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자동차 개스비와 보험료는 물론 각종 유틸리티 요금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다 보니 많은 가정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누군가는 훨씬 적은 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15년 만에 이사하면서 이를 절감했다.
보통 새 집으로 이사하면 각종 웰컴 프로모션 우편물이 쏟아진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광고였다. 이전 동네에서는 C사가 독점업체였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 제한까지 있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고화질 영상을 보다 보면 한도를 초과해 추가 요금을 내기 일쑤였다. 새 주소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A사와 C사 두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플랜을 비교해 보니 A사가 비슷한 플랜임에도 더 저렴해 이참에 미련 없이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가 C사에서 새 이주자 프로모션 이메일을 받았다며 보여줬다. 이전 플랜보다 속도는 두 배나 빨랐고 무제한 데이터에 모뎀·라우터 렌트비까지 포함돼 있었음에도 가격은 딱 절반이었다. 더 놀라운 건 프로모션 가격이 무려 5년간 고정되고, 모뎀·라우터도 3년마다 최신 기종으로 교체해 준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기존 고객인 나도 거주지가 변경됐으니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존 계정으로 로그인하니 그런 프로모션은 보이지 않았다. 어카운트 이전을 전제로 고작 로열 고객 할인이라며 월 10달러 깎아 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인터넷 브라우저 쿠키를 삭제하고 다시 접속해도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는 순간 기존 고객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0달러 할인 프로모션 옵션만 나타났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 아내 이름으로 신규 계정을 만든 후에야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광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반값에 사용하게 된 데다가 성능 좋은 모뎀·라우터 렌트비까지 감안하면 5년간 최소 3600달러 이상을 절약하게 된 셈이다. 같은 회사 서비스임에도 신규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공하는 혜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서비스 취소는 전화나 채팅으로만 가능했다. 채팅으로 취소하려는데 에이전트가 취소 이유는 물론 새 주소까지 요구해 실랑이를 벌였다. 서비스 중단일 역시 다음 청구일 기준이라고 했다. 사용하지도 않는 12일 치 요금을 왜 내야 하냐고 따졌지만 “규정”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결국 1시간 가까이 걸려 취소할 수 있었다.
15년간 2만 달러 가까운 사용료를 낸 충성 고객이 신규 고객보다 홀대받는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존 고객은 이미 확보된 매출이다. 게다가 이전 지역에서는 사실상 독점 구조였기 때문에 굳이 큰 혜택을 주지 않아도 고객이 떠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새 주소에서는 신규 고객이 경쟁사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붙잡기 위해 각종 할인과 혜택을 제공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마케팅 방식은 인터넷 서비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 자동차 보험, 케이블 TV, 크레딧카드 등 다수의 분야에서 볼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기존 요금이 자동 갱신되고, 소비자가 직접 움직여야만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니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는 결국 ‘정보를 찾는 노력’ 자체가 곧 돈이 되는 셈이다. 물론 매번 업체를 바꾸고 프로모션을 찾아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래 사용했으니 알아서 혜택을 챙겨 주겠지’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듯싶다.
이제는 충성 고객보다 움직이는 소비자가 더 대우를 받는다. 기업이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를 붙잡을 전략을 고민하는 것처럼, 소비자 역시 비교하고 협상하며 스스로 지갑을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