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거친 고성이 오간 것은 미.우크라이나 관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는국가 간 외교 전략과 국가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시사한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보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향후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전략적 조건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적 가치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50%를 요구하고, 협정 관할권을 뉴욕 소재 법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협정안에 포함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부당한 요구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안보 보장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를 강화해야 하지만, 광물 협정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치 외교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젤렌스키가 말하는 가치 외교란 경제적 이익과 국가 주권을 우선하면서도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의미한다. 그는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핵심 산업과 경제적 주권을 미국의 과도한 개입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 무대에서 ‘을’의 입장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이를 관철하기 어려웠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우크라이나처럼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외교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그의 강경한 관세 정책, 주한미군 철수 시사, 한국의 대중 경제 협력 축소 요구 등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자강 안보를 실현해야 한다. 강한 국방력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 협력은 유지하되, 한국 자체의 방위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 무기 개발을 지속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간 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경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AI 및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다자 협력 체제를 활용해 무역 다변화를 추진하고, FTA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출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무역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실용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덕적 명분보다는 전략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유럽, 동남아, 남미 등과의 연대를 강화해 다자 외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미국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파행은 국가 이익과 외교 전략이 충돌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주체적인 외교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강한 안보와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을’의 자리는 피할 수 없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외교 무대 외교 전략 외교 무대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03.06. 18:30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연초부터 특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모국방문 프로그램과 카이 공연을 시작으로 매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본격적인 창간특집 섹션 발행에 맞춰 기획한 2개의 빅 이벤트를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하고자 준비 중이다. 한국 최고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LA POEM)’ 특별공연과 한인타운 도시 발전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기획한 ‘함께한 50년, 함께할 50년’ 전시회다. 두 행사 이후에도 이벤트들은 이어진다. 11월16일(토) LA한인타운 남가주새누리교회에서 열리는 ‘시니어 은퇴 박람회’와 12월 창간 50주년 마지막 이벤트로 한인 2세와 함께하는 ‘청춘여행 로드트립’을 준비하고 있다. ▶성악 어벤저스, 라포엠은 미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최고의 4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공연이 LA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라포엠은 10월12일 오후 6시 LA 다운타운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The United Theater on Broadway)’ 무대에 오른다. 라포엠은 프랑스어 보헤미안(La Boheme)과 영어로 시를 뜻하는 포엠(Poem)의 합성어다. 시와 같은 음악을 하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아티스트 (테너 유채훈, 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들은 모두 성악 전공자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음악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성악 어벤저스’다. 라포엠이 대중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JTBC 팬텀싱어 시즌 3’ 우승을 통해서였다. 이후 KBS ‘불후의 명곡’에서도 우승하는 등 한국 크로스로버 음악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5월 열린 특별 콘서트 ‘여름밤의 라라랜드 2’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탄탄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LA 공연 소식이 한국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100여 명의 열성 팬들이 이번 투어에 동행할 정도다. 한국 못지않게 미주에서도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간 LA에서는 트로트 또는 추억 속의 가수들의 공연이 주류를 이뤄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포엠 공연은 LA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소식이다. ▶공연장 자체가 예술 LA 다운타운의 중심가인 브로드웨이 거리에는 거리 명칭에서 느껴지듯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많은 극장들이 위치하고 있다. 1910~1930년 대에 브로드웨이 거리를 따라 3가를 시작으로 9가까지 총 12개의 극장이 문을 열면서 지금의 ‘LA 브로드웨이 극장지구’ 역사가 시작됐다. 