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서 햄버거보다 접근성이 좋은 음식이 멕시칸 음식인 타코와 부리토다. 같은 맥락에서 위스키, 보드카보다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술이 멕시코의 전통주인 데킬라다. 빨리 취하고, 빨리 깨고…. 숙취가 심하지 않은 술로 나는 단연 데킬라를 꼽는다. 수많은 칵테일이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마가리타다. 마가리타는 화려한 색과 달달함으로 미국에서는 주로 여성을 위한 칵테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마가리타는 사실 남녀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멕시칸 고유의 칵테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술이 바로 데킬라다. 데킬라는 소주보다 알코올 성분이 높은 위스키나 보드카와 같은 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독주다. 멕시칸들은 순한 듯해 보이지만 과거 서부시대에는 황야를 주름잡고 다녔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그들의 선조는 미국 서부 목장에서 출발해 거칠고 드넓은 황야를 거쳐 동부로 소 떼를 몰고 다녔던 사람들이다. 당시 소몰이꾼들은 멕시칸 특유의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술을 마실 때면 끝없이 원샷을 외쳤다. 데킬라를 마신 후에는 손등에 묻힌 곱게 간 다크 로스트 커피 가루와 바닷소금을 먹고, 라임을 입에 물었다. 커피와 소금은 데킬라의 향을 더해주고 라임은 다음 샷을 위해 혀를 리셋해 주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커피 맛은 특히 엑스트라 아네호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는데 엑스트라 아네호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데킬라는 멕시코 할리스코주와 그 주변 지역 등 지정된 곳에서, 특산물인 블루 아가베종 선인장으로 주조되어야만 데킬라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 지정된 곳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무리 블루 아가베로 술을 만들더라도 데킬라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그래서 나머지는 그냥 아가베 스피릿이라고 불린다. 샴페인이나 보르도 와인과 같은 이유다. 데킬라는 특정 지역에서 제조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인 것이다. 그런데 데킬라에도 등급이 있다. 데킬라에 대해 좀 아는 척을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키워드가 ‘엑스트라 아네호’다. 데킬라도 프리미엄 위스키처럼 오크통에서 1~3년간 숙성하면 아네호, 3년 이상 숙성이 된 것은 엑스트라 아네호라고 부른다. 이것은 데킬라계의 꼬냑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데킬라다. 요즘 한창 인기 높은 데킬라 브랜드인 ‘돈 홀리오 1942’가 엑스트라 아네호급에 속한다. 물론 다소 대중적인 데킬라인 호세 쿠에보나 빠뜨론의 경우에도 엑스트라 아네호급 브랜드가 있다. 멕시코에 가면 미국의 와인 샵 처럼 다양한 종류의 데킬라를 구비하고 있는 대형 데킬라 샵들이 많다. 이들 업소에는 마치 와인 테이스팅처럼 데킬라 테이스팅 세션이 있기도 하다. 작은 플라스틱 샷 잔에 술이 제공되지만 전부 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기가 확 오름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엑스트라 아네호 데킬라의 테이스팅 방법은 와인 테이스팅과 비슷하다. 데킬라를 한참 동안 입에 머금고 혀로 돌리며 코로 올라오는 향을 느낀 후, 위스키처럼 복합적인 맛의 레이어를 혀로 즐기다가 목으로 넘기고 부드러운 여운을 즐기면 된다. 꿀팁으로 엑스트라 아네호는 블랜딩이니 칵테일을 피하고 스트레이트로 즐길 것을 권한다. 라임이나 탄산수 등을 섞지 말고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좋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데킬라 데킬라 테이스팅 대형 데킬라 와인 테이스팅
2026.02.08. 19:45
