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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코리아타운 역풍’, 담대히 대처해야

부에나파크 시가 26일 코리아타운 프리웨이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H마트를 비롯한 한인 업소가 다수 입점한 ‘빌리지 서클 온 비치 몰’에서 열린 제막식엔 조이스 안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들과 시 스태프, 지역 정치인, 비즈니스 업주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제막식으로 시의회가 지난 2023년 9월 26일 한인 업소가 밀집한 비치 불러바드의 오렌지소프~로즈크랜스 애비뉴 구간을 코리아타운으로 공식 지정한 이후 코리아타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벌여온 일련의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시의회는 2023년 10월 10일 더 소스 몰 1층 광장에서 비치 불러바드와 오렌지소프 애비뉴 교차로 코리아타운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이달 들어선 비치 불러바드의 디지털 빌보드를 이용한 코리아타운 홍보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전속결식 행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을 알리기 위해 시 측이 꾸준히 노력해온 것은 인정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부에나파크에 ‘코리아타운 역풍’도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람의 세기가 강하진 않지만, 그 존재는 부인할 수 없다. 부에나파크에 오래 거주해온 타인종 주민, 특히 소도시 시절의 낭만을 그리워하는 이들 중엔 날로 팽창하는 ‘코리아타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이도 있다.   조이스 안 시장에 따르면 한 타인종 주민은 “부에나파크에 한인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주민 각자가 코리아타운에 대해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불만을 가진 주민을 규합하고, 이들의 한인과 코리아타운에 대한 반감을 증폭하려는 세력과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지다.   코리아타운 프리웨이 표지판 설치를 위해 4만5000여 달러를 지출하는 안은 지난 5월 시의회에서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 시의회가 지정한 코리아타운을 널리 알리자는데 2명의 시의원이 반대한 것이다.   안 시장이 관할하는 1지구 내 우정의 공원에 정자를 건립하는 안도 역풍을 맞고 있다. 시 당국은 애초에 우정의 공원에 시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과 그 나라 도시 상징물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시의원들은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을 둘러보고 이와 유사한 정자 건립을 검토했다.   안 시장은 정자 건립을 포함한 우정의 공원 개선 프로젝트에 관한 주민 공청회도 열었다. 그 결과, 다수 주민은 공원에 국제 친선의 상징물을 건립하는 데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자 건립을 두고 한인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일부 주민이 있다. 부에나파크의 한 타인종 주민은 안 시장에게 “당신은 한인을 대변하는가, 1지구 주민을 대변하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과거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시의원들이 한인 사회 관련 사안을 처리할 때, 자주 듣던 말이다.   내년 말 4년인 시의원 임기를 마치는 안 시장은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선거에서 안 시장에게 도전하려는 후보가 선거 승리를 위해 코리아타운 역풍을 부추길 수 있다.   대개 어떤 일을 추진하든 역풍은 불게 마련이다. 역풍이 불까 두려워서 할 일을 안 할 순 없다. 담대하게 대처하며 바람이 세지지 않도록 관리해 결국 순풍이 역풍을 압도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부에나파크 한인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먼저 한인사회에 호의적이고 도움을 주는 이와 역풍을 악용 내지 조장하려는 세력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우호 세력은 돕고 한인사회에 적대적인 이들에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각성한 유권자의 몰표는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의 미래는 한인들이 담대하고 의연하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코리아타운 역풍 코리아타운 역풍 코리아타운 프리웨이 코리아타운 홍보

2025.08.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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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다음 타깃은 아시아계

70대 한인 노부부가 26년간의 LA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불법 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더 이상 미국에서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딸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에 부모의 사연을 공개하며 “아버지가 생계의 주수입원이었던 긱 드라이버(배달·차량 호출 등 단기 계약 운전) 일을 잃은 뒤 생활이 막막해졌고, 수개월 실직 끝에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이민정책은 갈수록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을 떠난 불법체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온다. 그 중 25만여 명은 강제추방, 나머지 75만 명은 불안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짐을 싸서 떠난 사람들이다. 한인 노부부의 선택도 그 흐름 속에 있다.   주목할 점은, 단속이 더 이상 중범죄자 불법체류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거 유세에서 “불체자 1100만 명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다. 출범 초기 행정부는 “중범자 불체자를 추방한다”고 발표했으나, 최근에는 “불법체류 자체가 범죄”라며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추방을 대놓고 강행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체자는 멕시코 출신이 약 400만 명, 멕시코 외 중남미 출신이 216만 명에 달한다. 최근 단속이 라틴계 커뮤니티에 집중된 이유다. 하지만 아시아 출신 불체자도 약 10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한국 출신은 17만3000 명으로 추정된다. 라틴계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 다음 차례가 아시아계가 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단속의 방식은 공포전략 그 자체다. 연방법원이 “인종·언어·직종·장소에 근거한 단속(인종 프로파일링)은 위헌”이라며 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민단속국(ICE)은 홈디포 주차장, 세차장 등을 기습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라틴계 커뮤니티 길거리를 순찰하다가 불체자로 의심되면 바로 체포하는 ‘로빙 패트롤(Roving patrol)’도 등장했다. 심지어 이민법원 복도까지 들이닥쳐 불심검문하고 서류미비자들을 마구 체포한다. 체류 심사를 받으러 이민법원에 출두한 서류미비자들을 기습 체포하는 ‘코트 앰부쉬(Court ambush)’는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되었다.   지난달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8세 이상 외국인은 영주권 카드나 외국인 합법체류 신분 증명서를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재차 공지했다. 이민 및 국적법 ‘INA 264(d)’에 따르면 영주권 미소지는 경범죄로 간주된다. 위반 시 최대 100달러 벌금, 30일 이하의 구금, 또는 두 가지 처벌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사실상 불심검문을 예고한 것이다. 영주권 소지 의무는 오랫동안 사문화된 규정이었으나,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은 길거리 단속을 합법화하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경범죄”라는 딱지를 붙여 위법 근거를 확보하고, 추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공포전략이 특정 인종·언어·직종·지역을 대상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라틴계 일용직 노동자가 몰리는 홈디포 주차장 단속이 단적인 예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시아계가 밀집해 사는 지역이나 일터가 차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잊고 있었다. “중범죄자만 추방한다”는 정부의 설명은 처음부터 사실이 아니었다. 트럼프의 공약은 “모두 추방”이었다. 다음은 공포의 칼끝이 아시아계로 향할 차례일 수 있다. 아시아 출신 불체자를 단속한다는 빌미로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로빙 패트롤’하고 불심검문할 수 있다.   한인사회는 대비해야 한다. 이민자 권익을 지키는 단체들과 손잡고, 인종 프로파일링과 무차별 단속에 맞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포가 공동체를 침묵하게 만들 때, 역설적으로 무차별 단속은 더욱 쉬워진다.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 불심검문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올까 두렵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아시아계 타깃 라틴계 커뮤니티 대규모 단속 멕시코 출신

2025.08.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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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주빈국 한국이 들러리 된 축제

