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A&M대학교에서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던 한인 과학자 김태흥 씨가 4개월간의 구금 끝에 지난 11월 15일 석방됐다. 미국에 35년 넘게 거주한 영주권자가, 범죄 재판도 아닌 이민 단속으로 수개월간 구금된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집행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김 씨의 구금은 지난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열린 남동생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기쁨으로 돌아와야 할 귀국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뀌었다. 그를 맞이한 건 가족이 아니라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끝없는 싸움이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그 자의성에 있다. ICE는 구금 사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집요하게 묻자 세관국경보호국(CBP)은 2011년의 경미한 마리화나 소지 혐의를 언급했다. 소량 마리화나 소지로 법원 명령에 따라 사회봉사를 마친, 13년 전 일이었다. 이런 사소한 전력 하나로 합법적 영주권자를 100일 넘게 가두는 것은 상식과 비례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올해 마흔 살인 김 씨는 다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해 이곳에서 성장하고 학업과 경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이 모든 이력은 공항 입국심사대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2차 심사로 끌려간 뒤 곧바로 구금됐고, 이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의 여러 구치소를 전전하며 변호인 접견과 기본적 적법절차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사건의 결말은 이민당국의 논리가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드러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이민 법원 절차에서 김 씨의 체포와 구금을 정당화할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은 기각됐지만, ICE는 김 씨를 추가로 나흘 더 붙잡아 뒀다. 정당한 구금 사유가 있었다면, 왜 기본 서류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을까. 이 사건은 이민 단속이 일단 가둬 놓고 나중에 이유를 찾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 이민권 옹호 단체들은 김 씨 사례를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강화된 공세적 반이민 정책의 전형으로 본다. 법 절차와 인간 존엄성보다 ‘힘의 과시’가 우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영주권을 가진 합법 이민자가 아무 설명도 없이 끌려가 당국이 뒤늦게 구실을 끼워 맞추는 동안 몇 달씩 갇혀 있을 수 있다면, ‘합법 신분’이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지역사회의 대응은 눈에 띄게 조직적이었다. 가족들은 NAKASEC의 이민 단속 핫라인에 도움을 요청했고, 곧바로 연대 캠페인이 시작됐다. 140건 넘는 항의 전화, 2000명 이상의 탄원서 서명, 120건의 이메일이 연방의원과 관련 기관으로 쏟아졌다. 이민권 옹호 단체들은 의원 보좌관들과 8차례 면담했고, 김 씨 어머니는 지난 8월 방미 중이던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친필 편지를 전달했다. 이런 풀뿌리 움직임이 결국 석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집단적 행동으로 여전히 정부의 권한 남용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질문도 던져야 한다. 이만큼의 네트워크와 지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가족,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의 도움 없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구금 시설 어딘가에서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들은 없는가. 김 씨 사례를 단순히 ‘특이한 사건’으로 치부한다면, 합법적 지위가 언제든 공허한 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놓치게 될 것이다. 수정헌법 제5·6조는 적법절차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 권리는 국경 검문소나 이민법정 문 앞에서 사라져선 안 된다. 유년기부터 미국에서 살아온 영주권자가 13년 전 경범죄를 이유로 4개월 동안 구금될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약속해온 ‘법에 따른 보호’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김 씨는 이제 가족 품으로 돌아와 중단됐던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개월간의 구금은 그와 가족, 그리고 이 나라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김 씨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감시와 책임 추궁, 그리고 원칙 재확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에서 시민이든 이민자든 누구도 명확한 법적 근거와 적법절차 없이 구금되어선 안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되어야 한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체류자 합법 합법적 영주권자 합법 이민자 합법 신분
2025.12.08. 19:36
‘수고한 자들이여 먹고 마셔라’까지는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최소한 연말 자축의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며 우리가 만나는 이유다. 올해 남가주 한인 은행과 기업들 대부분은 예전과 같은 전직원 송년회 모임을 열지 않는다. 국가 경기와 고용이 팬데믹에서 벗어났다고 선언을 했다지만, 소수계 기업들의 심리적 위축과 우려는 여전한 것일까. 한인 은행장들도 연봉이 소폭 오르고, 은행 내 인력 고용도 늘었지만 이번 연말은 조용하게 지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모여서 흥청망청하며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송년 모임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직장에서 꼭 필요한 이벤트다. 첫째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회복’이다. 열심히 일해왔음을 확인하며 리커버(recover)하는 것이다. 첨예한 경쟁과 생산 속에서 많은 직원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겨웠다. 물론 적절한 재정적 보상으로 위로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모여 지난 시간을 반추하는 의미는 돈 이상의 것이다.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옆 부서 동료들과의 인사,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는 직장생활에서 매우 값진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가치는 없어지면 금방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있을 때는 꽤 큰 힘을 발휘한다. 원상복구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또 달려야 할 내년을 위해서다. 더 많이 뛰고 일해야 하는데 목표를 적은 신년사나 단체 이메일 보다는 리더의 웃는 모습이 훨씬 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직원들은 리더들도 지난해 알찬 시간이었는지, 내년에는 어떤 각오로 뛸 것인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는 물론 조직이 바라는 내년의 생산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로는 직원들의 가족을 위해서다. 가족 구성원들은 그가 일하고 있는 조직의 성장 수치만큼이나 사무실에서 여유가 있는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행복한지 보고 싶어 한다. 이는 직원의 근속과 연계될 수 있는 사안이다. 크게 비싸지 않더라도 송년회 후 들고 오는 선물은 때론 그가 조직에서 가진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송년회는 웃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요즘은 혹시나 누구에게 상처나 폭력이 될까봐 말도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진행자를 비싸게 불러서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해서 모두 같이 웃어보자. 적어도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웃음에 인색한 리더는 리더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년회를 통해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웃음과 여유를 선물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수년 전 한 회사의 송년회에 초대받았는데 대표되는 분이 가장 먼저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인사말을 통해 가장 먼저 유머를 전달했다. 게임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지갑을 열었음은 물론이다. 평소에 기억해온 사무적인 모습과 달라서 보기 좋았다. 나중에도 두고두고 칭찬해드렸더니 “내가 망가져야 다 망가져서 신이 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밀려오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많이 웃지 못한 한 해였다면 송년회에서 신나게 웃어보자. 모두 그럴 자격이 있지 않은가. 아쉽다. 은행들과 기업들이 차라리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못한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더 많이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면 부서별로라도 조그만 파티를 꼭 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부가적이지만 한인타운에서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식당 업주들이 적지 않다. 렌트비 부담과 식재료비 상승으로 힘겨운 한인 요식업계에도 힘을 줄 수 있는 연말이 되면 어떨까. 올 한해 수고 많이 한 우리 독자님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잔치 시간 전직원 송년회 지난 시간 한인 은행장들
2025.12.01. 17:59
