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K타운 맛따라기] LA 일식 뷔페 성공 신화의 비밀

Los Angeles

2025.08.17 19:00 2025.08.17 00: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LA 한인들에게 ‘에도코(Edoko)’,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토다이(Todai)’, ‘마키노(Makino)’는 단순한 일식당 이름 그 이상이다. ‘비싼 음식’의 대명사였던 일식을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 추억의 공간이자, 한인 이민 사회의 외식 트렌드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모두 일본인 형제가 시작해 한인의 자본과 만나 거대하게 성장한 뒤, 창업주는 거액을 손에 쥐고 떠났다는 공통점이다. 일식 뷔페의 40년 흥망성쇠는 LA 한인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외식 문화의 변천사를 담고 있다.
 
기념비적인 시작은 1981년, 토루 마키노가 버뱅크에 문을 연 에도코였다. ‘일식=고급 요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일식 뷔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에도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토루 마키노는 여러 지점을 열며 사세를 확장하다 대부분을 중국계 및 한인 사업가에게 매각했다.
 
그리고 1985년, 그는 샌타모니카에 한 단계 진화한 ‘라이트하우스’를 열어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를 썼다. 그후 일본어로 ‘등대’라는 같은 의미의 ‘토다이’를 설립해 본격적인 체인 사업에 뛰어든다.
 
토다이의 확장기부터 한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했다. 주로 한인 투자자들이 공사비 등 초기 자본을 대부분 부담하고, 마키노 형제(동생 가쿠 마키노 합류)는 융자를 통해 51%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몇 년 후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이들은 나머지 지분을 파트너에게 넘겨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이 성공 방정식은 1998년, 한인 투자 그룹이 토다이를 전격 인수하며 정점을 찍는다. 토다이는 샌호세, 하와이는 물론 홍콩과 서울에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고, 라이트하우스 역시 결국 한인의 손에 인수되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이후 형제 중 가쿠 마키노가 독립하여 ‘마키노’라는 브랜드로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등지에 새로운 뷔페를 열었지만, 현재는 라스베이거스 지점의 일부 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현재 라스베이거스 마키노의 경영 파트너 역시 LA 출신 한인이다.
 
영원할 것 같던 대형 일식 뷔페의 시대는 외식 트렌드의 변화와 과당 경쟁의 벽에 부딪혔다. 토다이를 인수한 일부 한인 투자자들은 ‘오나미(Onami)’로 상호를 변경해 쇼핑몰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했고, 한인타운 내에서는 ‘신라’, ‘비원’처럼 한식을 접목한 뷔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상권 중복과 비효율, 소비자 취향 변화로 대부분의 업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는 글렌데일의 ‘베가스 시푸드 뷔페’처럼 중국계 자본에 의해 더욱 대형화된 일부 뷔페와 웨스턴 길의 ‘킹 뷔페’, 롱비치의 ‘홋카이도 시푸드 뷔페’ 등 소수의 저가형 뷔페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뷔페의 빈자리는 ‘무제한 스시(All You Can Eat Sushi)’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한인타운 최초의 무제한 스시집은 윌셔길 머큐리 콘도 1층의 ‘이포 스시(Ippo Sushi)’였으나, 극심한 경쟁 속에 문을 닫았다. 초창기 무제한 스시집들이 손님의 배를 빨리 채우기 위해 밥 양을 늘린 ‘주먹밥 스시’를 내놓았던 반면, 최근에는 새로운 강자들이 판도를 바꾸고 있다.
 
4가와 웨스턴의 ‘히어피시(Here Fishy)’와 여기서 독립한 파트너가 윌셔 솔레어 콘도 1층에 문을 연 ‘히어피시피시(Here Fishy Fishy)’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파인 다이닝 수준의 스시 퀄리티를 선보이며 ‘양보다 질’을 추구,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무제한 스시를 즐기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오마카세’가 유행하는 가운데, 현명한 소비자들은 무제한 스시집에서 ‘가성비 오마카세’를 즐기는 신공을 발휘한다. 주문 횟수 제한이 있는 고급 생선 메뉴를 먼저 집중적으로 시켜 오마카세처럼 즐긴 뒤, 롤, 튀김, 우동 등으로 허기를 채우는 방식이다.
 
나아가 ‘무제한 바비큐’와 ‘무제한 스시’를 결합한 ‘AYCE 스시 & 바비큐’ 콘셉트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사케 투 미 스시(Sake 2 Me Sushi)’가 무제한 스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부에나파크와 브레아에서 돌풍을 일으킨 ‘엑스피시 이자카야(X-Fish Izakaya)’는 ‘강남스테이션’ 사장이, 라스베이거스에서 4개의 ‘야마 스시(Yama Sushi)’를 성공시킨 이는 ‘김치 바비큐’ 사장이다. 이처럼 일식 뷔페에서 시작된 한인들의 ‘스시 드림’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자들에 의해 그 명맥과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푸짐함으로 상징되던 1세대 일식 뷔페는 ‘가성비’의 무제한 스시로, 이제는 ‘가심비’와 스마트한 소비가 결합된 3세대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이 또한 LA 한인 외식 문화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