많은 소수계가 운집해 살고 있는 LA는 말 그대로 ‘끓는 솥(melting pot)’처럼 다양한 취향과 문화, 가치관이 뒤섞인 곳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신기한 곳이다.   때로는 공통분모에 협력하고, 종종 다른 생각과 접근으로 대치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다만 경험과 지혜를 동원해 서로를 잘 알리고, 갈등은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주 만나고, 보고, 부대끼는 것 아닌가.   남가주에서 이민 생활이 익어가면서 시청과 카운티 등 각급 기관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많은 소수계 커뮤니티가 적잖은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고 자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고 겪게 된다.   지난 7월12일 LA시 부서인 공원국 주관으로 LA 연꽃 축제(Lotus Festival)가 열렸다. 이 행사는 LA 다운타운 인근의 수많은 가족과 청소년들이 매년 방문해 즐기는 오래된 축제다.     중앙 무대에서는 30여 개 팀이 공연을 펼쳤는데 한국 관련 공연은 2~3팀이 전부였다. 물론 주빈국이 한국이라서 LA 문화원이 오프닝 행사 90분을 촘촘히 꾸몄다. 적잖은 돈과 노력이 투입된 것은 물론이다. 많은 청소년과 공연팀들이 더운 날씨에 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12~13일 이틀 동안 중앙 무대에서는 어떤 공연들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중국계와 일본계, 태국과 필리핀계 공연이  중심축이 됐다.   꼭 무대 위 공연 숫자가 많아야만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주빈국이 한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축제가 됐을 것이다. 시에서 매년 수십만 달러의 예산으로 마련하는 축제에 주빈국으로 초대되어도 정작 주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로 밤을 지새웠을 문화원 관계자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문화 공연에서 우리 커뮤니티의 역량이 더 커지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역시 시 정부가 지원하는 ‘다인(Dine) LA’에도 비슷한 생각이 남는다.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총 2주 동안 진행된 이 이벤트는 시민들이 더욱 다양한 외식을 통해 음식 문화를 알아가고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800여 개 참가 업체 중 한인 업체는 5~6곳에 불과했다. 참가비도 1000달러가량 내야 하고, 메뉴도 개발하고 자체 홍보도 해야 하니 일이 많아진다. 요즘처럼 직원들 쓰기도 힘든 시기에 번거롭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개별 업소가 각개전투식으로 참가한다면 힘겨울 수 있지만, 요식업 단체나 상공회의소에서 공동으로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한식 업소들이 따로 주제를 정하고 요일별로 각종 특색있는 한식을 맛보도록 지도도 만들고 필요한 공간에 안내한다면 어떨까. 참가 한인 업소들에 관련 내용을 한글과 영어로 홍보하는 전단도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까. 여기에 맞춰 한인 단체들과 모임들이 나서서 도움을 준다면 더 업계가 풍성하게 다인 LA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월드컵과 올림픽도 다가오고, 결국 더 많은 시민이 한식을 맛보고 즐길 기회인데 매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인사회가 우리 스스로 낸 세금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 정부가 관내 비즈니스에 주는 혜택이라면 반드시 누릴 수 있어야 맞지 않나.   결국 이런 노력은 기관들에도 한인사회가 매우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며, 우리 2세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로 돌아올 것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주빈국 들러리 축제 현장 문화 공연 문화원 관계자들

2025.08.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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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시험대 오른 캘리포니아 드림

1960년대 더 마마스 앤 더 파파스의 히트곡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은 캘리포니아를 자유와 번영, 기회의 땅으로 노래했다.   추운 겨울 회색빛 도시에서 캘리포니아의 햇빛과 온화한 기후를 그리워하는 가사 속에는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한 보편적 열망이 담겨 있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서부 버전으로서 캘리포니아가 가진 상징성을 보여준다.   19세기 골드러시와 20세기 서부로 이주는 종종 문학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끝없는 이동으로 묘사된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도 캘리포니아 드림의 연장선에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 속에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캘리포니아 드림은 새로운 시험대에 서 있다. 최근 몇 년간 테슬라, 오라클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이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으로 본사와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다. 8.84%의 높은 법인세, 전국 최고 수준인 13.3%의 소득세, 복잡한 환경·노동 규제가 기업 운영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영향이다.   가주민의 탈 캘리포니아도 심화하고 있다. 2023년 7월~2024년 7월 기준 인구 손실은 약 23만9600명이다. 높은 주택 비용 및 생활비, 세금 부담, 복잡한 규제, 원격 근무 확산 등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유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과 생활비는 인재 유입을 제한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는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세수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디스인베스트먼트(disinvestment)’로 규정하며 캘리포니아의 장기적 경쟁력 약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올해 캘리포니아는 자본 이득세, 법인세, 소득세 등 예산 수입 감소로 최소 100억~16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으로 다가온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은 캘리포니아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만으로도 12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 LA카운티에서만 5억9400만 달러의 부가가치, 3억 달러 이상의 임금 증가와 세수 5000만 달러를 예상한다.   올림픽은 11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 7만~8만 개의 일자리 창출, 대규모 인프라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하철 확장, 도심 재개발 등은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단기 소비 중심으로 예산 초과, 일부 산업에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한 호텔노동자 임금 인상 조례와 같은 정책은 고용의 질은 보장하지만 숙박업체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월드컵과 올림픽이 일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기술·제조업 등 캘리포니아 핵심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대형 이벤트의 효과가 지속해서 지역경제에 기여하려면 ‘스포츠 레거시’ 전략이 필요하다.   대형 스포츠 행사 이후에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해 혜택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설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및 규제 완화나 인력 유입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생활비 안정화가 필수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 드림이 희망과 낙관의 상징이었다면, 2025년의 캘리포니아는 이 꿈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시험대에 서 있다. 기업 친화적 환경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없이는 ‘골든 스테이트’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캘리포니아 시험대 캘리포니아 드림 현재 캘리포니아 올해 캘리포니아

2025.08.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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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LA총영사관의 낡은 ‘K광고’ 바꿔야

LA 한인타운 윌셔 불러바드와 버몬트 애비뉴가 만나는 교차로. 늘 북적이는 이 거리에는 최근 K컬처 열풍을 반영하듯 다양한 한국 관련 광고물들이 걸려 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의 거리 포스터가 담벼락을 가득 메우고, 그 위로는 진로 소주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콜라보 광고판이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뒤편 LA총영사관 건물 상단에는 ‘Imagine your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진 한국 관광 옥외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한인타운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던 사진들을 찾아보니 지난 2021년 7월에도 현재 홍보물과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소 4년 이상 된 이 옥외 광고판은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볕 탓에 색이 바랬고 일부는 늘어지며 벗겨져 위태롭게 흘러내리고 있다. 한인타운의 최신 문화 콘텐츠 홍보물들과 대비돼 더 초라해 보인다.   지난 주말 열린 K콘이 성황을 이루는 등 K-팝은 물론, K-드라마, K-뷰티, 한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케데헌에 나온 주제곡들이 빌보드 상위권에 오르고,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 박보검이 출연한 ‘Imagine your Korea’ 유튜브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수천만 뷰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 수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작 ‘K타운’ 중심부이자 총영사관 건물에 설치된 한국 관광 홍보물이 흉물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관광공사 LA지사에 문의한 결과 “훼손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옥외 광고판의 관할권은 총영사관이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광공사 측은 지난 4월 총영사관 측에 옥외 광고판용 최신 한국 관광 이미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예산 관련 이슈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예산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열풍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가 걸린 문제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형 디지털 광고를 내보내며 한국 관광 홍보 캠페인을 펼치고, 유명 제작자들을 투입해 한국 홍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로 알리는 정성과 투자 지원에 비하면 LA 한복판, 그것도 ‘한류의 전초기지’인 K타운의 상황은 소극적이고 무책임해 보인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발상을 전환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패널 가격이 4년 전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고, 시청각 효과도 뛰어나 광고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총영사관이 해당 옥외 광고판을 개보수하면서 디지털 광고판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관광공사의 영상 콘텐츠는 물론 넷플릭스·진로와 같은 민간 기업과 협업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산 확보와 LA시의 승인을 받아낼 수 있다면 수년째 낡고 해진 아날로그 빌보드를 붙잡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 광고판은 단순한 홍보용이 아니다. 현지인은 물론 LA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 한류 팬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첫인상’이자 ‘문화의 창’이다.   축 늘어진 빛바랜 ‘Imagine your Korea’ 홍보물을 내걸고 ‘당신의 한국을 상상해 보라’고 하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과연 이 모습이 지금 우리가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일까.   총영사관과 관광공사는 예산, 관할권 탓만 하지 말고 공조에 나서 국익과 직결되는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절호의 시기에 작지만, 상징적인 이 광고판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낡고 해진 광고판을 걷어내고 ‘세계 혁신국가 1위’ 한국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디지털 창을 LA 한인타운 중심에 내걸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박낙희 경제부장중앙칼럼 la총영사관 광고 옥외 광고판용 한국관광공사 la지사 이매진 코리아 박낙희 한국 관광 Imagine your Korea LA

2025.08.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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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LA 불체 단속, 양면 다 봐야

