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소수계가 운집해 살고 있는 LA는 말 그대로 ‘끓는 솥(melting pot)’처럼 다양한 취향과 문화, 가치관이 뒤섞인 곳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신기한 곳이다.
때로는 공통분모에 협력하고, 종종 다른 생각과 접근으로 대치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다만 경험과 지혜를 동원해 서로를 잘 알리고, 갈등은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주 만나고, 보고, 부대끼는 것 아닌가.
남가주에서 이민 생활이 익어가면서 시청과 카운티 등 각급 기관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많은 소수계 커뮤니티가 적잖은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고 자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 겪게 된다.
지난 7월12일 LA시 부서인 공원국 주관으로 LA 연꽃 축제(Lotus Festival)가 열렸다. 이 행사는 LA 다운타운 인근의 수많은 가족과 청소년들이 매년 방문해 즐기는 오래된 축제다.
중앙 무대에서는 30여 개 팀이 공연을 펼쳤는데 한국 관련 공연은 2~3팀이 전부였다. 물론 주빈국이 한국이라서 LA 문화원이 오프닝 행사 90분을 촘촘히 꾸몄다. 적잖은 돈과 노력이 투입된 것은 물론이다. 많은 청소년과 공연팀들이 더운 날씨에 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12~13일 이틀 동안 중앙 무대에서는 어떤 공연들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중국계와 일본계, 태국과 필리핀계 공연이 중심축이 됐다.
꼭 무대 위 공연 숫자가 많아야만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주빈국이 한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축제가 됐을 것이다. 시에서 매년 수십만 달러의 예산으로 마련하는 축제에 주빈국으로 초대되어도 정작 주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로 밤을 지새웠을 문화원 관계자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문화 공연에서 우리 커뮤니티의 역량이 더 커지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역시 시 정부가 지원하는 ‘다인(Dine) LA’에도 비슷한 생각이 남는다.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총 2주 동안 진행된 이 이벤트는 시민들이 더욱 다양한 외식을 통해 음식 문화를 알아가고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800여 개 참가 업체 중 한인 업체는 5~6곳에 불과했다. 참가비도 1000달러가량 내야 하고, 메뉴도 개발하고 자체 홍보도 해야 하니 일이 많아진다. 요즘처럼 직원들 쓰기도 힘든 시기에 번거롭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개별 업소가 각개전투식으로 참가한다면 힘겨울 수 있지만, 요식업 단체나 상공회의소에서 공동으로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한식 업소들이 따로 주제를 정하고 요일별로 각종 특색있는 한식을 맛보도록 지도도 만들고 필요한 공간에 안내한다면 어떨까. 참가 한인 업소들에 관련 내용을 한글과 영어로 홍보하는 전단도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까. 여기에 맞춰 한인 단체들과 모임들이 나서서 도움을 준다면 더 업계가 풍성하게 다인 LA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월드컵과 올림픽도 다가오고, 결국 더 많은 시민이 한식을 맛보고 즐길 기회인데 매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인사회가 우리 스스로 낸 세금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 정부가 관내 비즈니스에 주는 혜택이라면 반드시 누릴 수 있어야 맞지 않나.
결국 이런 노력은 기관들에도 한인사회가 매우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며, 우리 2세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