미국에서 ‘중국 음식’의 기준을 만든 것은 사천도, 북경도 아닌 광동요리다.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가 대표적인 예다. 이 체인점이 표준화한 메뉴와 맛의 뿌리는 모두 캔토니스, 즉 광동식이다. 홍콩 음식의 대부분 역시 광동요리에 속한다. 광동요리는 양념과 소스를 최소화하고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내는 조리법을 통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강한 향신료보다는 불맛과 식감, 그리고 재료의 신선함이 중심이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쿵파오 슈림프, 오렌지 치킨, 차우멘, 그리고 랍스터와 크랩 볶음 같은 메뉴들 역시 광동요리의 범주에 속한다. 오늘날 미국인이 떠올리는 ‘중국 음식’의 기본 이미지는 이 광동요리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다 익스프레스 이전에는 판다 인(Panda Inn)이 있었다. 판다 익스프레스의 모태가 된 이 광동식 중식당은 패서디나 풋힐 불러바드의 본점을 중심으로 버뱅크의 샌퍼난도 길과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티워크 등에서 지금도 성업 중이다. 한인타운에도 버몬트와 윌셔 코너 MTA 스테이션 상가에 판다 익스프레스 매장이 있다. 광동요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LA의 일상식으로 흡수되었는지 알려주는 예다. 딤섬은 흔히 만두의 다른 말로 오해되지만, 본래는 ‘점심’을 뜻하는 광동어 발음에서 비롯됐다. 과거의 딤섬은 지금처럼 성대한 식사가 아니었다. 아침 시간, 차를 마시며 간단히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었고, 홍콩에서는 점심 대용의 느긋한 브런치 문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의 딤섬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LA 차이나타운은 광동요리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중국계 이민자들이 샌게이브리얼 밸리로 이동하면서, 유명 중식당들 역시 하나 둘 자리를 옮겼다. 현재 다운타운에서 딤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ABC 시푸트 레스토랑 정도다. ABC 외에도 과거 엠퍼러스 파빌리온 인근 힐 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풀하우스 시푸트 레스토랑과 풀 문 하우스가 서로 경쟁하며 살아남았다. 한쪽은 중국 원조를, 다른 한쪽은 LA 원조를 주장하며 버텨온 이 두 식당은 침체된 상권에서 극단적인 경쟁 끝에 공존하게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샌게이브리얼까지 가지 않아도 게와 랍스터 볶음을 포함한 정통 광동요리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차이나타운에는 한때 화려한 광동식 중식당들이 존재했다. 자체 건물 2층 전체를 사용하고 대형 주차 건물까지 갖췄던 익스프레스 파빌리온, 금장 인테리어와 제비집 요리로 이름을 날렸던 미류화 씨푸드,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CBS 시푸트 레스토랑 등이 그 시절을 대표했다. 이후 그 명성은 알함브라 가필드 길의 NBC 시푸트 레스토랑이 이어받았고, 현재는 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딤섬 식당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저녁 시간에도 부담 없이 딤섬을 즐기고 싶다면 요즘은 ‘딘 타이 펑’이 대안이 된다. ‘딘 타이 펑’은 광동식이 아닌 대만식 만두집이지만, 딤섬을 점심 전용 메뉴에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올데이 메뉴로 바꿔버린 결정적인 존재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아케이디아에 본점 한 곳만 있었고, 저녁 시간에 맞추려면 오후 4시에는 줄을 서야 했던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두 시간 대기가 기본이 된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광동요리는 자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 중국 음식을 정의해 버린 장르다. 사천요리가 혀를 흔드는 요리라면, 광동요리는 기준을 만든 요리다. LA와 K타운의 중국 음식사를 이야기할 때, 이 광동요리는 언제나 출발점으로 남는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미국 광동요리 광동식 중식당들 정통 광동요리 유명 중식당들
2026.02.01. 16:29