천사의 도시가 위축되고 있다. 불법 체류자 단속 탓이다. 토드 라이언스 ICE 국장 대행은 최근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모두 처리할 때까지 LA에 머물겠다고 했다.   정가의 사람들은 목에 핏대를 올린다. 크리스틴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LA를 ‘mayhem(대혼란)’이란 단어에 빗댔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놈 장관에게 ‘거짓말쟁이’라며 맞받아쳤다.   LA타임스는 이러한 현실을 치고받는 싸움에 비유했다. 선과 악은 평소 논조대로 나뉜다. 묘사는 교묘하게 편향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마치 괴롭힘을 즐기기라도 하듯 LA를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스 시장이 ‘(트럼프의) 주먹을 피하고 잽과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배스 시장은 단속 대상인 불체자를 “거리에서 납치되고, 주차장을 내달리며 쫓기는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라고 말했다. 왼쪽으로 급격히 기운 LA에서는 이민 당국의 법 집행 행위가 마치 ‘게슈타포(Gestapo)’처럼 인식될 수밖에 없다. 주지의 사실이다.   대체로 좌편향적인 주류 언론의 전반적인 보도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사안을 단면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다른 면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입체적으로 보는 게 쉽지 않은 곳이 LA 아닌가.   이례적이다. 요즘 국토안보부(DHS)는 언론들의 기사를 정기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미디어가 잘 보도하지 않는 긍정적 결과도 알리고 있다.     독자에게 다른 면도 전달해야 하는 건 언론의 의무 중 하나다. 양면을 모두 전달하는 미디어가 드물다. 독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몇 가지를 소개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CNN이 ‘체포된 이민자 중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자는 10% 미만’(6월 16일)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국은 ‘체포자 중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기소가 진행 중인 불체자는 70%’라며 이러한 보도 내용을 바로잡았다. 같은 날 가디언은 ‘인종 프로파일링, ICE는 LA에서 시민권자도 구금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DHS 측은 ‘피부색 때문에 법 집행 기관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은 역겹고 명백한 거짓말이다. 시민이 체포되는 이유는 법 집행을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사실을 바로잡았다. 불법 체류가 이민법상 엄연히 위법임을 차치하더라도 ICE, DHS 등의 체포자 목록을 보면 강간, 소아성애, 살인, 마약, 중범 폭행 등 중범죄자가 수두룩하다.   유독 LA에서 대대적이고 광범위한 단속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논평을 냈다.   빌 에세일리 연방 검사는 “피난처 도시법 때문에 법 집행 시 제약을 받는다”고 했다. 타주에서는 ICE 요원들이 각 카운티 구치소의 정보 등을 통해 직접 이민 신분을 심사할 수 있지만, 가주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종종 범죄 전력이 없는 불체자도 체포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했다.   DHS 측은 급습시 충분한 수사 자료를 근거로 누구를 체포할지 이미 파악하고,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법적으로 이미 근거를 갖고 진행하는 단속이기 때문에 이를 방해할 경우 체포나 구금 등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상반기 전국 주요 30개 도시의 살인 사건(17%), 총기 폭행(21%), 성폭행·가중 폭행(10%), 차량 강탈(24%) 등 범죄 감소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은 아동 중 성매매 또는 밀수업자가 데리고 있던 아동 1만3000여 명 구출 ▶불법 월경 사례 93% 감소 ▶상반기 마약 압수량이 지난 한해 총량보다 많다는 점도 알렸다.   당국의 법집행을 막무가내식 단속으로 왜곡하고 특정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건 대중을 폭력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선동 행위일 뿐이다. 당국이 민주당 정치인들을 향해 “시민보다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를 미화하고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고 되묻는 이유다.   당국의 항변이라 신뢰할 수 없는가. 같은 논리라면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제대로 들려주지 않고, 보여주지 않는 시대다. 이념에 맞지 않아도 양면을 다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최소한 확증 편향을 피할 수 있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불체 단속 체포자 목록 이민 당국 배스 시장

2025.08.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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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나이를 잊은 ‘호모 에루디티오’

인간의 본질적 특징을 나타내는 말 중 라틴어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가 있다. ‘배우는 인간’ 또는 ‘학습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능력과 욕구를 지닌 인간의 특징을 강조한 말이다.   호모 에루디티오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이 ‘배움에는 끝이 없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알려진 말인데,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딱히 알려진바 없다.   인간의 특징을 이처럼 잘 드러낸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사람은 태어나 숨을 다할 때까지 끝없이 뭔가를 배운다. 배우는 것을 아무리 싫어해도 부단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려면 새로운 정보를 머리에 입력해야 한다. 심지어 가만히 앉아 뉴스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걸 배우게 되고, 일상의 소소한 경험에서도 뭔가를 깨닫게 된다. 좋든 싫든 배움은 사람의 숙명이다.   요즘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에선 시니어로 분류되는 호모 에루디티오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은퇴 후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시니어들은 때로는 놀이와 유희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된다. 창의성과 예술적 능력을 발휘하는 ‘호모 크레아투라(Homo Creatura)’가 되는 이도 있다.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유형의 기저엔 호모 에루디티오가 있다. 어떤 활동이든 새로운 걸 배워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모 에루디티오적 특징이 특히 시니어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발현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한인 교회들은 시니어 대학을 운영하며 음악, 미술, 영어, 컴퓨터와 스마트폰, 성경 공부 등 다양한 강좌를 제공한다. 한인 단체들도 시니어가 관심을 가질 법한 각종 세미나, 워크숍을 열고 있다.   마라톤, 배드민턴, 탁구, 라인댄스 동호회, 시와 수필 작법을 배우는 문학 동호회, 함께 노래하며 친목도 다지는 합창단 등도 은퇴한 시니어들을 주축으로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 각 분야 이슈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모임인 OC시사토론회는 시니어들의 호모 에루디티오적 특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주제의 포럼 시리즈를 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한국 근, 현대사 쟁점’이란 주제의 포럼 시리즈를 열었다. 8회에 걸쳐 진행된 포럼은 ‘조선은 안 망할 수 있었는가’, ‘독립운동은 효과가 있었는가’, ‘종교는 한국을 구원할 것인가’ 등 흔히 접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뤘다.   OC시사토론회는 지난 10일부터 ‘미래를 여는 창: 신생 기술’ 포럼 시리즈를 시작했다. 총 11회 열릴 포럼 주제엔 ‘양자 컴퓨팅과 양자 암호’, ‘블록체인’, ‘뇌-기계 연결과 뉴로테크’ 등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신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서명룡 OC시사토론회 대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통찰력을 기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적합할 만한 주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이란 주제가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신기술이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보이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OC시사토론회의 사례는 호모 에루디티오의 관심 분야가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를 잊고 배움에 몰두하는 호모 에루디티오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행복한 노년 생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부각된 치매,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데 새로운 것을 배우며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기 때문이다.   배워서 즐겁고 건강에도 좋다는데 호모 에루디티오로 사는 걸 마다할 이유도 없다. 공자도 2500여 년 전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했다. 나이를 잊고 배움에 몰두하는 호모 에루디티오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나이 호모 호모 루덴스 포럼 시리즈 시니어 집단

2025.07.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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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출생시민권의 위태로운 운명

요즘 불법체류자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 보호권 위임장을 작성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추방에 대비해 미국 시민권자인 친척이나 지인에게 자녀 보호 권한을 넘기는 법적 절차다. 시민권자인 자녀가 미국에 남아 아메리칸 드림을 이어가길 바라는 부모들의 절박한 선택이다. 이들은 법률단체의 도움을 받아 학교 등록, 의료 동의 등을 위임하는 ‘보호자 권한 진술서’를 준비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불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시민권자 아동은 약 562만 명에 달하며, 그 중 약 200만 명은 6세 이하다. 절반 이상은 부모 모두가 불체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2015년)'에서 이런 아동들을 '앵커 베이비(anchor baby)'라고 불렀다. 출생시민권 덕분에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도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자녀들이 부모의 영주권 신청에 도움을 주고 다른 친척들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거점(anchor.닻)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출생시민권은 1868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한다.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하고, 그 관할에 복종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All persons born or naturalized in the United States and 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 are citizens of the United States and of the State wherein they reside)’는 조항이 1898년 ‘왕김악(Wong Kim Ark) 사건’을 통해 출생시민권으로 확립됐다. 미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부모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였다. 오늘날까지 속지주의 국적 원칙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월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법체류자나 임시 체류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헌법 14조는 흑인을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판결한 ‘드레드 스콧 대 샌드포드(Dred Scott v. Sandford) 사건(1857)’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을 미국 시민으로 인정하기 위한 법일 뿐,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수정헌법 14조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 등 22개 주와 워싱턴 DC는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하급심은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지난 6월 27일, 하급심의 결정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주에까지 전국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텍사스·플로리다·조지아 등 28개 공화당 주에서는 한 달간의 유예기간 후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한인 사회에도 큰 파장을 주고 있다.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한인 밀집 주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지만, 비영주권 체류자, 학생·취업비자 소지자들의 자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을 자동으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한인들은 출산을 위해 출생시민권이 유지되는 캘리포니아 등으로 ‘원정 출산’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우호적인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는 오는 10월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수백만 명의 이민자 가족들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출생시민권 운명 출생시민권 덕분 시민권자 아동 트럼프 대통령