미국에서 한국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을 찾은 미국발 관광객은 124만 명으로 중국, 일본, 대만 다음을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한류(K-문화)’ 인기와 그에 따른 관심 증가로 미국과 유럽 장거리 관광객이 늘어난 사실을 반기고 있다. 한류 초기 팬층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이웃이 주축이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미국 내 한류 팬은 마이너로 불리는 ‘덕후(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그룹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미국내 한류 확산이 덕후 그룹 선에서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문화 종주국을 자부하는 미국에서 한류 확산은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서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미국과 서구권의 한류 관심은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며칠전 LA 대표 쇼핑몰인 그로브몰에서 “넷플릭스 ‘피지컬100’을 정말 재미나게 봤다”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낯선 주민을 만나기도 했다. 유럽 바르셀로나 토사 데 마르라는 작은 해안가 마을 식당에서도 “안녕하세요. 이 음식은 조금 매워요”라고 한국어로 설명해 주는 현지 직원 인사에 놀라기도 했다. 친근함에서 우러나온 표현만큼 반가운 인사가 없다. 이들은 ‘내가 한국을 좀 안다’는 친근함을 먼저 표현한 셈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도 이런 변화를 반기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한국 교육부는 지난 2024년 LA에 미국 거점 ‘한국유학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교육부에서 파견한 직원 등 5명이 전담부서를 꾸렸다. 한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여 주요 대학도 미국 출신 유학생 유치 확대와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종 장학금을 내걸고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초기의 우려와 달리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모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두 차례 진행한 ‘한국유학박람회’에는 한인과 영어권 학생 수천 명이 몰렸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공부하는 미국 출신 유학생이 3100명(대학·어학연수·기타연수 포함) 이상으로 국가별 4위를 차지했다. 한국유학지원센터장을 맡은 이상범 부원장은 “미국 청소년들도 한국 대학 진학을 ‘해외로 유학하러 간다’며 반기고 있다. 미국에서 객관적으로 한국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한인사회가 조국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변화다. 한인 청소년 정체성 교육과 한류 전문가 양성 측면에서 한국 유학이 좋은 선택지가 됐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한인 이민 1세대가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중·단기 한국 거주나 역이민’도 뜨고 있다. 치솟는 물가 속 1달러당 1450원을 넘어선 환율도 한국행 관심을 키운다. 실제 연방 사회보장국(SS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소셜시큐리티를 받은 한인은 9379명으로 2013년 3709명보다 2.5배 늘었다. 인천, 충청도, 강원도 등 한국 지방자치단체는 재미동포 타운을 조성하며 한인 유치에 한창이다. 한국 저출생 문제와 지방 기피 문화로 인구감소에 직면한 지자체는 재미동포 역이민 지원에 적극적이다. 한인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 발굴 등 제2 인생을 도전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 양국 간 왕래와 관심이 커지는 만큼 한인사회의 중요성이 커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을 기회를 잘 가늠해 볼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한인사회 존재감 한국 대학 한국 교육부 한국 정부
2025.11.30. 17:02
농장에서 허브 오일 만들기 워크숍, 티벳 발마사지 체험, 헌팅턴 로즈가든 티타임, 도예 스튜디오 워크숍, 그래피티 클래스, 요세미티 상공 스카이다이빙, 개인 다이닝룸에서 아프리카 요리 체험…. 다가오는 할러데이 시즌 이런 체험 활동을 감사 선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면 어떨까. 최근 LA타임스는 ‘기억에 남을 경험형 선물’을 제안했다. ‘물건이 아닌 경험을 선물하자’는 관점에서 선정된 이 목록들은 받는 사람이 직접 체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할러데이 시즌을 앞두고 실제 소비의 흐름이 ‘물건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는 선물의 가치를 가격이 아닌 기억·체험·관계로 평가를 매긴다. 단순한 문화적 변화가 아니라 소비의 정체성이 물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기업들도 이런 소비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한국 1세대 가치투자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설립자는 인터뷰에서 기업을 보는 관점 중 하나로 소유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로 이동을 만드는 기업을 언급했다. 최근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를 구매자가 아닌 경험의 참여자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의 조기 돌입, 자체 체험형 콘텐츠 개발,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층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도 경험 소비가 개인의 만족도, 충성도, 브랜드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더 유의미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이유로’ 소비하는가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치 소비도 두드러지고 있다. 월마트의 저소득층 고객은 눈에 띄게 지출을 줄였지만 중·상위 소득층 소비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TJ맥스, 로스 등 할인점 업체는 가치 소비 흐름과 맞물려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소비의 또 다른 추세는 첨단 기술보다 실제 소비자의 지갑이 움직이는 속도가 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실제 경제 체온은 월마트·갭·TJ맥스·타깃 등 대형 소매업체 실적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가 “경제를 움직이는 건 결국 ‘요가 팬츠와 치즈버거’”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감소로 저소득층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부유층 소비는 유지되면서 ‘투 스피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테이크 대신 햄버거를 고르는 식으로 소비 방식을 바꾸며 지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이클 코어스와 지미추 브랜드를 보유한 카프리 홀딩스는 이달 초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버버리·LVMH 등 유럽 럭셔리 기업들도 잇따라 판매 호조를 발표했다. 물가 상승, 고용 불안, 관세 부담 등 복합적 압력이 소비 심리를 약화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든 소비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는 더 신중해졌고 가성비 또는 의미, 가격 대비 가치와 경험의 질을 중심으로 선택을 재편하고 있을 뿐이다. 다가오는 할러데이 시즌은 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과연 소비자는 다시 지갑을 열 것인가, 아니면 허리띠 졸라매기가 일상화될 것인가. 기업은 가격만 낮추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삶에 의미를 제공하는 경험 설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소비자는 물질보다 경험을 원하고 그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강화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곳에 소비가 집중될 것은 분명하다. 할러데이 시즌 우리는 무엇을 소비해야 할까.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가성비보 기억비 소비자층 유입 소비자 행동 경험 소비
2025.11.25. 19:51
교통사고로 허리와 목을 다쳐 의사 권유로 디스크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몇 시간 뒤부터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점심을 먹은 게 체한 거로 생각했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좀처럼 하지 않던 딸꾹질이 심하게 시작됐다. 병원에 연락하니 진료 시간이 끝났다는 안내와 함께 “급하면 응급실로 가라”는 메시지만 나왔다. 불안한 마음에 인공지능(AI) 챗봇에 주사 접종 내용과 증상에 관해 물었다. 챗봇은 “걱정이 많겠다”며 증상의 원인을 추정·분석해 답했다.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마취 주사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대처 방법도 상세히 제시하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도 했다. 챗봇이 알려준 대로 조리했더니 증상이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다음날 병원에 연락해 의사와 온라인 진료를 한 결과 “마취 주사 부작용인 듯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시간 지나면 증상은 완화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의사 진료 시간이 제한된 것과 달리 챗봇에는 언제든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었고, 의사가 알려준 내용과 챗봇이 제시한 정보가 상당 부분 일치해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챗봇에 의료·건강 이슈에 대한 조언을 맡겨도 될까? 의료 분야에 등장한 AI 챗봇은 진단 보조, 상담, 건강정보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들 챗봇의 의료 조언이 오답이거나 위험한 방향으로 안내된 사례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챗봇이 건강 상담에서 오차를 보이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상담 내용이 의사가 권하지 않은 약물 복용을 제안했다거나, 증상을 과소평가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뉴욕포스트도 챗봇을 통해 얻은 의료 조언을 그대로 따라 했다가 증상이 악화돼 문제가 된 사례들을 전했다. 이러한 실제 사례들은 챗봇의 의료적 판단과 책임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경고음이다. 기술적으로 챗봇은 빅데이터와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수많은 의료 문헌과 상담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을 생성한다. 하지만 그 학습 데이터는 환자의 개별 상태, 복합 질환, 병력, 약물 상호작용 등을 일일이 반영하지 못한다. 동일한 증상일지라도 체질·병력·환경이 다르면 최적의 답변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법적 규제도 아직 미비하다. 의료행위는 통상 국가 면허를 가진 의사가 책임지지만, 챗봇이 의료 조언을 제공하는 경우 책임의 주체가 불명확하다. 누군가 챗봇 조언을 따랐다가 피해를 봤을 때 구제 체계가 명확지 않다. 이에 따라 챗봇의 의료 상담 서비스에 대한 규제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챗봇 업체들도 “해당 답변은 참고용이라 전문가 진료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고지하고 있다. 가주보건의료재단이 지난 21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AI 챗봇의 의료 활용에 대해 의외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72%가 “AI 챗봇으로부터 건강 조언을 받는 것에 개방적”이라고 답했으며, 특히 반복 질문 응대나 기본 건강정보 제공에 대한 수요가 컸다. 다만 이들은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을 선호했으며, AI는 ‘보조적 역할’로 한정돼야 한다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환자들이 효율성과 접근성은 환영하지만, 책임과 판단은 여전히 의료진에게 두기를 원한다는 방증이다. ‘닥터 챗봇’, ‘메디컬 챗봇’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된 지금,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챗봇의 조언은 참고일 뿐,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에 이상을 느낀다면 바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직접 상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건강은 챗봇이 아닌, 본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챗봇이 유용한 도구일 수 있으나 치료의 주체가 될 수도,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질 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의료 조언 의료 조언 의료 문헌과 의료 분야