특히 가장 남쪽인 9가에 위치한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에는 음악 및 미술적인 배경이 함께하는 예술 관광 명소다.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에 들어서면 192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확산된 아르데코 양식의 디자인으로 그 시대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 만큼 과거의 예술적 감각을 잘 간직한 명소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섬세한 복원작업을 거쳐 웅장한 파사드와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현대에 맞는 화려함을 더하였다. 이러한 특별함으로 레이디 가가, 존 레전드, 프린스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발자취가 거쳐간 곳이다. ▶뱅크시 벽화는 보너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공연장 길 건너에 위치한 건물벽에서 감상할 수 있다. 뱅크시는 소위 벽화(Mural Art) 작가이자 그래피티(Graffiti) 작가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는 특유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작품 제작을 위해 LA에 머물던 그는 다운타운의 한 건물벽에 ‘그네 타는 소녀(Swing Girl)’로 알려진 벽화를 그렸다. 건물은 1914년에 지어진 건물로 대규모 액세서리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부부가 400만 달러로 매입했고 개보수를 위해 18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건물의 가치는 3000만 달러를 호가하고 그중 벽화의 가치가 1000만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티켓 문의:(213)368-2611/이메일 ([email protected])함께할 50년:특별 이벤트 무대 성악 유나이티드 시어터 la한인타운 남가주새누리교회 모두 성악
2024.09.22. 16:41
미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념 ‘라포엠’ 공연이 열리는 ‘더 유나이티드 씨어터 온 브로드웨이(The United Theater on Broadway)’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포엠이 가진 섬세한 음악적 표현과 강렬한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들이 완벽한 무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장으로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가 낙점됐다. 이번 공연은 한국 크로스 음악의 선두주자로 깊은 하모니와 감성적인 무대를 이끄는 라포엠의 공연을 위해 최고의 음향 시스템에 총력을 기울였다.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는 음악과 미술이 공존하는 LA다운타운의 역사적인 명소다. LA다운타운 브로드웨이 극장 지구의 남쪽인 9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큰 극장들이 모여 형성된 ‘브로드웨이 극장지구’로 문화와 역사를 품고 있다. 1910~1930년대 브로드웨이 거리를 따라 3가를 시작으로 9가까지 총 12개의 극장이 문을 열면서 오늘날 LA 브로드웨이 극장지구의 역사가 시작됐다. 1979년 국가 사적지로 지정된 이 극장지구는 미국에서 가장 큰 대형 극장지구이자, 역사적인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는 1920년 파리를 중심으로 확산한 아르테코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축미에 1920년대 파리의 예술적 감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극장 내부로 들어서면 과거의 예술적 분위기를 품은 채 현대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특별함은 단순히 건축에만 그치지 않는다. 극장 길 건너 위치한 건물 벽에서 영국의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그린 벽화 ‘그네 타는 소녀’도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을 그린 뱅크시는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작가로 벽화나 그래피티 분야에서 유명하다. 그는 특유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영국 거리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인상적인 그림을 남기며 철저히 신분을 숨겨 벽화가 특별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약 600만에서 현재 3000만 달러 이상 올랐고 벽화만 1000만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라포엠 데뷔 후 첫 해외투어인 이번 공연은 워싱턴 DC를 시작으로 댈러스를 거쳐 10월 12일 오후 6시 LA에서 무대의 막이 오른다. 미주중앙일보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최신 트렌드인 크로스오버 음악을 현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최저 티켓 가격은 60달러로 책정됐다. ▶문의: [email protected], (213)368-2556 이은영·정윤재 기자더 유나이티드 시어터는 무대 공간 브로드웨이 극장지구 la다운타운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거리
2024.09.15. 19:39
한국에서 제작하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이 미국 무대에서 선보여질 예정이다.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에 따르면 내달 6일 오후 7시 USC 빙 시어터(Bing Theatre)에서 '프리다 : 더 라스트 나잇 쇼'(이하 프리다) 뮤지컬 공연이 개최된다. USC 예술 및 인문학 프로그램인 'USC 비전 앤 보이스'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LA한국문화원과 USC 스쿨 오브 드라마틱 아트가 공동 주최한다. 프리다는 한국 유명 뮤지컬 제작사인 EMK(대표 엄홍현)가 제작했다. 멕시코의 유명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4명의 여배우가 액자 형식으로 풀어내는 쇼 뮤지컬이다. 프리다는 지난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또 제7회 뮤지컬어워즈에서 7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미국 공연에는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프리다 칼로 역에는 배우 김소향을 비롯해 전수미, 박선영, 박시인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공연 이후에는 작품의 추정화 연출가, 김지원 프로듀서, 김소향 배우와 USC 교수진이 참여하는 패널 토크가 진행될 계획이다. 다문화 표현의 윤리와 초국가적 창의성을 주제로 패널과 관객들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정상원 문화원장은 "이번 공연이 K-뮤지컬의 저력을 알릴 중요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티켓 예매는 오늘(30일)부터 USC 비전 앤 보이스 홈페이지(www.visionandvoices.usc.edu)에서 가능하며, KCCLA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무료로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좌석은 선착순으로 마감되며, 공연은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티켓은 공연 5분 전까지 티켓 부스에서 수령해야 한다. 김경준 기자뮤지컬 무대 뮤지컬 공연 창작 뮤지컬 한국 배우들