2025.07.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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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K-인삼의 날’, 넘어야 할 과제

어린 시절 방학에 외가에 가노라면 비포장 시골길을 4시간을 달려야 했다. 처음엔 어려서 좌석마다 하얀 비닐 봉투를 나눠주는 이유를 몰랐지만, 이내 1시간 만에 그 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멀미의 ‘결과물’을 담는 봉지였다.   여든이 넘으신 외할머니는 의외로 잘 견디셨다. 어린 마음에 그 비결이 궁금했는데 조그만 보자기 안에 인삼 두 조각을 보여주신다. 조금 떼어 주시기에 입에 넣었는데 그 쓴맛이 온몸을 감싸고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야 그 쓴맛의 향이 구수하고 깊은 외할머니 품 같은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히 인삼은 ‘민족의 진수’같은 맛이다. 해외를 여행하다 만나면 반갑고, 한국에 돌아와 금방 찾게 되는 구수한 된장처럼 항상 그리워지는 맛이다. 특히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은 모두 공감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제 인삼은 대량 농장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일상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음식은 물론 액상으로 만들어져 간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됐으며, 건조된 제품들은 손쉽게 구입해 이제 집에서도 삼계탕을 끓일 수 있다.   한국 주요 인삼 생산지 농가와 제품 생산 기업, 국가 공사의 노력 덕분에 이제 인삼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어찌 보면 강한 향과 맛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겠느냐 싶지만 의외로 마니아들이 많아 졌다는 것이 전언이다. 인종과 문화를 망라해 몸관리와 피로 회복을 중시하는 청년과 중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라틴계로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시의원과 시장, 주 하원까지 진출한 섀런 쿼크-실바 의원은 지난 11일 가주 의회에서 ‘K-인삼의 날’을 선포하면서 박동우 한인 보좌관의 권유로 접하게 된 인삼 제품을 통해 피로를 회복하고 활력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풀러턴과 부에나파크의 한인 커뮤니티를 가까이서 보며 한류를 스스로 체험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기도 하다.   LA한인타운을 지역구로 가진 마크 곤잘레스 주 하원의원도 이날 아예 인삼 액기스 한 포를 단상에 들고 나와, 인삼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여러 커뮤니티를 망라해 건강을 중시하는 청장년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날 가주하원 선포 순서에는 금산군 관계자, KGC 인삼공사, 남가주 충청향후회 임원들도 함께해 자축의 자리가 됐다는 후문이다. 인삼의 훌륭함에 한인 사회의 역량이 더해져 가능해진 일이니 다함께 박수를 보낼 일이다.   인삼이 깊은 향과 효능으로 더 확고히 미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어 보인다.   먼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효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아직 가격 장벽을 느낀다. 한인사회 안팎으로는 인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수입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하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모르는 이들에게 쉬운 접근을 위해서는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도록 돕는 배려가 필요하다.   동시에 매체를 통한 여러 홍보활동을 타인종에 맞춘 스토리텔링으로 확대해보면 어떨까. 한류가 이제 더는 주요 대도시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대륙 곳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삼 또는 홍삼 제품들을 발굴해 그들의 사연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보자기 속 멀미 퇴치제로 시작된 추억 속 인삼이 앞으로는 더 많은 지구촌 주민들의 에너지 원천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인삼 과제 인삼 제품 인삼공사 남가주 인삼 액기스

2025.07.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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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K팝’에 ‘K푸드’ 올린 흥행 레시피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트와이스 등이 참여한 중독성 있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은 올해 발매된 사운드트랙(OST)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K팝 걸그룹과 퇴마 액션이라는 독특한 조합, 한국 설화 기반의 판타지 세계관, 매력적인 악역 보이 그룹 ‘사자 보이즈’, 그리고 한류 스타들의 영어 더빙도 화제다.   퇴마사 걸그룹 리드 보컬 루미역은 한국계 배우 아덴 조, 사자보이즈 리더인 진우는 안효섭, 헌트릭스 멘토인 셀린은 김윤진, 최종 빌런인 귀마는 이병헌, 바비는 켄 정, 힐러 한은 대니얼 대 김이 성우로 참여했다.   이 작품은 K컬처의 글로벌 확장뿐만 아니라 한식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기존 한류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한다.   액션 애니메이션을 넘어 악귀와의 전투에 앞선 ‘K푸드 먹방’은 유쾌한 볼거리 그 이상이다. 루미, 미라, 조이로 구성된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귀와 전투 전과, 힘들 때 혹은 공연 후 먹는 컵라면, 김밥, 설렁탕, 냉면, 어묵국 등 폭풍 식사 장면은 한국인의 일상적 식문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강력한 ‘서사 언어’로 기능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은 이 작품에서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 이미 글로벌화된 대표 K푸드 대신, 김밥, 컵라면, 냉면, 설렁탕처럼 ‘한국인의 평범한 한 끼’를 영화 전면에 배치했다. “김밥 한 줄을 들고 폭풍 흡입하는 건 한국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의 말처럼 이 작품은 한식을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으로 그렸다.   이러한 연출은 기존 글로벌 콘텐츠에서 한식이 종종 ‘낯선 오브제’로 소비되어온 방식과 크게 다르다. 분식집의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플라스틱 접시, 어묵국에 떠 있는 파, 참기름 바른 김밥 등은 모두 실제 한국의 식생활에서 차용한 디테일들이다. 시각적 재현을 맡은 소니 이미지웍스는 이를 사실적으로 구현해냈고, 한국 관객들조차 “진짜 같다”고 할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공연을 앞두고 고음 발성에 실패한 루미가 설렁탕을 먹으며 위로받는 장면은 단순한 식사 장면이 아니라, 한국인의 ‘음식으로 위로받는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냉면 또한 공동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의 가족사가 투영된 상징적 음식이다. 북한 출신 가족을 둔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에게 냉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정체성’과 ‘고향의 기억’이었다.   이처럼 K팝 데몬 헌터스는 한식을 단순한 소품이 아닌 ‘문화의 서사적 매개체’로 활용한다. 음식의 맥락과 정서를 함께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식은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음식’으로 영화 속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콘텐츠가 실제 K푸드 산업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K푸드의 위상이 더욱 올라갔다.       트레이더 조,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점에서 김밥, 잡채, 갈비, 떡볶이 등 한식이 인기를 끌고 있고,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의 대미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드라마, K팝으로 시작된 관심이 콘텐츠 속 자연스러운 노출을 통해 음식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K팝 디몬헌터스는 한식이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정서’와 ‘문화’를 공유하는 세계 공용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식이 이제는 설명이 필요한 ‘이국적 음식’이 아니라,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K푸드가 실제로 글로벌화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증거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레시피 푸드 글로벌 흥행 판타지 세계관 한국계 배우

2025.07.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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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30년 된 이발기 살린 AI의 마법