2025.11.24. 19:04
큰일이다. 눈치 없는 민주당 얘기다. ‘빅애플(뉴욕의 별칭)’이 어떤 곳인가. 이변이 없는 한 원래부터 파란 깃발만 꼽으면 승기를 잡는 도시다. 그런 곳에서 민주당 명함을 판 조란 맘다니가 시장직에 올랐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면에는 케케묵은 민주당의 현실이 있다. 맘다니는 자신을 ‘민주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지칭한다. 표현만 그럴듯 할뿐 사실상 사회주의를 포장한 말이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의 새벽이 밝아올 것”이라고 외쳤다. 미국 사회주의의 대부격인 유진 데브스(1855~1926)의 발언을 대놓고 인용할 정도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건 민주당 내 정치 거물인 앤드루 쿠오모다. 뉴욕에서 쿠오모 가문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 완공된 다리의 명칭도 ‘마리오 쿠오모’다. 뉴욕 주지사를 세 차례 연임한 앤드루 쿠오모의 아버지 이름이다.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맘다니의 승리를 곧 트럼프의 패배로 해석했다. 정말 그런가.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관전자에 가까웠다. 맘다니 현상이 두드러질 때부터 “이대로 가면 맘다니가 이길 텐데”라고 말해왔다. 트럼프도 감지한 흐름을 민주당의 기득권만 몰랐던 셈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지율 33%의 쿠오모, 1%의 맘다니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 아니 그때까지만 해도 다윗에 비유하는것 조차 과분할 만큼 맘다니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런 맘다니가 경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어버렸다. 뉴욕의 정치 명문가 출신 쿠오모로서는 풋내기로 여긴 맘다니에게 따라잡힌 것이 자존심에 상처였을 터다. 결국 민주당 간판을 떼고 무소속으로 나온 쿠오모가 고작 유권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사회주의자 맘다니는 안 된다”가 전부였다. 마치 지난 대선 때 특별한 어젠다도 없이 트럼프 발목만 잡으러 다니던 민주당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애초부터 뉴욕 시장 선거는 트럼프와 맘다니의 구도가 아닌, 민주당 내 기득권과 이단아 간의 대결이었다. 맘다니는 그들이 내심 바라던 후보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다음 날 “맘다니의 승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The odds are that Mamdani’s victory is actually less significant than you think)”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며칠 뒤에는 “맘다니는 민주당의 미래가 아니다(Mamdani Isn’t the Future of the Democrats)”라며 승리를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내 기득권층은 그런 맘다니를 돕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듯 보인다. 뉴욕의 캐시 호컬(민주당) 주지사는 맘다니가 내건 시내 버스 무료 운행 정책,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뉴욕은 더욱 급격한 좌회전을 선택했다. 맘다니의 승리에는 변할 생각이 없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가 담겨있다. ‘빅애플’의 사과밭은 본래부터 파랬다. 표심이 맘다니에게 쏠린 건 반(反)트럼프 정서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바뀌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 근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하다. 어젠다는 지난 대선 패배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표심을 읽기보다 트럼프를 향한 손가락질에만 바쁘다. 현 정권하에 보내야 할 시간은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이런 식이라면 트럼프의 꽁무니만 좇다가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다. 지난 2016년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구태의연한 민주당에 대해 유권자들의 싫증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건 그때부터다. 샌더스는 지난 6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가 (맘다니처럼) 저렇게 선거 캠페인을 했다면 지금 대통령이 돼 있었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파란 뉴욕에서 민주당 시장의 탄생을 트럼프와 결부시켜 의미를 둘 필요가 있나. 정작 심각한 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 민주당의 기득권층이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애플 민주당 민주당 대선 민주당 명함 민주당 간판
2025.11.23. 18:00
오렌지카운티 북부 지역 한인 사회는 내년에 매우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 프레드 정 풀러턴 시장은 내년 6월 오렌지카운티 4지구 수퍼바이저 선거에 출마한다. 당선되면 2018년 2지구에서 당선된 미셸 박 스틸 전 수퍼바이저에 이어 사상 두 번째 한인 수퍼바이저가 탄생한다. 풀러턴, 부에나파크, 브레아, 플라센티아, 스탠턴 등지를 포함하는 4지구는 남가주의 대표적인 한인 밀집 주거 지역이다. 정 시장 캠프 측은 4지구 한인 유권자가 2만1128명으로 전체 유권자 34만2828명 중 6.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인 유권자들의 표만으로는 당선될 수 없지만, 한인 표심이 결집하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거구다. 내년 6월 예선까지는 불과 7개월여 남겨두고 있다. 예선에서 상위 득표율 1, 2위를 기록하는 후보는 11월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정 시장이 11월 결선에 출마해 승리할 경우, 정 시장이 관할하는 풀러턴 1지구 시의원 보궐선거가 열린다.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정 시장의 뒤를 이어 또 다른 한인 시의원이 배출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대두한다. 정 시장은 지난 2020년 한인으로는 최초로 풀러턴 시의회에 입성했다. 당시 그가 출마한 1지구는 ‘한인을 위한 선거구’라고 불릴 정도로 한인 주민 비율이 높은 곳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72%에 달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정 시장의 시의원 임기는 4년이다. 내년 수퍼바이저 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 시장은 2028년 말까지 1지구 시의원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풀러턴의 이웃 도시인 부에나파크에선 내년 11월 시의원 선거가 열린다. 조이스 안 시장은 이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안 시장은 2022년 부에나파크 1지구에서 당선됐다. 부에나파크 1지구 역시 한인 밀집 지역인 데다 안 시장이 지역구 일을 열심히 챙겨왔기 때문에 재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부에나파크 1지구에선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지역구 선거제에 따른 선거가 열렸다. 당시 선거에서 현직 시장과 대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된 써니 박 전 시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4지구 수퍼바이저 선거에 출마, 결선에 진출했지만 더그 채피 현 수퍼바이저에게 석패했다. 안 시장은 박 전 시장의 뒤를 이어 시의회 내 한인 시의원 명맥을 이었다. 박 전 시장의 뒤를 이은 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1지구에선 3차례 선거에서 한인이 연속해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1지구에선 한인이 뛰면 당선된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향후 안 시장의 뒤를 이을 한인 후보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부에나파크 1지구와 풀러턴 1지구는 한인 유권자 밀집도에 관한 한, 아주 특별한 선거구다. 이 두 지구에서 계속 한인 시의원이 배출돼야 앞으로 한인 수퍼바이저, 가주와 연방 의회 의원 당선을 노릴 기반이 마련된다. 정 시장과 안 시장은 한인 밀집 선거구를 대표한다는 점 외에 공통점이 많다. 두 시장 모두 시의회에 한인 주민, 업주 등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한편, 한국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써왔다. 이 과정에서 ‘한인, 한국 관련 사안 챙기기에 몰두한다’는 견제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인 밀집 지역구에서 한인을 대변하는 정 시장과 안 시장의 존재는 그 자체로 OC북부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 운동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두 정치인에겐 한인사회 정치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도록 후진을 양성하고 그들의 뒤를 따를 한인을 위해 정지 작업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도 주어졌다. 정 시장과 안 시장의 내년 선거는 한인사회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인 정치력 신장은 정치인과 유권자가 함께 노력해야 이룰 수 있다. 스스로 도와야 하늘도 돕는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정치력 분수령 한인 수퍼바이저 4지구 한인 한인 시의원
2025.11.18. 18:28
#1 서울에서 미군으로 복무했던 남편은 직장인이던 한국인 아내와 만나 연예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은 부부가 되어 미국으로 왔지만 한인사회에서 지내다 보면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군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을 통념이라는 선입견으로만 보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매도하거나 멸시하는 시선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아픈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못난 생각이었으며, 이들 부부에게는 억울한 굴레였다. 한국어를 잘해 미대사관에서도 근무했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설사 그런 선입견을 깊게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 이런 시각을 일반화하는 것은 한두 명이면 충분해요. 그런 생각을 입에서 내뱉거나 행동으로 옮기면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에서 더 이상 생활하기 힘들어 집니다.” 이들 부부는 이후에도 한인들이 많은 곳에서는 항상 경계하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2 먹고 살기 힘들어져 부모가 가정을 포기하고, 남겨진 자신은 고아원에 지내다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낸시(가명)는 믿어왔다. 70년대 한국은 어려운 곳이었고 사회 시스템은 어린 두 살 여자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기 버거웠을까.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돼 이제는 50이 다된 그가 최근에 발견한 사실은 그동안의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트렸다. 그는 길거리에서 사실상 납치됐으며, 부모에게 돌아갈 길이 있었음에도 입양 기관에 불법적으로 인계되어 조국을 떠나야 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한국 가족으로부터 확인한 사실들이었다. 사회적 시스템의 허점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중 상당수는 모든 입양이 가난한 과거의 상징일 뿐이라고 간주한다. 입양은 부실했던 한국의 사회 시스템이 아이들을 내다버려 생긴 상채기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통념과의 싸움이 된다. #3 밀워키 브루어스의 한 팬이 지난달 15일 경기 종료 후 약을 올리던 LA다저스 팬에게 ‘ICE(이민세관단속국)에 전화해’라고 말하는 바람에 야구장의 열기는 찬물을 맞아야 했다. 알고보니 영상을 찍은 사람은 참전 용사로 두 번의 전쟁에 파병된 ‘미국인’이었다. 인종차별의 역사와 개인적인 편견이 빚어내는 여러 촌극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해당 영상은 급속도로 퍼지며 공분을 불러왔다. 아무리 사회 시스템이 변해도 일부 미국인들 마음의 바닥에는 선민 의식이나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만여 팬들이 게임을 즐기는 야구장에서 단 한 명의 팬이 내놓은 발언으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은 것이다. 해당 여성팬은 이후 직장도 잃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영상을 찍은 라틴계 남성은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개념은 우리가 무심코 할 수 있는 판단과 행동을 사전에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진정한 사안의 속살과 과학적 수치를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취지다. 정보가 범람하고 전달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통념보다는 개인의 특징과 성향이 더욱 중시되는 세상이 됐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도권 전통 언론과 학계의 연구도 의심하는 바람도 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구태의연한 선입견과 일반화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일반화 통념 싸움 일반화 선입견과 일반화 사회적 시스템