가라오케는 '비어 있다'는 뜻의 일본어 '가라(空)'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로, 연주자 없이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오락문화를 뜻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가라오케는 미국에서도 1980년대 말 '가라오케 나이트'라는 이름의 클럽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가라오케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벤트 형식으로 부활하는 추세다. 한인타운 윌셔가의 백인 운영 바 '브라스 몽키'에서도 정기적으로 가라오케 나이트가 열리고 있다. 일본식 가라오케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무대형 공개 공간이 아닌, 개별 룸 단위의 사적인 공간에서 가족.친구.동료끼리 노래를 즐기는 '노래방'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변모했다. 이 한국식 노래방 문화는 '나성'이라 불리는 LA 한인타운에도 그대로 전파되어, 이제는 한인 사회의 일상적 여흥이자 세대와 계층을 잇는 공동체 문화로 깊이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초, 8가와 킹슬리의 현재 케네디 하이스쿨 부지에 있던 '대호 나이트클럽'은 LA한인타운 노래방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당시 나이트클럽은 밴드 연주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최신 가라오케 기계를 도입해 곡당 5달러씩 받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했다. 노래 솜씨를 경쟁하듯 뽐내는 무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필자는 인테리어업을 하던 친구와 함께 방음이 완비된 소형 룸 두 개를 설치해 동시에 여러 사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것이 사실상 LA 최초의 '룸형 노래방'의 시작이었다. 정식 상호를 걸고 문을 연 LA 최초의 노래방은 윌셔와 그래머시, 현재는 고깃집이 들어선 자리에 있었던 'LA 노래방'이다. 각 방에 69장의 레이저디스크를 장착한 파이오니어 기계가 설치됐고, 신청 가능한 곡 수는 적었지만 '최초'라는 상징성 때문에 손님들은 번호표를 뽑아 두 시간씩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 후 불과 2년 사이에 자동 반주기, DJ가 LP를 직접 돌리는 방식 등 다양한 시스템이 실험됐고, 태진과 금영 반주기가 본격 도입되면서 노래방은 비로소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창기 노래방들은 주방도, 술 라이선스도 없는 순수한 '노래 연습장' 개념이 강했다. 버몬트길 현 이태리 안경점 자리에 들어섰던 '신촌노래방'을 시작으로, 올림픽길 호돌이식당 2층 '딩동댕', 3가의 '벌몬트 노래방', 6가의 '데뷔'.'영동'.'럭키', 윌셔의 '노래하나방', 8가의 '꾀꼬리', 웨스턴의 'DJ'.'코러스', 올림픽의 '스마일 노래방'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이후 윌셔와 윌톤 코너에는 대형 '리사이틀 노래방'까지 들어서며 노래방은 한인타운 밤 문화의 핵심 업종으로 급부상했다. LA 폭동 이후 타운 내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불탄 한인 업소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풀리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들이 노래방 업계로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이 시기 노래방은 단순한 유흥업소를 넘어, 타운 복구와 재기의 상징적 산업 중 하나로 기능했다. 3가 '숲속의 빈터' 사장이 시작한 '숲속 노래방'은 LA 최초로 양주 라이선스를 취득해 술을 판매한 노래방으로 기록된다. 이 무렵부터 노래방 업주들은 인테리어와 콘셉트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올림픽길 'MGM 노래방'은 같은 이름의 카지노로부터 상호 사용 문제를 제기받아 'MGeeM'으로 이름을 바꾸는 해프닝을 겪었고, 이후 '와와 노래방'으로 간판을 바꿨다. 노래방의 흥망은 그대로 한인타운 개발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던 6가 채프먼 플라자의 '블리스', 길 건너 '화이트', 윌셔의 '별밤', 대형 '팜트리 노래방', '고성방가', 뉴햄프셔의 '이가주 노래방' 등은 재개발로 문을 닫은 곳이다. 현재 한인타운의 노래방들은 대부분 주류 판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6가의 필.영동.On&Off.리사이틀.전 감 K-Pop.슈라인, 3가의 숲속, 윌셔의 '베뉴'.'파라호', 8가의 '펑크'.'로젠'.'글로우'.'인피니티'.'갤럭시', 후버의 전 '오디션', 웨스턴의 '파블릭'.'아코'.'보'.'콘서트' 등이 성업 중이다. 8가의 'Epic', 웨스턴의 'Jade' 노래방도 조만간 새롭게 문을 연다. 한인타운에서 노래방은 40년 가까이 세대가 뒤섞여 노래로 소통하는 '정서적 광장'이자 작은 쉼터 역할을 해왔다. 1세대에게는 향수와 위로의 공간이었고, 2.3세에게는 한국 문화를 몸으로 익히는 체험장으로 한인타운의 밤을 밝혀왔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노래방 타운 la한인타운 노래방 한국식 노래방 룸형 노래방