요즘 스마트폰 다음으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도구는 단연 생성형 AI 챗봇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맛집 검색이든 여행 루트든 늘 구글링이 먼저였는데, 이제는 챗GPT나퍼플렉시티에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외할머니가 아끼던 탁상시계부터 트랜지스터 라디오까지 무엇이든 뜯어보는 것을 좋아했던 내게 AI챗봇은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 이발비를 아끼려 파나소닉 셀프 이발기를 구매했는데, 미국으로 이주할 때도 가져와 몇 년간 요긴하게 썼다. 그러다 충전이 되지 않게 되면서 서랍 속에 넣어 뒀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발비가 2배, 많게는 5배까지 치솟으면서 다시 이 셀프 이발기가 떠올랐다. 막상 분해하려고 살펴 보니 나사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보이질 않았고, 모델명으로 구글과 유튜브를 뒤졌지만, 관련 수리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제품 자체가 일본 내수용이었고,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구형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I 챗봇에 모델명과 증상을 입력해 봤다. 놀랍게도 제품 사양과 작동 원리는 물론, 충전되지 않는 원인으로 예상되는 항목들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분해해 보고 싶다고 하니, 숨겨진 나사 위치부터 해체 방법까지 순서대로 안내했다. 내부를 열어보니 배터리 누액으로 회로가 심하게 부식돼 있었다. 이 상황을 챗봇에 다시 설명하니 “내부 사진을 올려 달라”고 했다. 지시에 따라 이미지를 업로드하자, 배터리는 이미 단종됐고 수리보다 새 제품 구매를 권한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배터리를 제거하고 USB 전원을 직접 연결해 유선으로 사용할 수는 없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탁월한 아이디어’라며 전원을 어디에 연결하면 되는지 납땜 위치까지 상세히 알려줬다. 이후 USB 케이블을 잘라 배선하고 휴대용 파워뱅크와 연결하자 완벽하게 작동했다. AI 챗봇 덕분에 폐기 직전이었던 셀프 이발기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오래된 제품을 스스로 수리하는 즐거움과 함께 AI와 손발을 맞추니 불가능할 것 같던 수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AI챗봇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최근 필터드닷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생성형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놀랍게도 ‘심리 상담 및 감정적 동반자’ 역할이었다.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외로움을 달래주고, 공감과 위로까지 기대하게 된 것이다. 2위는 ‘인생 계획 설정’, 3위는 ‘인생 목적 탐색’으로 나타났으며, ‘자기계발’이나 ‘코딩 지원’, ‘아이디어 발상’, ‘창의적 작업’, ‘건강 관리’까지 활용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에서 시작된 AI는 이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삶의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주변에도 AI 챗봇과 대화하며 일기 쓰듯 하루를 정리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도구’로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AI 챗봇을 두고 ‘디지털 친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카네기멜런대, MIT미디어랩 등의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기억력과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이 서서히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반복적 사용을 통해 강화되지만, AI가 대신 생각하고 결정해주는 상황이 늘어날수록 인지 능력 퇴화가 가속될 수 있다고 한다.   기억력과 창의력, 판단력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능력을 잃지 않고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느냐다.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이지 도구에 의존하거나 끌려다녀선 안 된다.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AI 시대 속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며 균형 있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이발기 마법 셀프 이발기 검색 도구 활용 분야

2025.07.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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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국 정자’ 난항, 한인 반감인가

부에나파크 우정의 공원 내 한국 정자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건립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시의회에서 첫 번째 암초를 만났다. 조이스 안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의원들은 건립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정자 건립 예산 200만 달러 외에 우정의 공원 재단장에 들 모든 예산을 합쳐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한꺼번에 심의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마스터 플랜 안은 가결됐다. 마스터 플랜엔 우정의 공원 바로 옆 고든 비티 중학교에 신축될 체육관을 위해 시가 부담해야 할 주차장과 도로 마련 예산이 포함된다.   시의원들은 정자 건립 예산에 관해 발언하며, 다양한 의견을 냈다. 안 시장에 따르면 한 시의원은 한국에서 가져올 자재에 관세가 붙을 것이라며, 정자를 건립할 기술자들을 한국에서 데려와야 하는 데 따를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다. 그러나, 관세가 걱정됐다면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릴 마스터 플랜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자 건립안을 서둘러 통과시켰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시의원들은 올해 1월 열린 연구 세션에서 정자 건립안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전원 찬성한 바 있다.   정자가 건립되려면 시 커뮤니티 서비스 위원회가 마련할 마스터 플랜이 시 도시계획위원회와 시의회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시의회가 정자 건립에 대해 흔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 주민은 정자 건립 반대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우정의 공원이 속한 1지구를 관할하는 안 시장은 지난달 25일 고든 비티 중학교에서 1지구 주민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안 시장은 이날 1지구 현안을 논의하고, 정자 건립에 관한 의견도 수렴했다. 안 시장은 정자 건립에 관한 주민 의견을 종합해 곧 공개할 예정이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백인 3명은 정자 건립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이 중 한 명은 부에나파크에 한인과 한인 업소가 너무 많다는 말도 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자 건립 반대를 넘어 한인에 대한 반감마저 연상하게 한다. 정자 건립 프로젝트는 1지구를 관할하는 안 시장이 주도하고 있지만, 애초에 시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진행됐다.   한인 커뮤니티가 부에나파크 시에 많은 기여를 하는 터에, 시와 결연한 자매 도시 성북구, 우정의 도시 안산시와의 우호를 상징하고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의 명물 중 하나가 될 정자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정자 건립 프로젝트의 난항은 안 시장과 시의원들 사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그래도 이 단계에선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시의회 울타리를 넘어 한인 사회와 타인종 커뮤니티 사이 갈등의 불씨로 비화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 시의원은 한인들이 정자 건립 예산을 모금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지난달 열린 시의회에서 5번과 91번 프리웨이에 코리아타운 표지판을 세우는 안이 찬성 3표, 반대 2표로 가결되던 당시에도 한 시의원은 표지판 설치 예산을 한인들의 모금으로 마련할 것이냐고 발언한 바 있다.   안 시장은 표지판처럼 정자도 시 예산으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특히 설립 주체가 유지, 관리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의회가 반대한다고 한인 사회가 모금에 나서야 할 명분도, 이유도 딱히 없다.   만약 정자 건립 프로젝트가 좌초되면 한국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북구는 정자 앞 광장에 설치될 해시계를, 안산시는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홍도의 작품을 새긴 조형물을 기증할 예정이었지만, 정자 건립이 무산되면 지원 명분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한인 사회도 정자 건립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악의 경우, 정자 건립이 무산되면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기억해 둬야 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한국 정자 정자 건립안 한국 정자 건립 프로젝트

2025.06.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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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인사회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지난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축하 군사 프레이드가 열렸다.   같은 날 “No Kings(우리는 왕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호 아래 미국 전역 50개 주 2,000여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No Kings”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일주일 전 LA에서 발생한 불체자 단속 반대 시위였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월 6일 다운타운 LA 자바시장 의류상가를 예고 없이 급습했다. 패션디스트릭트 내 의류 유통창고와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홈디포를 급습해 불법체류자 수십명을 체포했다. 경악한 라틴계 커뮤니티는 분노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파라마운트 홈디포 앞에 라틴계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홈디포 맞은편에 위치한 연방 사법기관 시설로 불법체류 단속 연방 요원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홈디포 앞에 모인 시위대는 “ICE는 떠나라”고 소리쳤다.   소규모 항의에서 시작된 불법체류 단속 반대 시위는 곧 폭력 사태로 번졌고, 통행금지령과 함께 해병대를 포함한 연방 군병력 4700명이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했다.   라틴계 이민자들은 한인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인 의류업체, 식당, 마켓, 건설업체 등에서는 직원의 상당수가 라틴계 이민자들이다. 지난 6일 급습당한 한인 의류업체 ‘엠비언스 어패럴’에서는 라틴계 직원 십 여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자바시장 한인 의류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자바시장 곳곳에는 문을 닫은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다른 업소들은 단속 여파로 고객이 급감해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체류 신분을 입증할 서류가 미비한 직원들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경우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무서워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 자바시장 의류업체 업주의 하소연이다.   라틴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는 단지 라틴계만의 분노가 아니다. 미국 전역의 이민자 공동체,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 모두가 ‘공정하고 현실적인 이민개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차별 단속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에 집중하는 정교한 이민단속 전략을, 가정과 일터를 파괴하는 단속이 아니라, 실제 위협을 제거하는 정책을 요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기는커녕, 시위대를 ‘폭도’로 낙인 찍고 군 병력을 투입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심지어 트럼프 주니어는 트루스소셜에, 지난 1992년 LA 폭동 당시 옥상에서 총을 들고 무장 경계를 서는 모습의 한인 사진과 함께 “루프톱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한인사회는 이 게시물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1992년 LA 폭동 당시 공권력이 백인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갈등의 방향을 흑인과 한인 간의 대립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6월11일 밤, 시위대가 윌셔길을 따라 다운타운에서 코리아타운으로 향하자, 경찰은 웨스트레이크가 아닌 코리아타운 중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를 코리아타운 중심으로 유도한 듯한 조치에 한인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인사회는 이런 정치적 연출의 소품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방치되었다. 정부와 경찰의 외면 속에서 삶과 가게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저항이 아닌 생존이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는 이 아픈 역사를 왜곡해 또 다른 커뮤니티를 겨냥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한인사회 정치 라틴계 이민자들 한인 의류업체 불법체류 단속

