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전해온 창작 뮤지컬 〈메리골드〉가 2025년 여름,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새롭게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약해지는 정서적 안전망을 예술로 되살리고, 마인드풀커넥트의 정신건강 인식개선 캠페인 브랜드 ‘마인드 SOS’와의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감정·구조 지원 체계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왼쪽부터 극단 비유 선창용 대표, 이종현 프로듀서]
무대는 때로 금속처럼 차갑게 현실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 몽석 같은 단단함과 따뜻함을 품는다. 선창용 대표와 이종현 프로듀서에게, 이번 무대가 지닌 의미와 비전을 들어봤다.
Q.〈메리골드〉를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분에게 이 작품의 시작은 어떤 의미였나요? 선창용: 저는 배우이자 극단 대표로서 〈메리골드〉를 극단의 철학과 방향성을 담은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무대를 올릴 때부터, 사회에서 자주 꺼내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확신이 있었죠. 무겁지만 진정성 있는 주제를 통해 관객이 ‘살아야 할 이유’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우리가 무대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종현: 당시 사회에는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 따돌림 같은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거창한 캠페인보다 단 한 명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게 〈메리골드〉의 출발점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Q. 자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선창용: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무대에서 인물의 상처와 회복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큰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그만큼 관객과의 연결이 깊어집니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이어지는 그 순간, 작품의 존재 이유가 더욱 확실해집니다.
이종현: 무거운 주제는 관객의 마음을 닫게 만들 수 있기에, 심리·정신건강 전문가와 협력하며 자극이 아닌 공감의 결을 유지했습니다. 현실성과 따뜻함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Q. 관객 반응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선창용: “제 이야기를 무대에서 본 것 같다”는 관객의 한마디가 오래 남습니다. 또, 공연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배우와 침묵 속에 교감했던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이종현: 한 학생이 “죽고 싶었는데 공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을 때, 이 공연이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 확신했습니다.
Q. 이번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특별공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선창용: 이번 공연은 마인드SOS와 AVPN 한국대표부가 협력하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후원으로 전석 무료로 진행됩니다. 관객이 부담 없이 와서 공연을 즐기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무대, 음악, 조명, 연출 전반을 새롭게 구성했고, 정신건강 캠페인 브랜드 ‘마인드 SOS’와의 공식 협력이 큰 의미를 더합니다. 〈메리골드〉가 감정을 여는 예술이라면, 마인드 SOS는 그 감정을 구조로 연결하는 안전망입니다.
이종현: 신경혜 연출과 김윤규 예술감독이 합류해 무대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배우로는 선창용, 서태경, 주승진, 김한건, 황오정, 박인서, 김지은, 박하은이 참여하고, 제작진에는 연출 신경혜, 공동연출·움직임 김윤규, 원작 손현미, 각색·작사 유은혜, 작사 박경화, 작곡·음악감독 정은혜, 무대 김동경, 이미혜, 조명디자인 임수연, 의상디자인 채승희, 안무 이효숙, 기획 김어진, 마케팅 곽창준, 그리고 제가 프로듀서로 함께합니다.
[극단 비유 임원진과 메리골드 출연진, 류혜원 마인드 SOS 대표(아래사진 앞줄 오른쪽 끝)]
Q. 마인드 SOS와의 협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요? 선창용: ‘마음 ON STAGE’를 보고 놀랐습니다. 무대 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가 경청하는 구조가 〈메리골드〉와 닮았습니다. ‘마음 캠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회복의 단서를 찾는 과정이 공연 속 장면과 닮아 있습니다.
이종현: 예술과 시스템이 서로의 빈틈을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공연이 무대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유효한 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Q. 두 분이 바라는 협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선창용: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속에서 이야기가 살아남아 상담과 지역 네트워크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마인드 SOS와 함께라면 이 길을 오래 걸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종현: 저는 ‘이중 안전망’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예술이 감정을 먼저 열고, 시스템이 그 신호를 붙잡는 구조, 그리고 이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이 자리잡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선창용: 이번 공연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힘이 공연 이후에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종현: 〈메리골드〉는 무대 위에서 질문을 던지고, 마인드 SOS는 무대 밖에서 답을 찾습니다. 금속처럼 단단하고 몽석처럼 묵직한 이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