2026.01.25. 0:06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다 보면 은근히 ‘인앤아웃(In-N-Out)’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맥도날드는 어딘가 정크푸드처럼 느껴지고, 시카고의 ‘파이브 가이즈(Five Guys)’나 뉴욕에서 건너 온 ‘쉐이크쉑(Shake Shack)’이 감히 인앤아웃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생각에 괜히 분해질 정도다. 그만큼 캘리포니안들의 인앤아웃에 대한 팬심은 각별하다. 이런 ‘캘리포니아 부심’을 반영하듯, 인앤아웃에는 메뉴판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지만 마치 암호처럼 로컬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시크릿 메뉴’가 존재한다. 카운터에서 추가 요금 없이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메뉴들의 매력이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단연 ‘애니멀 스타일(Animal Style)’이다. 기본 버거와 프렌치프라이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데, 머스터드로 그릴한 패티에 사우전드 아일랜드 스프레드를 듬뿍 바르고, 그릴드 어니언과 피클을 더해 단짠의 풍미를 극대화한다. 기본은 그릴드 어니언이지만, 원한다면 생양파로 바꿔 주문할 수도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프로틴 스타일(Protein Style)’이 신의 한 수다. 빵 대신 양상추로 버거를 감싼 메뉴다. 칼로리는 신경 쓰이지만 햄버거를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신의 한 수다. 빵만 빠질 뿐 패티와 치즈, 스프레드, 채소와 토마토, 양파 구성은 그대로다. ‘그릴드 치즈(Grilled Cheese)’는 이와 반대로 고기를 뺀 메뉴다. 번 사이에 치즈와 채소, 스프레드만 들어가 ‘고기 없는 햄버거’ 같은 인상을 준다. 진정한 베지테리언 메뉴라 할 만하다. 육식 애호가들을 위한 ‘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an)’도 있다. 빵과 채소를 모두 생략하고 패티 두 장 사이에 치즈 두 장만 끼워 넣은 구성으로, 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이 주로 찾는다. 이 모든 메뉴에는 엑스트라 치즈, 엑스트라 채소, 엑스트라 양파, 엑스트라 토마토를 추가 요금 없이 더할 수 있다. 예컨대 프로틴 스타일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면 ‘프로틴 스타일 더블더블’에 엑스트라 채소와 토마토, 양파를 더하면 된다. 추가 비용은 패티와 치즈를 늘릴 때만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햄버거’는 패티 한 장, ‘치즈버거’는 패티 한 장과 치즈 한 장이 들어간다. ‘더블더블’은 패티 두 장과 치즈 두 장으로, 이는 정식 메뉴에 포함돼 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쓰리 바이 쓰리(3×3)’, ‘포 바이 포(4×4)’처럼 패티와 치즈 수를 늘려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이상도 이론상 주문은 가능하다고 한다. 양파는 기본이 생양파다. 그릴드 어니언을 원하면 따로 요청해야 하며, 둘 다 원할 경우 ‘보스( both ) 그릴드 앤 로 어니언’이라고 주문하면 된다. 통째로 구운 양파는 ‘홀 그릴드 어니언’이라 부른다. 프렌치프라이는 애니멀 스타일 외에도 선택지가 있다. 양파와 스프레드를 빼고 녹인 치즈만 얹은 ‘치즈 프라이’가 그것이다. 아주 바삭하게 먹고 싶다면 ‘웰던 프라이’, 살짝 바삭한 정도를 원하면 ‘라이트 웰던 프라이’를 주문하면 된다. 애니멀 스타일의 풍미는 즐기고 싶지만 눅눅함이 싫다면 ‘애니멀 스타일 웰던 프라이’가 정답이다. 케첩 대신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에 찍어 먹고 싶다면 엑스트라 스프레드 패킷을 무료로 달라고 하면 된다. 인앤아웃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셔널 아이템으로는 로고가 찍힌 종이 주방 모자와 어린이용 스티커가 있다. 어른이 요청해도 흔쾌히 내준다. 판매용 기념품으로는 티셔츠, 후디, 모자, 자석, 토트백, 머그컵 등이 있는데, 매장에는 보통 티셔츠만 진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인앤아웃은 단순한 햄버거 체인을 넘어,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문화 코드다. 메뉴판에 없는 주문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토박이’가 된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엑스트라 치즈 치즈 스프레드 채소 엑스트라