2025.11.03. 18:17
지난달 열린 뉴욕패션위크(NYFW) 봄·여름 컬렉션 주인공은 중고명품이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빈티지 옷이 패션 런웨이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뉴욕패션위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행사 중 하나로 뉴욕에서 매년 2월과 9월 두 차례 열린다.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런던·밀라노·파리) 중 가장 먼저 개최되며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다음 시즌 트렌드를 알리는 시작점 역할을 한다. 뉴욕패션위크에는 마이클 코어스, 캐롤리나 헤레라 등 세계적 브랜드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도 참여한다. 전 세계 패션 산업, 패션 에디터, 바이어 등에게 최신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는 무대에 중고품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다. 중고명품을 무대에 올린 주인공은 중고거래 플랫폼 이베이다. 이베이는 ‘엔드리스 런웨이’를 열고 중고 명품 및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템을 무대 중심에 세워 전통적인 패션쇼의 틀을 뒤집었다. 이베이의 등장은 요즘 패션 업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많은 브랜드가 런웨이를 대신해 버추얼 쇼로 디지털 전환을 하고 친환경 소재와 윤리적 생산 방식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급증했다. 이베이 ‘엔드리스 런웨이’에서 모델들은 패션 트렌드가 응축된 새로운 디자인 대신 중고와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과거 시즌의 대표 아이템을 착용해 무대에 섰고 관람자는 실시간으로 해당 아이템을 구매했다. 입고 버리는 패션이 아니라 되살아나는 패션, 즉 순환 가능한 패션의 가능성을 제시한 순간이었다. “새 옷보다 중고가 더 세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운 이 행사는 재판매 시장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라 패션 산업 생태계(디자이너·리테일러·플랫폼· 소비자)의 관점에서 중고 및 순환 패션이 주류 패션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패션업계는 전통적으로 신제품 중심이었던 패션쇼 무대에 중고 제품이 등장하면서 순환경제 및 지속가능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고 패션 의류를 재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스레드업과 더리얼리얼의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팝, 포시마크 등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중고 패션이 더는 낡은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이끄는 주체는 젊은 세대로 패션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로 중고를 샀다면 젊은층은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로 찾고 있다. Z세대가 주도하는 변화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패스트 패션의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로 새 옷 대신 중고를 사는 게 더 윤리적이라는 인식이 이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최근 인기인 패션 리세일 플랫폼인 디팝 사용자 90% 이상이 26세 이하로 지속가능성을 구매 이유로 꼽는다. 한정판·빈티지·리폼 제품 등 나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것도 Z세대를 이끌고 있다. 경기침체 속 부업을 찾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중고품의 매력이다. 초기 자본이 필요 없어 부수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간편한 결제·배송 시스템이 이용 장벽을 낮춘 것도 주효했다. 패션 업계는 새로운 친환경 마케팅으로 중고 시장을 포장하지만 지속가능한 옷장은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임 있는 쇼핑은 트렌드를 좇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옷을 고르는 것이다. 패션의 순환은 소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자라와 H&M은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베이는 영국 마크앤스펜서와 협업해 반납 의류를 재판매하는 테이크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소비 습관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은 덜 사는 것이다. 소비자가 변하지 않으면 산업도 바뀌지 않는다. 진정한 지속가능한 패션은 옷을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옷을 오래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뉴욕 패션 패션 트렌드 패션 런웨이 세계 패션
2025.10.28. 20:38
영화나 미드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미국 생활을 199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 대학원에서 유학으로 시작했다.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한동안은 전철과 버스를 타며 로컬 분위기와 일상을 익혔지만, 한국처럼 집 근처에 마트나 편의점이 없어 장을 보려면 멀리 떨어진 한인 마켓까지 다녀와야 했다. 양손 가득 짐을 든 채 버스를 수차례 갈아타고 다니면서 미국 생활에서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생존 수단이라는 걸 체험할 수 있었다. 당시 차를 장만하려고 여러 딜러를 방문해 가격을 알아봤었는데 소형차는 1만2000~1만4000달러, 중형차는 1만8000달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큰 아이가 학업과 일을 병행하게 되면서 차가 필요해져 저렴한 신차를 알아봤다. 2만 달러 이하 신차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고 소비자 리뷰가 좋은 소형차는 2만5000달러 전후, 중형차는 2만9000달러부터 시작했다. 지난 30년 사이 1만 달러 이상 오른 셈이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9월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팬데믹 당시 평균 가격이 4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었는데, 수년 만에 또 1만 달러가 오른 것이다. 첨단 기능 및 고급 편의 사양 장착이 늘고 하이브리드·전기차의 수요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서민 입장에서는 그저 ‘감당하기 힘든 인상’일 뿐이다.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부담이 지난 수십년간 얼마나 커졌는지 궁금해 신차 가격과 소득 수준의 변화를 조사해 봤다. 평균 신차 가격이 2만 달러를 처음 돌파한 1998년에 중간 명목소득은 3만8887달러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2년 신차 가격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소득은 5만1020달러였다. 신차 가격 상승률이 47.3%로 소득 증가율(31.2%)을 크게 상회했다.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소득이 정체되면서 자동차 구매 부담이 가장 컸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양상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만 달러 돌파까지 9년이 걸리는 동안, 소득이 39% 증가해 차량 가격 상승률(33.2%)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다소 회복된 시기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신차 가격이 단 4년 9개월 만에 5만 달러를 돌파해 다시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중간 소득이 7만780달러에서 8만5000달러(올해 추정치)로 20.1% 올랐지만, 신차 가격은 25.4%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더라도 실질적인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차 가격이 3만 달러일 경우, 가주 평균 오토론 이자율 7.5% 기준에 10% 다운페이, 60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월 납부액은 544달러다. 하지만 5만 달러라면 같은 방식으로 월 907달러가 된다. 동일 조건으로 3년 리스를 할 경우도 3만 달러 차는 월 428달러, 5만 달러 차는 월 713달러로 큰 차이가 난다. 특히 가격 상승을 이끈 전기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5만8124달러로, 평균 4만9054달러인 개솔린 차량보다 9000달러 이상 비싸다. 친환경 전환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최신 기술 탑재와 제조 원가 상승이 전체 차량 가격을 끌어올리며 오히려 대다수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계, 출퇴근, 교육, 의료 접근을 위한 ‘필수 교통수단’으로 여겨져 온 자동차가 이제 구매, 유지 비용 부담으로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고급 소비재의 경계까지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신차 가격 상승세가 식료품·유틸리티·보험료·주거비 등 전방위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니 서민들의 가계 재정은 한층 더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 생활의 필수품인 자동차 쇼핑이 부담보다는 설렘과 기쁨이 앞서던 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필수품 자동차 자동차 구매 소득 증가율 중간 명목소득
