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로터리 설치 지연이 9세 사망사고 불렀다
Los Angeles
2025.08.07 22:00
2025.08.08 10:52
경사로 등 사고 위험 구간
주민의회 10년 전부터 주장
예산까지 확보 후 흐지부지
최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LA한인타운 4가와 뉴햄프셔 애비뉴 코너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인형이 놓여 있다. 해당 교차로는 10년 넘게 로터리 설치가 지연됐다. 김상진 기자
LA한인타운 내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4가와 뉴햄프셔 애비뉴의 로터리(원형 교차로) 설치 프로젝트가 10년 넘게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한인 사회 등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이 프로젝트는 최근 이 지역에서 히스패닉계 소년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LA 시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주민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가와 뉴햄프셔 애비뉴의 보행자 안전 정책의 일환으로 미니 로터리 설치 제안서가 주민의회 측에 제출됐다.
주민의회 측 한 관계자는 “당시 지역 사회에서 해당 지점에 대한 민원이 많아 온라인 설문조사도 실시됐고, 결국 로터리 예상도까지 나왔었다”며 “당시 김영옥 중학교에서 주민 공청회도 열렸었다”고 말했다.
LA교통국(LADOT)은 이를 위해 LA 카운티에 자전거 친화 거리 프로젝트(BFSB)의 일환으로 총 52만 달러를 요청했고, 이 중 13만 달러를 LA 시로부터 지원받는 방식을 통해 로터리 설치를 추진했었다.
이후 LA시는 지난 2019년 4가와 뉴햄프셔 애비뉴에 차량 운행 테스트를 위해 볏짚으로 만든 구조물로 임시 로터리를 설치하기도 했었다.
문제는 그 이후 아무런 설계나 공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흐지부지 사라진 로터리 프로젝트는 지난달 31일 이 지점에서 9살짜리 소년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4가 인근에 사는 윤주형(43) 씨는 “이 교차로는 약간의 경사도 있어서 평소 차량들이 감속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했다”며 “지난주 사고 이후 동네 주민들이 로터리 설치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시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질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ABC7 뉴스도 이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금까지 확보했는데 로터리 설치가 지연되다가 결국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5일 보도했다. 현재 해당 지점에는 LA시의 늑장 행정으로 동네 주민들과 시민단체인 ‘크로스워크 컬렉티브 LA’가 횡단보도를 그려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헤더 허트 LA 시의원(10지구)은 성명을 통해 “해당 지역에 로터리 설치 자금이 전액 확보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현재 엔지니어링 부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LADOT측은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다시 지역 사회의 의견을 수렴했고, 현재 설치를 위한 계약 입찰 절차가 시작돼 내년쯤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로터리는 도로 중앙에 원형 화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회전 교차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차량 통행 우선권에 차이가 있다. 로터리는 회전 차로 내에 정지선이 있기 때문에 이미 도로에 진입한 차량이 정지선에 반드시 멈춘 뒤 재출발해야 한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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