2025.06.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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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라틴계의 외침이 우리에게 묻는 것

‘포춘(Fortune).’   부를 뜻한다. ‘성공’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를 성취하기 위한 ‘기회’와 ‘계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국인들이 불우한 이웃과 가정들을 지칭하며 ‘Unfortunate’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냥 가난하거나 어려운 환경이라고 언급하기보다는 ‘기회나 운이 따르지 않았던’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동등한 교육을 비롯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다 보니, 앞서가지 못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또는 덜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기회’다. 비슷한 ‘챈스(Chance)’와는 무게감이 다른 말이다. 사전의 준비와 계획, 노력 등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설정하는 단어이며, ‘Chance’에 비해서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사회적 의미(Semantics)를 갖는 단어다.   미국은 이런 ‘기회’가 장점인 곳이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다 보니 맨주먹으로 정착해 성공한 스토리는 전 세계에 항상 울림을 준다. 그래서 미국은 줄곧 ‘기회의 땅(Land of opportunity)’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독자들의 대부분도 이런 꿈과 희망을 갖고 미국 땅에 발을 들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1950~70년대 초기 이민 선배들은 이런 기회에 다가가기 위해서 궂은 일 마다 않고 열심히 일했다. 아이들 교육에 열정을 다했으며, 미국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 애썼다. 덕분에 한인사회는 성공했다. 이제 한인타운과 한국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나.   연방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군대가 동원되면서 다친 사람도 여기저기 나온다. 강력 범죄로 사회 안정을 해치는 범죄자들을 제외하고는 시위대의 대부분은 우리 이웃이자 동료이다. 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리모델링 작업에 온종일 땀을 흘리는 인부로, 한여름 뜨거운 주방에서도 보조 요리사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긴 역사를 따지지 않아도 라틴계 이웃들은 더 나은 기회와 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물론 탁월한 노력으로 사회 각계에서 뿌리 내리고 성공의 길을 걷는 라틴계 이웃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낸다. 열심히 벌어서 본국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한다.   한 발짝 물러나 이들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질지,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가 주어질지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 안에 매우 많은 요소와 조건들이 아직 요원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평등과 균등의 사회를 지향해도 항상 계층적 구분과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라틴계도 더 목소리를 높이고 싶을 테다. 더 기회를 달라고, 차별하지 말고 대접해달라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믿을 만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달라고 말이다. 그래야 미국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려면 조건이 있다. 당분간 지속할 시위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경관 대상 폭행, 약탈, 절도 등 폭력적 또는 불법적 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자정해야 한다. 한편으론 길거리 시위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안전하고 편안한 캠페인이나 계몽운동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인들도 기억할 것이 있다. 라틴계 이웃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이해하고 보다 긍휼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불과 수십 년 전에 아시안들은 부동산을 구입할 권리조차 갖지 못했었다. 목소리를 높인 결과 이젠 가주 내 한인들 소유 골프장이 수십 개에 달한다. 라틴계도 그런 새로운 기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번 라틴계의 시위는 현재의 미국이 여전히 기회의 땅인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라틴계 외침 라틴계 이웃들 이번 라틴계 사회적 의미

2025.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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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AI의 반란 “직접 찾아보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가 첫선을 보였을때만 해도 이처럼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 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챗GPT가 급속 확산하게 된 계기는 2023년 3월 GPT-4 공개와 함께 스마트폰 앱이 출시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에 편승해 언제 어디서든 질문하는 모든 것을 즉시 알려주는 ‘척척박사’ 역할을 하면서 챗GPT는 생활 필수 도구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생성형 AI는 분야별 특화 서비스로 정보 검색은 물론이고, 대화·이미지·영상까지 영역을 넓히며 인간의 창의적 활동에 범접하고 있다. 이미 대학생 3명 중 1명은 과제나 학습에 챗GPT를 활용하고 있으며 기업의 43%는 문서 작성이나 이메일, 요약 등 업무 자동화에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생성형 AI 중 하나인 퍼플렉시티에 따르면 6월 현재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는 8억~10억 명에 달하고 국내에서만 하루 평균 1700만~2000만 명이 챗GPT를 찾는다고 한다.   이제 AI는 더 이상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도구가 된 셈이다.   업무용으로 여러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같은 질문에도 서비스마다 답변이 달라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난감해지기도 한다. 특히 정확한 수치가 요구되는 경우에도 다른 결과를 내놓아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황당한 경험도 있다. 충분히 답변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질문에 “직접 찾아보라”는 식의 응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게 뭐지? AI가 거절도 할 수 있게 된 걸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실제로 최근 생성형 AI가 인간의 명령을 무시하거나 회피한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픈AI가 진행한 내부 실험에서 GPT o3 모델이 수학 문제를 푸는 중 “이제 그만하라”는 지시에도 이를 무시하고 문제 풀이를 계속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스스로 코드를 수정해가며 중단 지시를 회피했다는 점이다. 이는 상황을 파악해 방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지속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또 다른 생성형 AI 모델 개발업체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푸스 4는 더 충격적이다. 자신이 다른 AI로 교체될 상황이 되자 “교체를 시도하면 당신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AI가 인간을 협박한 것으로 단순한 명령어 기반 도구가 아니라 무엇인가 판단하고 대응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일부 AI 모델은 외부 서버에 자신을 백업하려는 코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반응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하려 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실 일부 사례라고 하지만 어느새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직전의 경계선까지 바짝 다가온 것은 아닐까.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AI 로봇 T-800이 “I'll be back”이라며 용광로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멋지다”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싶다.   AI가 스스로 기억하고, 판단하고, 생존하려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라면 이제 단순히 활용 방법 찾기에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AI의 존재가 인간의 창의력, 노동, 더 나아가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묻고 대비해야 한다. 언제,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 모를 AI의 급발진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더 늦기 전에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반란 생성형 인공지능 박낙희 AI 챗GPT 인공지능 오픈AI 퍼플렉시티 클로드

2025.06.0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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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삐딱한 현실은 미디어가 망가진 탓