2025.10.27. 19:38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 8월 풀러턴 지역에 화려하게 문을 열었던 롯데리아 미국 1호점이 그렇다. 한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이라 하기엔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개점 초기 매장 앞 긴 줄도 이제는 사라졌다. 이는 쉽게 끓었다 쉽게 식는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의 그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롯데리아는 개점 당시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력을 앞세워 화제를 모았다. SNS에는 ‘한국식 버거 맛집’이라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눈에 띄게 매장을 찾는 고객 수도 줄었다. 인플루언서·SNS 중심 마케팅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다. SNS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식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 구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약점도 드러냈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 ‘타르트 코스메틱스(Tarte Cosmetics)’의 두바이 인플루언서 여행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3년 1월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 50여 명을 두바이로 초청해 고급 리조트 숙박·항공·선물 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영상은 틱톡에서 1억 회 이상 조회됐지만, 곧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과시성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SNS 팔로워 증가율도 둔화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화장품 대형 소매 체인 세포라(Sephora)에서의 매출마저 마케팅 이전 대비 8% 감소했다. 프리바이오틱 소다 브랜드 팝피(Poppi)의 사례도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팝피는 지난 2024년 대형 인플루언서 수십 명에게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자판기를 광고 목적으로 보내, 이를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을 통해 공개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광고 직후 이 브랜드는 SNS에서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힙한 건강음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곧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싼 자판기 선물로 인플루언서만 챙긴다”,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결국 팝피는 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으로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브랜드의 진정성과 가치를 전달하는데는 실패했다. 실제 소비자 리뷰 플랫폼 ‘인플루엔스터(Influenster)’에서는 캠페인 이후 팝피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NS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초기 구매 유도에는 효과적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 분석기관 WARC는 오늘날 다수의 기업이 장기적인 전략보다 단기 노출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한 브랜드 노출이 반드시 재방문·충성도·상권 내 지속적인 수요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성과 측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대부분의 마케팅이 ‘좋아요 수’나 ‘조회수’ ‘구독자 수’를 근거로 평가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매출 또는 고객 충성도와 직접적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분석업체 집폴은 브랜드 인식은 높일 수 있으나, 실제 구매 전환율은 1% 미만이라는 분석도 내놓은 바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재인지하는 것 조차 어려울 수 있다. 롯데리아 미국 1호점은 개점 초반 지역사회의 시선 보다 SNS에서의 화제성과 인플루언서 리뷰에 의존하며 주목을 끌려고 했다.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상권 정착을 위한 지역 언론과의 협력, 소비자를 위한 재방문 전략 설정, 품질 안정, 운영의 효율화가 병행되지 않다보니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지역 사회와 신뢰를 차근차근 쌓으려는 장기적 전략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다. 수많은 노포 업주들이 왜 지역 사회에 보다 더 다가가려 하겠나. 자본을 앞세운 거대한 햄버거 체인이라도 화제성만으로는 수십년간 자리를 지킨 동네의 햄버거집도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롯데리아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롯데 버거집 화장품 브랜드 브랜드 이미지 과시성 마케팅
2025.10.26. 19:00
가주의 연방하원 선거구 조정 여부를 묻는 ‘발의안 50’의 운명을 결정할 특별선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은 11월 4일이지만, 다수 유권자가 참여하는 우편투표는 한창 진행 중이다. 오렌지카운티 정가에선 이번 특별선거 결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주 전체로 볼때는 민주당 강세가 확연하지만, OC 지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력이 엇비슷한 ‘퍼플 카운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열릴 중간선거의 OC 유권자 표심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전망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21일 현재 OC 전체 유권자 190만8296명 가운데 민주당원은 36.3%(69만2158명)를, 공화당원은 34.1%(65만1299명)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원 수에서 공화당을 앞선 것은 2019년 8월의 일이다. 당시 민주, 공화의 당원 수는 89명, 당원 비율은 불과 0.01% 차이였다. 오랜 기간 공화당의 아성이자 ‘레드(공화당 상징색) 카운티’로 통했던 OC에 파란색(민주당의 상징색) 물이 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전후다. 현재 OC는 퍼플(보라색) 카운티로 통한다. 민주당이 소폭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각종 선거에서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비교적 고르게 당선되고 있어서다. 따라서 유권자가 특별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점치기 어렵다. 이번 특별선거는 발의안 50에 대한 가주 전체 유권자의 찬반 의사를 묻는 선거다. OC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자료를 토대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간접적인 자료로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한 역대 대선 결과다. 2016년 선거 당시 오렌지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2.3%,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50.9%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4년 뒤인 2020년, 재선에 도전한 트럼프 대통령은 44.4%,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53.5%의 표를 받았다.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8~9%p 차이로 밀렸던 트럼프 후보는 2024년 대선에서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49.7% 득표율에 그쳤고, 트럼프 후보는 47.1%의 표를 얻으며 OC에서 치른 세 차례 대선 중 가장 나은 성과를 거뒀다. OC의 발의안 50 주민투표 결과를 가늠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역대 대선 성적을 참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특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과 개빈 뉴섬 가주 지사,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리전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보도된 바처럼 이번 선거의 발단은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주 의회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연방하원 의석을 최대 5개 늘릴 수 있도록 선거구를 조정한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에 대항한다며 가주에서 민주당 의석 최대 5개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발의안 50 특별선거를 주도했다. 특별선거 결과는 공화, 민주 양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발의안 50이 부결될 경우, 공화당은 연방하원 다수당 지위 유지란 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텍사스에서 공화당 의석 5개를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구 조정을 마쳤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기반도 공고해진다. 반대로 발의안 50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은 내년 연방의회 구도를 바꾸기 위해 총력전을 펼 교두보를 점하게 된다. 민주당이 발의안 50 통과를 발판으로 중간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뉴섬 주지사는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특별선거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의 최대 관심사가 될 내년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정치 행보는 물론 차기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여러 함의를 지닌 가주 특별선거에서 퍼플 카운티인 OC의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특별선거 선택 이번 특별선거 가운데 민주당원 트럼프 대통령
2025.10.21. 18:46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에 대한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차곡차곡 노력해가는 것도 즐겁고 의미 있지만, 어떤 이들은 벗과 4시간 이상 대화하며 우애를 나누고, 새로운 동반자와 서로를 알아가는 매력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주말골퍼라면 프로 골퍼를 따라 하는 전형적인 스윙이나 공략법도 중요하지만,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준비 동작, 스윙 예열, 퍼팅 라인 읽기 노하우 등이 골프의 매력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결국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춰 습득한 스윙과 스코어 관리방식이 필드에서 의미 있는 스코어로 돌아온다면 그 뿌듯함은 매우 클 것이다. 우리가 모두 언젠가 해야 하는 ‘은퇴’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인들이 자주 접하는 신문, 방송, 블로그와 SNS 등을 보다 보면 마냥 재단된 은퇴 시기와 방식을 소개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소셜연금 신청 시기, 메디케어 선택 사항, 은퇴 연금 인출, 상속과 양도의 방식 등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은퇴 시기부터가 그렇다. 가장 많은 연금을 받고 가장 혜택이 많을 때 은퇴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지인 중에는 70세 중반이 넘어섰지만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보고 정기적으로 출장에 나서는 분이 있다. 건강이 허락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목표를 정해 일해가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내가 즐겁고 편하면 그것이 바로 은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선출직으로 일했던 한 한인 1세는 이미 메디케어를 시작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배들을 만나고 참여와 투표를 주창한다. 