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여름 하늘 아래, 음악과 함성이 파도처럼 몰아치던 그랜트 파크. 올해 롤라팔루자 무대는 단지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이름이 음악, 음식, 감성으로 스며든 또 하나의 문화 현장이었다.
4일간 46만 명이 몰린 이 대형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음향과 조명으로 가득한 메인 스테이지가 아니었다. 무대 뒤편, 관객의 일상 속에 스며든 ‘한국’이야말로 진짜 한류의 얼굴이었다.
올해 롤라팔루자는 가장 많은 KPOP 아티스트가 참여한 해로 기록된 가운데 트와이스는 KPOP 걸그룹 최초로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자리에 올랐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데몬 헌터스’의 OST ‘Takedown’을 포함해 21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며, 드론쇼와 함께 현장을 압도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울려 퍼진 환호는 KPOP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 받고 있다고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정작 진짜 이야기는 무대 아래서 시작됐다. ‘Imagine your Korea’ 체험 부스에선 한국 전통 놀이를 처음 접한 외국인들이 딱지치기와 공기놀이에 빠져 웃음을 터뜨렸고, 이들이 받은 사은품은 전통 문양이 그려진 부채였다. 공연장 구석구석엔 이 부채를 들고 다니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단지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먹거리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Vibe Village 안에 마련된 한국 푸드 부스는 연일 긴 줄이 이어졌다. 김밥을 판매한 ‘PINK MU’, 한국 간식을 선보인 ‘강남 마켓(GANGNAM MARKET)’은 축제 기간 내내 문전성시였다. 특히 마지막 날 김밥이 조기 매진되자 일부 관객들은 “내년엔 더 많이 준비해달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던 음식이 축제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풍경은 한류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문화가 섞이고, 충돌하고, 스며드는 ‘살아 있는 현장’이었던 2025 롤라팔루자는 KPOP의 위상이 얼마나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어떻게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문화가 한 두 편의 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내년에도 KPOP 아티스트들은 롤라팔루자 무대에 설 것이다. 그러나 더 기대되는 건, 무대 밖에서 또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이, 한류가 관객의 삶에 다가설지에 대한 상상이다. 롤라팔루자는 끝났지만 한류의 무대는 이제 막 오프닝을 마친 상태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