음주운전이더라도 반복되거나, 면허 취소 상태에서 다시 적발되는 등 상습적이거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도덕성 결여 범죄(CIMT)’로 간주돼 심각한 이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 역시 “혈중 알코올 농도(BAC) 수치가 0.15 이상일 경우, 또는 미성년자 동승이나 재범 등의 경우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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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관련 기소 취하 기록은
마약 등 불법 약물 관련 기록은 단 1건이라도 입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마리화나 소지 기록만으로도 입국 거부 사유가 된다”며 “이민법상 유죄 판결(conviction)의 범위가 형사법보다 넓기 때문에, 기소유예나 유죄 인정 후 기소 취소 등의 기록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관우 변호사도 “기록 말소(expunged) 상태라해도 이민국 신원조회에는 여전히 기록이 남기 때문에, 완전히 문제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마약과 연결된 범죄로 체포 또는 기소 전력이 있다면 여행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국 심사 단계에서는 헌법상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천 변호사는 “입국 심사는 ‘국경 입국 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변호사의 접근권이 사실상 없다”며 “단, 구금이 확정되면 지속적으로 변호사를 요청해야 하고 이는 명백한 권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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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법원에서의 체포는
연방법상 체포 자체는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헌법상 권리 침해 또는 주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최근 일부 판례에서는 위법성 인정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해당 체포가 적법한지 여부는 개별 사안의 정당성, 장소, 목적, 영장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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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동반 비자(R-2) 신분으로, 비자를 변경해도 되나.
고연수 씨는 종교인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유학 비자로 신분을 변경하려 했다.
이에 대해 송정훈 변호사는 “R-2는 철저한 파생 신분이므로, 주신청자인 R-1의 체류 자격이 끝나면 R-2도 자동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개별적으로 체류 연장 승인을 받았다 해도, 유효성은 R-1 신분 유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이다.
천관우 변호사는 “R-2 비자 소지자가 대학을 다니는 것은 가능하지만, 21세가 넘기 전에 반드시 독립적인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고씨가 아직 21세 미만이고 R-2가 유효했다면 이는 구금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R-2가 만료됐고 체류신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 천 변호사는 “신분 유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경을 신청할 경우 불법체류로 간주돼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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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민권자의 입국 거부, 구금 사례가 증가하는데.
박 변호사에 따르면 과거 바이든 행정부때는 구제책이 없는 이민자라도 검사, 판사의 재량으로 추방재판이 기각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이러한 재량권 권한이 사라졌고, 이미 중단됐던 케이스조차도 다시 재개되는 추세다. 구제책이 없는 경우, 구금이나 추방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변호사는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던 사안으로도 입국 거부되는 사례가 분명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제로 체포·기소·유죄 판결 전력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문제없이 입국하고 있으므로, 불필요한 공포심은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