이제 좀 쉬어도 되는 연배가 아니냐는 질문에 솔직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래서 좀 쉬어보려고도 했는데 2~3개월 손주들보고 여행 다녀오니 다시 좀이 쑤셔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은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으로 성공해 사우스베이 저택에서 살던 한 지인도 경제 활동은 끝나도 ‘인생 활동’을 멈출 수 없다며 그림과 사진을 배워 늦깎이 예술가가 됐다. 관련된 모임에 나가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배움을 이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던 한 분은 60대 초반에 경제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 봉사 길에 올랐다.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힘겨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젊을 때의 각오를 드디어 실천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돈을 벌지 않으니 은퇴했다고 해야 하지만, 비영리 봉사를 시작해 또 다른 커리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참고로 각종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미국인들의 평균 은퇴 시기는 60~62세 사이다. 62세에 소셜연금을 조기 인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민사회 한인들의 은퇴는 ‘정답이 없는’ 시대가 됐다. 은퇴의 시기와 방식, 성격과 조건은 모두에게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에는 모두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누가 더 잘한 은퇴인지 판단하는 것도 무색하다.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맞춘 최선의 선택일 것이니 말이다. 간혹 티박스에서 멋지게 공을 날리고 그린 근처까지 잘 가서 버디나 파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칩샷에서 생크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블이나 트리플을 적기도 하는데, 은퇴도 마찬가지 아닐까. 잘 가꿔온 인생과 가족이어도 은퇴를 앞두고는 여러 불편함과 위기가 도사릴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해 불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즐겁고 편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과 시기가 답이 아닐까. 은퇴한 한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여러 경로로 잘 소개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은퇴 티샷 은퇴 시기 은퇴 인출 평균 은퇴
2025.10.06. 19:02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서류미비자부터 영주권자까지 강경 반이민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민권 취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고향 그리움, 뿌리와 정체성, 조국 사랑’ 등 정서적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했던 한인 영주권자들이 하나 둘 시민권 신청에 나서고 있다. “시민권을 신청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선 비슷한 내적갈등이 엿보인다. 한국 등 여러 나라 교육기관이 저학년 때부터 애국심을 강조한다. 그만큼 국적을 포기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굳이 애국심을 들이밀지 않아도 된다. 이역만리 조국과 연결된 ‘마음속 탯줄’이라는 끈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애착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단일(單一) 국적주의, 시민권을 신청하는 한인이 비슷한 내적갈등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 국적법(제 15조, 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상실)상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 쉽게 말해 나의 조국 한국은 자국민이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순간, 내 나라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LA총영사관 민원업무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500~3800여 명이 자발적 국적상실 신고를 했다. 한국 법무부가 처리한 최근 5년 동안 국적상실 건수는 매년 2만1000~2만5000명에 이른다. 2023년 기준 재외동포는 약 708만 명(외국 국적자 461만 명)이다. 지난 한 세기 사연 많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결과물이다. 재외동포청이 지난해 다산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재외동포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의 영향 분석’에 따르면 재외동포 응답자 90%가 ‘복수국적 신청연령에 해당한다면 신청하겠다’고 답했다. 복수국적 신청 이유로는 ‘한국에서 사업, 투자 등 경제활동을 위해서’가 36.5%로 가장 높았다. 한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꼭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40세로 낮추면 한국은 연간 7조6967억원 소비증가 등 총 12조4853억 원(약 85억 달러)의 생산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 정치권은 복수국적 허용연령 완화 어려움으로 국민정서(권리만 행사, 복지 예산 증가 및 일자리 경쟁)를 꼽았다. 21세기 글로벌 시대,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700만 명 이상의 해외 인적자산을 ‘집토끼’로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한인 1.5~2세들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재외동포의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로 인한 경제·문화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복수국적 허용은 세계적 추세”라며 “인력부족 현상을 국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면 경제가 파탄 난다. 복수국적 허용 문제가 이민정책에 포함됐고 결단을 내릴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19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도 “(일제강점기) 임시정부를 돕고 독립자금을 마련한 동포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있었기에 빼앗긴 빛을 되찾았다”면서 “동포사회의 염원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복수국적을 폭넓게 허용하며 인적자산을 활용한다. 복수국적 허용은 시대적 흐름이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정서를 핑계 삼아 미온적 자세를 고집하기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실천할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애국심 딜레마 복수국적 신청연령 외국 국적자 재외동포 복수국적
2025.10.05. 19:00
1930년대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은행은 줄줄이 파산했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농부들은 땅을 잃고 도시로 떠돌았고 도시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실직자들로 넘쳐났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노인이었다. 당시에는 연금제도가 없어 일자리를 잃으면 소득이 끊겼다. 가족에게 얹혀살거나 자선단체 무료 급식소에 줄서야 했고 일부는 빈민원이라 불리던 공공 수용소에서 말년을 보냈다. “늙었다는 이유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한다”는 분노가 커졌고 정치권에는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국가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며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그 핵심 가운데 하나가 1935년 8월 14일 제정된 사회보장법이다. 이 법은 미역사상 처음으로 연방정부가 국민의 노후 소득을 체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제도였다. 근로자가 일할 때 세금을 조금씩 내고 은퇴 후 그 돈으로 연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일한 만큼 늙어서도 보장받는다’는 개념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이었다. 반대도 있었다. “정부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공황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 대다수 국민은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동의했고 소셜 연금은 결국 안착했다. 1940년 첫 번째 연금 수령자는 아이다 메이 풀러였다. 당시 65세였던 그는 월 22.54달러를 받았다. 이후 1975년 100세가 될 때까지 총 2만2888달러 이상을 수령했는데 평생 세금으로 낸 돈은 약 24달러에 불과했다. 그가 매달 받은 수표는 “정부가 나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후 소셜 연금은 세대를 넘어 미국 사회의 기둥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1970년대 인플레이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이 제도는 흔들림 없이 작동했고 수많은 노인을 빈곤에서 지켜냈다. 그러나 90년이 지난 지금 소셜 연금은 다시 구조적 한계와 마주하고 있다. 평균 수명은 80세에 육박하고 은퇴 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퇴직자는 급격히 늘면서 사회보장국(SSA)은 2034년이면 신탁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약 24% 자동 삭감 전망이 나오면서 급여세 인상, 은퇴 연령 상향 검토 등도 거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노인이 여전히 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 연금은 원래 근로소득의 일부만 대체하는 기초 안전망으로 설계됐다. 최근 생활비가 오르면서 노후에 소셜연금만으로 살기 빠듯해졌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노후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저축을 꺼내 쓰거나 은퇴연금을 조기 인출하는 경우도 흔하다. 관세 인상 같은 외부 요인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면 은퇴자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현실은 은퇴 준비 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최근 50대 이후에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해 파트타임이나 컨설팅 형태로 소득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면 매달 받는 금액이 많이 늘어나므로 은퇴 시점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에 도움이 된다. 자산 운용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예금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어렵다. 배당주, 인덱스 펀드, 리츠(REITs) 등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 소셜 연금은 여전히 든든한 기둥이다. 그러나 그 하나만으로는 집을 지탱하기 어렵다. 커리어를 재설계해 더 오래 일할 준비를 하고, 자산을 다각화해 추가 소득원을 만들며, 건강을 관리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90년 전 세운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연금 고갈까지 남은 시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준비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연금 소셜 노후 소득 그후 소셜 은퇴 시점