2024.08.29. 17:10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적인 연주회장에서 좋아하는 연주자의 무대를 보는 게 소원일 거다. 실제로 여행 삼아 그렇게 무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행 중에 만난 무대는 어쩐지 좀 더 설레고 추억이 된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간 유럽 여행 중 이탈리아에서 본 오페라 무대를 잊을 수 없다. 사실 뭘 봤는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심지어 이탈리아어 프로그램은 뭔 소린지 통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순수하게 음악을 듣던 시절의 감동이다. 스무살 어린 학생은 나름대로 공부도 더 하고 여러 연주회를 접하는 경험이 많아졌다. 중년이 된 지금은 오만하게 연주를 평가하기도 하고 극장의 음향 등에 대해 아는 체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유명 연주자나 극장이 주는 명성에 위축되어 오히려 긴장하고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감상한다. 긴장하고 집중해서 감상한다는 말은 정말 우습다. 그래서 노련한 거장들은 청중에게 긴장하지 마, 편하게 들어, 내가 널 위해 연주하는 거야, 네가 날 위해 들어주는 게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듯이 듣는 이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자유롭게 공감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연주자와 뜻이 통했을 때 청중은 감동한다. 이렇게 연주자 못지않게 청중도 감상의 요령이 필요하다. 세련된 청중이 되기 위해서는 연주회에 자주 가는 게 지름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딜 가나 연주회장을 찾아가면 된다. 유명 극장뿐만이 아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연주를 보러 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몰랐던 연주자를 만나고 새로운 연주에 감동하고 즐거울 수 있다. 한국 방문 중 책가옥에서 열린 연주회에 갔다. 책가옥은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씨와 피아니스트 이영희씨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남다른 고급 취향의 커피의 향과 맛도 좋지만 가끔 이곳 무대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이미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유명하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밴드 연주도 한다. 좌석이 많지도 않아서 한국 방문 때마다 기회를 노렸지만, 예약이 쉽지 않았다. 드디어 운 좋게 피아니스트 이영희씨와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대와 USC에서 수학한 이영희씨는 이미 반주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는 미취학 아동일 때도 원숙한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을 받았을 만큼 바이올리니스트 고 김남윤의 수제자로 성장했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피아니스트 이영희씨는 노련한 진행으로 곡에 관련한 해석과 에피소드 등으로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악장을 마칠 때마다 박수 치고 싶은 충동이 컸으나 매너 지키는 관객들 덕에 마음으로만 환호성 지르며 감상하려니 가슴이 터질 듯했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 중 찾은 연주회, 작은 무대이기에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연주회에서 만난 연주 장인들의 미처 몰랐던 보석 같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마치 마드리드의 어느 골목의 이름 모를 작은 갤러리에서 내 맘에 쏙 드는 그림을 발견한 그런 기분이었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YASMA7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여행 무대 가나 연주회장 오페라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
2024.03.03. 18:00
한국채색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샌디에이고미술관(SDMA) 앞이 이번에는 K팝 댄스의 축제무대로 변신했다. 지난 3일 SDMA에서는 현재 이곳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채색화전 '생의 찬미' 를 기념하는 일환 이벤트로 K팝 댄스, K-아트, 로컬 한인 아티스트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발보아 파크를 찾은 수많은 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이번 행사를 지원한 LA한국문화원의 정상원 원장은 "이번 전시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하에 LA한국문화원과 SDMA, 국립현대미술관이 협업해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미술의 우수성과 매력을 널리 알리는 취지에서 작년 10월부터 열리고 있다. 전시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의 더욱 다양한 모습을 만인에게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수천 명의 관객들이 K팝 댄스 공연을 즐겼고 발보아 파크 내 '한국의 집'이 마련한 문화 체험부스, 박용미 동양화가의 부스 등을 둘러봤다. SDMA측도 미술관을 무료개방해 한국 미술 관람을 독려했다. 3월 3일까지 지속되는 이 특별전에서는 19세기 초~ 20세기 초의 전통회화 부터 현대 작품까지 회화, 판화, 영상, 설치 등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지난해 뉴욕타임즈는 이 특별전을 '눈여겨 볼만한 전시회'로 소개하기도 했다. 글·사진=서정원 기자미술관 무대 sd미술관 k팝 한국채색화 특별전 가운데 한국문화
2024.02.09. 20:24
