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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에 가까이…'가톨릭 우드스탁' 100만명

Los Angeles

2025.08.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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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행사 '세계 청년의 날' 교황 미사 집전
9월 첫 디지털 세대 시성, 신세대 선교 강화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 청년의 날 행사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미사에 앞서 교황 전용 차량을 타고 순례자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 청년의 날 행사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미사에 앞서 교황 전용 차량을 타고 순례자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교황청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로마 외곽에서 열린 세계 청년의 날은 '가톨릭 우드스탁'이라 불릴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수녀들은 콩가 춤을 추고 십대들은 봉고 드럼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교황 레오 14세는 2일 저녁 헬리콥터로 현장에 도착하자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교황은 오픈 전용차를 타고 군중 속을 지나 무대 위 제단까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 십자가를 들었다. 교황은 젊은 신자들이 던진 질문에 스패니시와 이탈리아어, 영어로 답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박수갈채 속에서 교황은 "여러분이 기쁨과 용기를 가지고 신앙을 굳건히 지키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3일에는 로마 외곽 토르 베르가타 광장에서 열린 야외 미사에 100만 명이 넘는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많은 청년 신자들은 교황의 도착 시간인 오전 5시 45분에 맞추기 위해 밤을 새웠다.  
 
청년들은 다양한 티셔츠를 입고 각국의 국기를 흔들며 "비바 일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고 교황은 가톨릭 청년들의 열정을 북돋기 위해 마련된 특별 주간 행사의 마지막 미사를 집전했다.
 
취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의 행사에서 교황은 설교에서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여러분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여러분의 열정과 신앙의 증언을 전파하라"며 신앙 전파를 당부했다. 미사 말미에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청년들에게 더 나은 세상 건설을 위해 나설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우리는 가자의 청년들과 함께하고, 우크라이나의 청년들과 함께한다"며 "여러분은 형제애와 우정의 세계, 무기가 아닌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는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14억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한 가톨릭교회는 최근 신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유럽에서는 신앙 참여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번 행사에서 바티칸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개막 미사와 키르쿠스 막시무스에 설치된 고해성사실과 함께 콘서트와 세미나, 교회와 대성당에서의 기도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젊은 신자와 교류하기 위해 애썼다.
 
세계 청년의 날은 2~3년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2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가톨릭 희년과 겹쳐 열렸으며 온라인으로 신앙을 전파하는 70개국 출신의 젊은 가톨릭 신자 수백 명이 모여 행사의 막을 열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가톨릭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인식하는 바티칸의 노력이 반영됐다.
 
이탈리아의 유명 틱톡 인플루언서인 니콜라 캄포는 "교회가 새로운 형태의 복음 전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한 것은 옳았다"고 말했다. 캄포는 이틀간 열린 '디지털 선교사와 가톨릭 인플루언서 희년'에 참석하는가 하면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만났다.
 
세계 청년의 날은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의 진정한 신앙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1985년에 시작했다. 1995년 마닐라 행사에는 약 400만 명의 젊은이가 참여해 지금까지 최대 참가자 기록으로 남아있다. 2000년 로마 행사에는 200만 명이 몰렸고 올해는 100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수가 감소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대학과 싱크탱크, 연구 센터들에 따르면, 특히 서구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영적인 존재로 여기면서도 전통적인 종교 기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로마 교황청이 설립한 산타크로체 대학의 호세 마리아 디아스-도론소로 신부는 "젊은이들이 영적인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전통적인 종교로 회귀하거나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디아스-도론소로 신부는 젊은이들이 피임이나 동성 결혼, 낙태 등에 대한 교회의 도덕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거나 성직자 성추문에 따른 신뢰 훼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대학교의 리타 비치 사회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종교적 문맹을 지적했다. 비치 교수는 전통적으로 가족에게 신앙을 전파하던 여성들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는 느낌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교황청은 몇 년 전부터 교황의 소셜 미디어 계정도 운영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백혈병으로 15세에 사망한 최초의 밀레니엄 세대 복자인 카를로 아쿠티스를 시성할 예정이다. 아쿠티스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숙해 웹사이트를 제작해 각국의 성체 기적을 조사하고 정리했다. 깊은 신앙심으로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디지털 복음 전도자', '인터넷의 사도',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로 불린다. 바티칸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루시오 루이스 신부는 "교회는 역사적으로 항상 시대의 언어를 채택해왔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노터데임 대학교에서 디지털 세계를 연구하는 브렛 로빈슨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이 종종 브랜드가 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논의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전도 활동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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