2025.09.30. 18:41
얼마 전 프리웨이에서 후방 추돌 사고를 당해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병원에 가니 허리나 목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각종 물리치료 기기에 누워 회복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들 열이면 열, 모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목디스크나 거북목 치료를 받는 이들조차 누워서 조그마한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스마트폰은 이제 마치 우리 몸의 한 부분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처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현상’은 개인의 습관 차원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실제로 각종 조사 자료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올해 실시된 디멘드세이지 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하루 평균 6시간 37분, 밀레니얼 세대는 5시간 57분을 스마트폰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세대는 4시간 44분, 베이비부머도 3시간 38분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Z세대의 경우 하루 스크린 사용시간이 9시간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205차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대비 46.3%가 늘었으며 57%가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테크 소외계층으로 여겨졌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디지털 의존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딕션리소스가 최근 59~77세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무려 50%에 달했고, 절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식사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70%나 됐으며 40%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불안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당수가 디지털 중독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확산하는 배경엔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스마트폰 중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 닐슨의 지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 2년 새 106% 급증해 모든 연령층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유튜브는 이제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됐으며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6시간 이상 스크린을 보는 성인은 우울증 위험이 크다며 오락적 사용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지하지 못하는 과다 사용이다. 스마트폰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면서도 그 과정이 즐겁고 유익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특히 틱톡이나 릴스처럼 짧은 영상은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스마트폰 중독 탈출법을 찾아보니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를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한다. 앱별 사용 시간을 확인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자동으로 잠금이 걸리도록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아날로그 활동을 늘리는 일이다. 산책, 독서, 운동, 명상처럼 ‘느림’에 기반한 활동은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의도적으로 ‘디지털 금식’ 시간으로 정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안하겠지만, 점차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신박한 해답은 없는 듯하다. 중독이든 습관이든 결국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스마트폰은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도, 피폐하게도 만들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기기가 삶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때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시니어 중독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중독 이상 스마트폰
2025.09.29. 18:29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축제인 ‘아리랑축제’ 개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됐다. 아리랑축제를 주최하는 OC한인축제재단(회장 정철승, 이하 재단) 측은 최근 장소 확보에 실패, 축제를 열지 못한다고 밝혔다. 축제 장소 문제는 재단의 해묵은 골칫거리다. LA한인축제라고 하면 한인들은 서울국제공원을 떠올린다. 반면, 아리랑축제는 매년 장소 선정 문제로 고민해야 하고 때로는 아예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하게 고정된 개최 장소 없이는 축제가 방랑객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된 아리랑축제는 2022년엔 가든그로브의 US메트로뱅크 몰 주차장에서, 2023년엔 역시 가든그로브의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열렸다. 사실 재단 측은 공원보다는 쇼핑몰에서 축제를 여는 걸 선호한다. 몰은 관람객 접근은 물론 부스와 무대 설치, 청소, 경비 등이 용이하다. 전기와 물을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장소 사용 관련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공원에서 축제를 열면 불편하다. 몰의 장점을 뒤집으면 공원의 단점이 된다. 시에 지불해야 할 공원 사용료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재단은 몰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게 되면 공원 개최를 대안으로 삼았다. 지난 2011년 축제가 US메트로뱅크 몰 주차장을 벗어나 가든그로브의 빌리지 그린 공원에서 열렸던 주요인은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입점 업체가 한 곳이라도 있으면 시 당국이 개최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이듬해인 2012년 축제는 다시 US메트로뱅크 몰에서 열렸다. 이후 또다시 입점 업체들을 설득하다 지친 재단 측은 2013년엔 아예 가든그로브를 떠나 부에나파크의 매콤보 쇼핑센터에서 축제를 열었다. 2014년 축제는 부에나파크의 맬번길 비치~알론드라 길 사이 도로를 막은 채 거리 축제 형식으로 열렸다. 재단 측은 당시 축제의 성과에 크게 만족했지만, 도로 통제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으로 이후 다시는 거리에서 축제를 열지 못했다.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5년 축제를 건너뛴 재단은 2016년 축제를 부에나파크 시청 주차장에서 열었다. 부에나파크의 다른 장소에 비해 신통치 않은 결과를 거두자, 재단은 새 장소를 알아본 끝에 2017년 더 소스 몰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무된 재단은 2018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축제를 열었다. 이제야 마땅한 장소를 구했나 싶었지만, 2019년 축제는 다시 가든그로브로 돌아왔다. 더 소스 몰의 입점 업체와 쇼핑객이 늘면서 대규모 축제를 여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14년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점부터 최선이 아니라 차선, 또는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재단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아리랑축제를 매년 차질없이 개최하려면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최선의 장소를 찾고, 그곳에서 계속 축제를 열어야 한다. 방랑에 종지부를 찍어야 축제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축제는 가든그로브와 부에나파크, 두 도시에서만 열렸다. 한인이 밀집 거주하는 다른 도시에서 축제를 여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마침 정철승 재단 회장도 “내년엔 풀러턴이나 어바인에서 축제를 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축제의 질적 향상도 꾀하길 바란다. 매년 비슷한 축제란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베트남계 커뮤니티와 함께 마련한 2023년 축제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을 동원했지만, 소통의 문제와 한국 특산물 벤더, 한식 판매 부스의 매출 부진이란 문제점을 남겼다. 오랜 기간,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이 즐겨온 아리랑축제가 화려하게 부활하길 바란다. 그 선결 과제는 축제 개최 장소를 확보하고, 그 자리에서 지속해서 축제를 여는 것이다. 재단의 분발을 기대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아리랑축제 방랑 반면 아리랑축제 가든그로브 공원 축제 개최
2025.09.23. 18:23
20년 전 인디애나주 미샤와카라는 소도시에서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접했다. 낯선 나라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호기심은 커졌고, 한국에서 체험할 수 없던 여러 경험은 짜릿했다. 소방관으로 일하던 어학원 한 호스트 가장은 소방서에 초대해 영화로만 보던 큰 소방차를 직접 설명해 줬다. 그 소방관에게 “당신도 총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미국인이라면 다들 총기를 소유하지고 있지 않느냐라는 의도의 질문에 소방관은 눈빛이 변했다. “나는 총을 소유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총이 자기방어 수단이라고 말하지만, 총기를 집에 둠으로써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 그때 소방관의 진지했던 눈빛과 표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총이 흔하게 나왔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가볍게 여겼던 내 경박함이 창피했다. 그 후 기자로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그 소방관의 말뜻을 이해하게 됐다. 10여 년 전 가디나 한 아파트 2층 현관에는 핏자국과 함께 알 수 없는 유기물이 흩뿌려져 있었다. 현장에서는 한인 남편이 아내를 총격 살해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형적인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 사건이었다. 남편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미궁에 빠졌지만, 가정불화로 추정됐다. 현관의 유기물은 총상에 의한 뇌수였다. 총격 사건 현장의 처참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살해 후 자살은 비극 중에서도 비극이다. 단순 자살이 남은 가족에게 평생 가슴 아픈 트라우마를 안긴다면, 살해 후 자살은 커뮤니티까지 비통함에 빠지게 한다. 최근 한인사회에서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다시 반복돼 우려를 키운다. 가해자의 공통점은 가장이면서 총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자살’을 정신건강이 나빠진 극단적 부작용으로 본다.