보통 한인 연주자의 무대를 찾아가면 객석 역시 한인들로 차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직도 프로그램 보다는 연주자의 인지도에 의존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얘기했듯이 매스컴에 화제 인물로 떠오르면 음악을 알든 모르든 유명한 사람 구경하러 오는데, 마치 얼마나 잘하나 확인하러 오는 듯한 사람들은 많지만, 팬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교적 적다. 그래서인지 한국 내 공연 문화가 활발한 데 비해 일명 주류 연주회의 객석에서는 한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비올리니스트 용재 오닐이 수석 주자로 있던 권위있는 연주기획단체인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 정기 연주회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이 협연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갔다. 이 무대에 김유은이 서게 된 것은 팬이자 같은 한인으로서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d 단조는 유명해서 오히려 부담갈 수 있는 곡이지만, 이미 한인보다 주류 사회 팬을 더 많이 확보한 연주자답게 김유은은 진지한 해석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번 연주는 음악감독인 아드리안 스펜서가 그녀의 연주회에 몰래 가서 무대를 직접 확인한 후 초청하여 성사되었다고 한다. 스펜서 감독은 바흐 카메라타(Bach Camerata)에서 1994년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로, 무척 동료애가 느껴지는 이름으로 개명한 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탐구적 무대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음악가의 개성은 청중의 개성과 일치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편견을 깨는 무대를 선보이는 데 앞장 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꾸며진 대표적 무대에서 또 한 명의 한인 연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퍼쿠셔니스트이자 마림바 연주자인 정지혜는 유니크한 퍼포먼스에 이어 생소하지만, 충격적일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무대 설치도 보통의 클래식 연주회와 다르게 꾸며져 퍼포먼스를 보기 전까진 모두 그 이유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긴 역사에 비해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독주곡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마림바의 연주는 그렇게 무대 장치부터 특이하고 신선했다. 김유은과 정지혜 모두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등 명문 코스를 밟은 후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이렇게 연주는 물론 퍼포먼스까지, 미국 주요 공연 무대에서 보여주는 한인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어디를 가도 보이는 한인 예술가들의 활약은 감동적이다. 자, 이제 우리 청중의 차례이다. 인지도에 따라 다니고 무료 입장료에 기꺼이 가는 그런 청중은 필요 없다. 무대와 객석은 서로 소통이 될 때 감동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의 개성이 청중의 개성과 일치한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이다. 클래식 음악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금의 연주자들이 수백 년 전의 음악이라고 해서 수백 년 전 사람들과 똑같이 연주하는 게 아니다. 인류가 발전하고 생각이 변화하듯이 연주자들 또한 발전하고 지금 청중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개성을 창출한다. 이러한 무대에 우리 한인 예술가들이 주류로 오른 만큼 우리 한인 청중들도 주류가 되는 날, 무대와 객석의 소통이 감동을 더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무대 객석 한인 연주자 탐구적 무대 무대 장치
2024.02.04. 18:40
LA가 활동의 본무대이지만 샌디에이고의 K팝 팬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한인 가수가 있다. '애즈라(AZRA)'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클라라 리(한국명 이현주)씨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범아시아계 이벤트에는 빼놓지 않고 단골로 초청된다. 지난해 가을 파드레즈 구장에서 열린 '한인 커뮤니티의 날' 공연과 지난 2월 설날 행사에도 초청돼 무대를 뜨겁게 달궜고 오는 5월 예정돼 있는 '아시안 문화의 달' 행사의 출연도 현재 주최 측과 조율중에 있다. 애즈라씨는 자신의 활동 장르를 '서브스턴스 팝 아티스트(Substance Pop Artist)'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속이 꽉 찬 견고한 음악을 하는 가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팬들에게 힘을 주는 단단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 덕분에 가수로서 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멘토로서도 종종 초청받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애즈라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와 춤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9세 때 북가주로 이민온 뒤에는 노래로 영어를 배웠고 K팝 걸그룹을 직접 결성해 놀면서 친구도 어렵지 않게 사귀었다. 이렇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작사.작곡도 곧잘 했지만 감히 직업 가수가 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보스턴에서 대학에 다니던 중 갑자기 녹내장을 앓게 돼 오른쪽 눈이 실명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다행스럽게 시력은 되찾았지만 치료 과정은 우울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시련을 통해 중요한 것을 얻을 수가 있었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과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사는 것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쳐보일 수 있는 나만의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그 무대를 빛낼 멋진 쇼를 만들어 보자고 각오를 다지게 됐죠." 대학 졸업 후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영감을 주는 스피커로, 모델로, 댄서로, 그리고 'The Cupcake Theory'라는 자기계발서를 펴낸 저자로서 청중과 독자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마음껏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애즈라씨는 그 메시지를 가장 강력히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됐다. 오랫동안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가장 자기다워질 수 있는 일을 통해 자기만의 무대에서 멋진 쇼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애즈라씨는 지금까지 20여 곡의 싱글을 발표했는데 2021년에 낸 'Dimension'은 인디 디지털 음반 차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 3월 초에 나온 앨범 'ALL OUT'이 로컬 라디오 음악 방송과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해 한창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 이 노래 역시 파워풀한 리듬과 함께 자기애, 신념,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는 가사가 눈에 띈다. 애즈라씨의 모든 노래들은 공식 웹사이트(azraofficial.com)에서 들어 볼 수 있다. 서정원 기자무대 노래 본무대이지만 샌디에이고 한인 가수 직업 가수
2023.04.0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