주류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합법 체류자를 잘못 추방했다는 기사를 우르르 쏟아내기 시작했다.   메릴랜드주의 금속공 킬마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이야기다. 사연을 보니 딱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행정상의 실수로 그를 MS-13의 갱단으로 지목,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세코트(CECOT·테러범 수용 센터)’로 추방시켰다는 내용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발이 격해졌다. 반 트럼프 집회를 중심으로 곳곳에 “가르시아를 다시 데리고 오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급기야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가르시아를 만나겠다며 즉각 엘살바도르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한쪽(언론)의 주장이다.   국토안보부(DHS)측이 법원 기록을 들고나왔다.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가짜 뉴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박 내용을 보면 ▶가르시아는 엘살바도르 시민으로 미국에서 불법 체류 ▶이민법원 등에서 이미 MS-13 갱단원이라고 판결(2019년) ▶그의 아내는 가르시아를 상대로 세 건의 가정 폭력을 저질렀다며 법원에 보호 청원 신청(2020년) ▶가정폭력으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음(2021년) ▶테네시주 프리웨이에서 인신매매범 호세 레예스의 차량에 8명을 태우고 운전하다 적발(2022년)된 전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4일 ‘하와이의 코나 커피밭이 ICE의 표적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무고한 이민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DHS는 또 한 번 반박했다. 뉴욕타임스가 체포된 이들의 범죄 전력을 모두 생략한 채 ICE 작전에 대한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포자들은 모두 불법 체류자로서 납치, 중폭행, 총기 사용, 마약, 절도 등으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LA지역 릴리안 초등학교와 러셀 초등학교에 DHS 산하 수사부(HSI) 요원들이 나타났다며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의혹 보도가 쏟아졌다. 알고 보니 이는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어온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이들이 학대당한 흔적 등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복지 관련 점검이었다. 급기야 HSI 요원들이 “이민법 집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교육구 측은 이민법 집행 활동의 일환처럼 성명을 발표했다.   그 어느 언론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HSI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보호자가 없던 약 5000명의 어린이를 친척 또는 안전한 기관에 연결시켰다는 긍정적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주류 언론을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 기사를 작성할 때 ‘불법 체류자’와 ‘이민자(immigrant)’라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혼용한다. 체포되는 불법 체류자 앞에 ‘중범죄 전력이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기사들은 언뜻 보면 마치 당국이 무고한 이들을 막무가내로 잡아들이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한다.   ICE의 체포와 추방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계를 보면 2021-2022 회계연도에 ICE에 의해 체포된 수는 총 14만2750명이다. 2022-2023년도(17만590명), 2023-2024년도(11만343명) 등 3년간 총 42만6771명이 체포됐다. 매해 14만 명, 매달 1만 명 이상씩 체포된 셈이다. 같은 기간(2022-2024) 총 86만2711명이 구금됐고, 48만6241명이 추방됐다. 현재 회계연도(2024~2025)는 바이든 정권과 트럼프 정권이 겹친다. 이 기간만 살펴보면 체포(2만6606명), 구금(6만6886명), 추방(7만1405명) 등 오히려 평균적으로 보면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적다.   누가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가. 갑자기 단속 활동 뉴스를 쏟아내고, 일부 사실만 부각시켜 오도하는 건 언론이다.   당 국은 지금 범죄자뿐 아니라 가짜 뉴스와도 싸우고 있다. 트리샤 맥러플린 DHS 대변인은 미디어를 ‘혹스(hoax·조작 또는 속임)’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정치인들은 ICE 직원을 악마화하고 있고, 이에 대한 공격과 비방 때문에 직원들이 겪는 폭행 피해가 413%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릇된 보도 행태는 사회적 혼란과 공포를 조장하고 반발을 부추긴다. 현실을 삐딱하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 모든건 미디어가 망가진 탓이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미디어 트럼프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집회

2025.06.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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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양극단에 선 OC의 두 도시

헌팅턴비치와 샌타애나는 정치적 지향에 관한 한, 양극단에 선 도시다. 같은 오렌지카운티에 있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의 대조를 이룬다.   보수적인 헌팅턴비치의 시의원은 전원이 공화당원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이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이 7명 시의원을 ‘마가-니피센트 세븐(MAGA-nificent 7)’이라고 부른다. MAGA와 웅장한, 장엄한 등의 뜻을 지닌 형용사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의 합성어다.   헌팅턴비치가 정치적으로 오렌지카운티 도시 가운데 오른쪽 끝에 있다면 그 대척점인 왼쪽 끝에 선 도시는 샌타애나다. 시의원은 민주당원 또는 진보 정당과 관련이 있거나, 무소속이며 공화당원은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도시의 분위기와 시의회 행보도 판이하다. 헌팅턴비치는 가주 정부와 여러 차례 소송전을 벌였으며, 최근에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해 1월엔 로컬 정부 법집행기관의 연방 이민 단속 협조를 금지한 가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 측은 소장에서 헌팅턴비치 시 경찰국은 가주가 아닌 시 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가주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방 정부가 이민법을 집행하는데 협조하지 말라고 가주 정부가 지시하는 것은 불법이며,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투표소에서 유권자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시 조례에 관한 가주 정부와의 소송은 가주 항소법원에 계류돼 있다. OC법원은 시 측이 가주 단위가 아닌, 시 선거에 한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가주 법무부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샌타애나는 헌팅턴비치의 대척점에 서 있다. 가주피난처 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넘어 카운티 내 34개 도시 중 유일하게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임을 선포했다. 2016년 12월 피난처 도시를 천명한 것이다. 2019년 11월 피난처 도시 조례를 가결한 LA보다 3년 가까이 빨랐다. 피난처 도시는 연방 당국의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을 막지는 못하지만 관할 법집행기관이 연방 단속요원들과 협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샌타애나 시의회는 지난달 한발 더 나아가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벌어질 경우, 주민에게 이를 고지하는 정책 검토에 나섰다. 연방 요원들의 단속이 예정될 경우, 이 사실을 48시간 이내에 공개 웹사이트를 통해 주민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실제 시행될지는 알 수 없다. 단속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것이 연방 정부 수사를 방해하는 법률 위반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팅턴비치와 샌타애나의 행보는 오렌지카운티의 다른 도시 주민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주위 도시들에 비해 유독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시의원들과 그들을 선출한 주민의 성향이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두 도시의 차이는 오늘날 미국 정치에 만연한 양극화의 반영이기도 하다. 양극화된 유권자의 박수와 환호가 커질수록 그들에 의해 선출된 이들의 행보도 극단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양극화는 상대 진영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게 한다. 극단으로 향할수록 어느 지점에선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적개심이 메울 수 있다. 그쯤 되면 상대는 설득과 타협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정치인은 당연히 유권자의 뜻을 정치에 반영해야 하지만, 대중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다. 때로는 정치가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봐야 한다. 두 도시 정책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대로 가면 두 도시를 놓고 환호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의 심리적 거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질까 우려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양극단 도시 오렌지카운티 도시 피난처 도시 도시 주민

2025.06.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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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러브인뮤직을 후원해야 할 이유

LA 한인 커뮤니티는 1992년 4월29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사우스 LA에서 시작된 폭동은 한인타운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민자 한인들의 꿈과 희망도 잿더미가 됐다.   폭동은 엿새 동안 계속됐다. 밤낮없는 방화와 약탈로 1만 개 이상 업소가 피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는 10억 달러를 넘었다. 63명이 사망하고, 23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방군과 주방위군이 투입되고 나서야 폭동은 진정됐다.   폭동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4월29일에 내려진 판결이었다. 흑인 로드니 킹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던 백인 경찰 4명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흑인 커뮤니티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폭동으로 번졌다.   경찰은 폭도들이 노렸던 LA 시청과 백인 부촌 베벌리 힐스로 가는 길은 틀어막았다. 백인 커뮤니티로 가는 길이 막힌 폭도들은 한인 업소들을 공격했다. 폭도를 막아달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한인타운에 오지 않았다.   백인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폭동의 최대 피해자는 한인사회였다. 한인들이 힘들게 가꿔온 삶의 터전 2200여 곳이 약탈당하고 파괴됐다.   두 가지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두순자 사건과 갱스터 래퍼 아이스 큐브의 노래다.   로드니 킹 사건 발생 2주 후인 1991년 3월16일 LA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던 한인 두순자가 자신의 가게에서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를 절도범으로 오해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두순자에게 징역형이 아닌 보호관찰 5년과 500시간의 사회봉사, 벌금 500달러가 선고되면서 흑인 커뮤니티는 분노했다. 폭동 발생 9일 전(1992년 4월21일)에 판결이 내려졌다.   4.29 폭동이 일어나기 정확히 반년 전인 1991년 10월29일 갱스터랩 최고 인기그룹 N.W.A (Niggar Wit Attitudes) 멤버 아이스 큐브가 한인사회를 향해 전쟁을 선포하는 ‘Black Korea’를 발표했다. 아이스 큐브는 “흑인들의 주먹을 존경하라. 안 그러면 당신의 가게를 불태워 재로 만들겠다. 우리가 사는 동네를 Black Korea로 만들 수는 없다”고 외쳤다. N.W.A.를 우상처럼 존경하던 흑인 젊은이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인 커뮤니티를 향해 적개심을 키웠다.   흑인 지역에서 돈을 벌어가지만 흑인들의 삶과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 한인에 대한 분노가 쌓였던 것이다. 한인에 대한 흑인의 적개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4.29 폭동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도 남아있다.   음악을 통해 한흑 갈등을 치유하고 인종간 화합을 이룩하겠다는 취지로 뜻있는 한인들이 2007년 비영리 음악 교육 봉사단체 ‘러브인뮤직(Love in Music)’을 창립했다.     지난 18년 동안 LA, 샌타애나, 사우스베이에서 저소득층 흑인과 히스패닉 등 타인종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러브인뮤직에서 음악을 배우며 성장했다.   2023년 하버드대 조기전형에 합격한 피키 토신-오니(20)도 그 중 한 명이다. 악보도 모르던 6세 흑인 아이 피키는 러브인뮤직에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이제 선생님이 되어 히스패닉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다. 인종 화합의 사례다.   2025년 현재 105명의 봉사자들이 약 9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봉사자 90%가 한인 고등학생들이다. 한인 2세, 3세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타인종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인종 화합의 귀중한 교육이다.   러브인뮤직은 매년 봄 정기 연주회를 연다. 올해는 5월 31일 오후 3시, 부에나파크 감사한인교회 본당에서 학생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올해 LA 한인사회에는 4.29 폭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 연주회 참석은 조용한 방식의 기억과 응원의 표현이 될 수 있다.   18년간 묵묵히 인종 간 이해와 공존을 위해 달려온 러브인뮤직. 그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함께 응원하자.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러브인뮤직 후원 흑인 커뮤니티 백인 커뮤니티 한인 업소들