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를 겪으면 삶을 비관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감정 기복은 반복되고 급기야 자살행동을 촉발한다. 특히 총기는 정신건강이 불안정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무기라고 한다. 정신건강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사람도 감정(변연계)에 지배되는 포유동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생리학적으로 이성(전두엽)은 25세가 되어야 정립된다. 분노에 휩싸일 때 총기가 옆에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 충동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가정불화, 우울증 징후가 보인다면 총기는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정 박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가족은 때로 가장 미워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가족을 내 의지대로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총기 소유는 멀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때로 자기방어를 이유로, 만일의 사태에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총구가 거꾸로 본인과 가족에게 향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감정 기복이 심할 정도로 이성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주변에 이를 솔직히 털어놓고, 전문가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다. 총기 소지 위험을 미리 차단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부터 ‘총기 폭력 제한 명령(GVRO·Gun Violence Restraining Order)’을 시행 중이다. 누군가 정신건강이 불안정하고 총기 폭력 가능성까지 보일 경우 법집행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해당 인물의 총기 구매·접근·소지를 금지할 수 있다. GVRO(reducetherisk.ca.gov 참조)는 가족, 동거인, 직장 동료, 고용주, 학교 관계자, 친밀한 파트너 등 우려 대상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자기방어 총기 총기 소유 총기 폭력 총기 구매
2025.09.07. 19:00
주택시장이 심각한 불안정에 빠져 있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주택가격과 고금리, 기후위기발 보험료 폭탄이 삼중고로 겹치면서 시장이 교착 상태로 얼어붙고 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매물은 줄지 않고 셀러들은 가격 인하 대신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은 인센티브 경쟁에 몰두하며 단기 처방에 나서고 있다. 또, 주택소유주들은 폭등한 보험료를 감당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플랜을 택하고 있다. 그 결과 주택시장은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상실한 채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되지 않은 매물을 시장에서 아예 거둬들이는 ‘디스리스팅(dislisting)’은 올해 들어 38%나 증가했다. 전년 대비 무려 48% 늘어났다. 이는 셀러들이 “이 가격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마이애미의 경우 매물 100건 당 59건이 철회되는 극단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와 주택 수요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자 단기적인 버티기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집은 결국 시장 교착을 심화시킬 뿐이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더욱 벌어지게 한다. 신규 주택 건설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형 주택건설 업체 레나는 주택가격의 13% 이상을 인센티브로 제공했고 KB홈과 디알호튼 역시 비슷한 혜택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수요 위축을 가린 시간 벌기 전략에 불과하다. 가격 인하와 혜택 경쟁은 단기적 매출 유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건설사의 체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낳는다. 보험료 문제는 주택시장을 뒤흔드는 또 다른 변수다. 평균 주택보험료는 연간 3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네브래스카는 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토네이도, 산불, 가뭄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위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대형 보험사들은 아예 주택보험 시장에서 철수했고 많은 주택소유주가 고가의 공적 보험 대체상품인 페어플랜에 의존하고 있다. 집 소유가 더는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 잠재적 재앙의 책임으로 전락하는 현상은 주택시장의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혼란 속에 트럼프 행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국가 주택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몇 주 내로 주택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공급 확대를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표준화도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 거래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공급 부족과 가격 왜곡, 보험료 폭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56%로 하락해 10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집값 탓에 구매 여력은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셀러, 건설사, 보험사 모두 각자의 이해를 지키며 버티기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교착은 내 집 장만을 원하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단순한 금리가 아니다. 팬데믹 시기에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집값과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착시가 시장 전반을 왜곡시켰다. 이제는 가격 현실화, 규제 개혁, 보험 시스템 재설계 없이는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주택시장은 주택가격을 고수하는 셀러, 무리한 인센티브 경쟁에 내몰린 건설사, 그리고 보험료 폭탄에 신음하는 주택소유주라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비상사태 선포라는 강수를 두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구조적 개혁과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집값 불패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의 불안정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삼중고 주택 결과 주택시장 주택보험 시장 평균 주택보험료
2025.09.04. 18:41
지인이 카톡으로 이렇게 물어왔다. “주변에서 많이들 전기차를 추천하는데, 지금이라도 전기차를 사는 게 맞을까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프로그램 종료일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가격이 급등한 신차 구매가 부담되는 소비자들에게 7500불 크레딧 혜택은 결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이기 때문이다. 매일 장거리 통근을 해야 해 개스비 부담을 줄이고 반자율주행 기능이 절실한 입장에서 필자 역시 더 늦기 전에 전기차로 갈아타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기에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성형 AI 서비스인 퍼플렉시티, 챗GPT, 제미나이를 활용해 2025년형 현대 쏘나타 개솔린 모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그리고 테슬라 모델3 후륜 구동(RWD) 전기차를 비교해 봤다. 각 차량의 신차 가격(MSRP), 연료·전기 비용, 정비·유지비, 자동차 보험료 등을 바탕으로 3년, 5년, 10년 기준 총 소유비용(TCO)을 집계해 분석한 결과를 요청했다. 신차 가격은 옵션 및 세금 미포함으로 LA지역 개솔린 가격과 전기 요금을 반영했으며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30대 운전자가 매일 50마일씩 주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조사 결과 신차 가격을 포함한 3년간 총 소유비용은 쏘나타가 4만4376달러로 가장 낮았고 캠리 하이브리드 4만4497달러, 테슬라 모델3는 5만3953달러 순이었다. 5년 기준에서는 하이브리드 연비 차이 탓에 캠리가 5만5595달러로 쏘나타 5만7360달러, 모델3 6만3395달러보다 저렴했다. 10년 기준에서도 캠리가 8만4790달러로 가장 우수했고 모델3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비 덕분에 8만7700달러로 쏘나타 8만8070달러를 제쳤다. 비교 모델 중 MSRP가 가장 저렴한 쏘나타는 3년/3만6000마일 오일 교환 등 무상 정비가 제공되며 보험료와 감가상각이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 비용이 부담되는 이들에게 실속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2년/2만5000마일 오일 교환이 제공되는 캠리 하이브리드도 갤런당 50마일 연비로 연료비가 저렴하고 감가상각도 쏘나타보다 낮아 장기 운용 시에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의 결과는 전기차 세액공제 7500달러를 테슬라 모델3에 적용해 다시 계산하면 달라진다. 3년간 총 소유비용은 모델3가 여전히 4만6453달러로 쏘나타나 캠리보다 2000달러 전후 높지만 5년 기준으로 하면 5만5895달러로 쏘나타보다 1500달러 가까이 낮아졌다. 10년 누적 비용에서는 8만200달러로 캠리, 쏘나타보다 4500달러에서 8000달러가량 저렴해져 3개 모델 중 가장 비용 효율이 높은 차가 된다. 이달 안에 모델3를 구매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가 가장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정하기 전 한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조건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유지비와 연료비 면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졌지만, 높은 초기 차량 가격과 감가상각률,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고려하면 총 소유비용은 가장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델3의 5년 감가상각은 신차 가격의 50%에 달하는 1만9995달러로 쏘나타(45%, 1만1993달러) 캠리(38%, 1만792달러)보다 훨씬 높아 이를 반영하면 총 소유비용이 최대 1만6400여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 자동차 구매는 단순히 수치로만 결정할 수 없다. 얼마나, 언제까지, 어떤 조건에서 탈지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개솔린차가, 또 다른 이에게는 전기차가 정답일 수 있다. 지난달부터 업체들이 무이자 할부에 캐시백까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전기차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구매 또는 리스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황인 만큼 전기차 구매가 유리한 경우라면 서둘러 발품을 팔아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전기차 구매 전기차 구매 신차 구매 테슬라 모델3
2025.09.02.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