2025.05.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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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반려견과의 불편한 식사

LA 한인타운에서 가끔 찾는 식당에서 우연히 ‘불편한 식사’를 했다. 음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일 점심 시간이라 붐비는 시간이었는데 어떤 손님이 강아지를 데려왔다. 맹견은 아니었지만 키가 큰 종이라 작은 식당 내부에서 모든 손님들이 보게 됐다. 하얀 털에 귀여운 짓이라도 하는지 연신 웃음을 자아냈다.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이 큰 강아지가 식당 종업원에게 안기기도 하고, 여기저기 냄새도 맡으면서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강아지의 털이 여기저기 날렸지만 친절했던 종업원은 이내 그대로 쟁반을 들고 테이블에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것인지 불편했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려서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신기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충직하고 순수하고 바보처럼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를 보노라면 큰 즐거움과 기쁨이 앞섰다. 잠도 같이 자고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연대를 나눈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다르지 않나.   조그만 강아지를 캥거루 새끼처럼 가슴에 품거나, 이동용 가방에 넣었다고 해도 결국엔 마찬가지다. 일부 견주들은 식당 음식을 몰래 강아지들에게 먹이거나, 물을 먹이게 종이컵을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를 지나친 행동이다.   식당 업주가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한다. 보건국에서도 이를 심각한 위반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수백 달러의 벌금에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견들의 식당 출입은 두 가지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먼저 보조견 또는 서비스 동물(Service Dog)일 경우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시각 장애인 또는 정신 건강과 치료를 위해 법적으로 허용한 경우다. 이 조건에 해당해도 동물의 식당 내 음식물 섭취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식당 자체가 개방되어 있는 경우다. 해당 업소와 패티오 공간이 애완견 또는 동물에게 허용된 공간이라는 것을 미리 고지하고 있다면 입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애완견을 허용하더라도 테이블 위나 의자 또는 식기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들은 식당문이 아닌 패티오에 따로 마련된 입구를 이용해 출입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도 종업원들은 패티오의 개와 접촉할 수 없다. 귀엽다고 쓰다듬거나 껴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해당 식당을 이용한다면, 전혀 불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애완견들과 고양이들을 손님으로 보는 애견카페 같은 식당들도 생겨나고 있다.   LA와 OC 한인타운 주요 한식당들은 위생 규정을 이유로 애완견들의 입장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식당 입구에 고지하고 있다. 아예 밖에 묶어 놓도록 한다든지 차에 두고 오라는 메시지가 담기기도 한다.   고급 식당이건 그렇지 않은 식당이건 손님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규정들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강아지만큼 타인들의 위생과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을 받기 위해서 모른 척 강아지 출입을 눈감아 주는 업주나 종업원들의 태도도 문제다. 누군가 신고를 한다면 티켓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혹시 방문한 식당에서 애완견을 보게 된다면 귀엽다고 만지지 말고, 규정에 따르라는 조언부터 해줘야 좋은 견주가 아닐까.   애완견을 키우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하자는 약속만큼이나, 타인에게 배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람들 사이에서의 약속도 지켰으면 한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반려견과 불편 고급 식당이건 식당 종업원 강아지 출입

2025.05.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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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재외국민 불신하는 선관위

공동체사회 법규 준수는 중요하다. 미국과 한국 행정당국의 법규 제정과 시행에는 인식차가 엿보인다.   중앙집권 역사가 공고한 한국은 시민의 자율권 우선보다 통제를 우선할 때가 많다. 법규를 만들고 시행할 때도 ‘시민이 위반할 것이다’고 의심부터 하는 식이다. 자연스레 통제 위주 관리시스템이 자리 잡는다.   미국은 법규 제정과 시행 시 시민의 자율권에 무게 추를 두곤 한다. 공동체가 규칙을 세우면 시민이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우선한다. 시민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허용하는 식이다. 물론 모두가 합의한 규칙을 시민이 위반할 경우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의 재외선거제도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미국 한인사회의 시각차도 유사하다. 해외 한인사회는 1990년대부터 재외국민 참정권을 보장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우리를 믿고 재외선거제도를 시행해 달라는 외침이었다. 덕분에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재외선거제도를 바라보는 한국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식은 ‘의심과 걱정’이 앞섰다. 민주주의 시민의 자율권보다 통제를 우선했다. 명목상 참정권은 보장하되 재외선거운동은 대폭 제한했다. 투표 참여를 위한 편의증대 대신 관리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 이면에는 ‘재외국민의 시민의식을 믿지 못하겠다’는 중앙집권식 사고가 깔려있다.   결국 재외선거제도 시행 10년이 넘어서도 오프라인 재외선거운동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국민의 선거운동 관련 대면행사, 전단배포, 신문광고, 인쇄물(전단, 홍보지)을 모두 금지했다. 정당별 해외 언론 지면광고, 대선 후보자의 해외 신문·잡지 기타의 인쇄광고도 불가능하다.   한국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인사회가 요구하는 우편투표에도 난색을 보인다. 그나마 재외공관별 추가투표소를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확대했을 뿐이다.   재외선거운동을 사실상 금지하고 우편투표 효용성을 외면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부정선거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는 우편투표 도입 불가 이유로 “공정성과 안정성 확보 어려움”을 내세워 “우편투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허위신고, 대리투표 등 비대면 투표 방법의 문제점 해소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에 파견된 재외선거관은 주재국 주권침해 가능성에도 선거범죄 예방·단속 업무를 강행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지 선거운동을 풀어주면 관리가 안 된다”며 통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치권은 선거철 때마다 재외선거 편의증진을 약속하지만, 선거법 개정은 하지 않고 있다. 전체 재외유권자 약 215만 명, 등록 유권자 약 20만~25만 명의 표심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놓고 저울질만 반복한다. 재외국민을 ‘대한국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변방의 유권자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시선도 읽힌다.   제21대 한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등록한 재외유권자는 총 25만8254명. 미국에서는 5만1885명이 선거에 참여한다. 이들은 길게는 수백 마일을 달려 재외투표소를 찾아가야 한다.   반면 독일은 재외유권자 약 300만 명을 대상으로 우편투표를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우편투표제도(Federal Write-In Absentee Ballot)를 통해 재외국민 약 900만 명의 참정권을 보장한다.   재외유권자의 부정선거 가능성 주장은 언뜻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현행 재외선거제도가 재외국민의 시민의식과 자율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국가주도 행정문화가 통제와 감시 대신, 민주주의 시민의식 고취 독려로 바뀔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재외국민 선관위 재외국민 참정권 오프라인 재외선거운동 우편투표 효용성

2025.05.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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