2026.01.18. 18:00
한국인에게 사나이의 눈물을 자아내는 신라면이 있다면, 일본인에게는 ‘면’이라는 음식의 깊이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라멘이 있다. 단순한 국수 한 그릇 같지만, 라멘은 일본 음식 문화의 집요함과 장인정신이 농축된 결과물이다. 라멘은 엄밀히 말해 일본 고유의 음식이 아니다. 19세기 말, 중국에서 건너온 밀가루 면과 국물이 요코하마·하카타 같은 항구 도시를 통해 퍼지면서 일본식으로 재해석되었다. 이후 지역별로 육수와 간, 면발을 달리하며 발전했고, 전후 일본의 대중식 문화 속에서 ‘서민의 한 끼’이자 ‘장인의 음식’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게 됐다. 대부분의 일본 라멘에는 돼지고기 차슈가 올라간다. 그래서 돼지고기 특유의 향을 이겨내지 못하면 라멘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기 어렵다. 특히 돈코츠 라멘은 돼지뼈를 장시간 고아낸 육수가 핵심인데, 이 국물은 일본 열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의 잘 끓인 돼지국밥 육수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문화는 달라도 혀가 기억하는 감각은 비슷하다. 라멘은 육수와 간에 따라 성격이 뚜렷하게 갈린다. 진하고 묵직한 돼지 육수의 돈코츠 라멘, 일본 된장을 더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낸 미소 라멘, 간장 베이스의 닭·해물 육수로 맑고 정갈한 쇼유 라멘, 소금으로 간을 해 담백함을 살린 시오 라멘까지, 한 그릇 안에 지역성과 철학이 담긴다. LA 한인타운에서 최고의 라멘집을 하나 꼽으라면 웨스턴과 7가 인근의 이키라멘을 빼놓기 어렵다. 유명 일식집 매니저 출신의 인도네시아계 중국인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특히 인상적인 메뉴는 간장 베이스의 쇼유 라멘이다. 국물은 깔끔하고, 차슈에서는 돼지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차슈를 꺼리는 일행에게는 매운 비건 미소 라멘을 권할 수 있는데, 고기 대신 두부가 올라가 단백질 식감까지 살렸다. 유자 향이 은은한 시오 라멘도 신선하다. 저녁 시간에는 사케와 곁들일 수 있는 이자카야 메뉴와 오마카세까지 즐길 수 있어, 손님 구성도 백인·히스패닉·아시아계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LA 본점을 중심으로 웨스트 LA와 할리우드까지 지점을 둔 이유가 분명하다. 8가 옥스포드 센터의 슬러핑 라멘은 한인타운 라멘 지형도를 바꾼 집이다. 한인타운 최초의 본격 돈코츠 라멘 전문점으로, 짙고 진한 국물을 선호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낮은 식탁 대신 높은 공용 테이블과 바 스타일 좌석은 ‘후다닥 먹고 일어나는’ 라멘 문화에 충실하다. 쇼유 라멘은 따로 없지만, 간장 베이스의 베지 라멘은 채소가 산처럼 올라와 만족도가 높다. 동네 히스패닉 주민들도 부담 없이 드나드는, 말 그대로 ‘동네 편한 맛집’이 됐다. 채프맨 플라자에는 실버레이크에서 시작해 신화를 쓴 실버레이크 라멘의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주력은 역시 진한 돈코츠 라멘이다. 파킹 공간도 변변치 않던 예술가 동네 실버레이크에서 출발해, 맛 하나로 줄을 세우더니 지금은 30여 개가 넘는 지점을 둔 브랜드로 성장했다. 채프맨 플라자점 역시 한인 손님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하다. 오래 공사를 거쳐 문을 연 공간은 이제 타운의 또 다른 명소가 됐다. 웨스턴 6가 마당몰 2층의 코판 이자카야는 라멘과 일식 전 메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모두푸드는 코판 라멘, 영동순두부 등을 포함해 4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한인 외식업계의 강자다. 가부키 출신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는 LA 일식 시장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윌셔와 알렉산드리아 코너, 옛 산누들 자리에 새로 문을 연 아카토라 라멘은 돼지 육수 중심의 흐름에서 한발 비켜 서 있다. 닭과 해물 육수를 사용한 쇼유·시오 라멘, 홍합 라멘이 주력이다. 계란밥, 차슈 덮밥, 명란 덮밥 등 곁들임 메뉴도 다양해 다시 찾고 싶게 만든다. 한때 해장 라멘으로 이름을 날렸던 6가와 카탈리나 인근의 텐라멘은 ‘오빠 라면’으로 간판을 바꾸며 한국식 라면집으로 변신했다. 투나 스팸 김치 라면, 스테이크 앤 에그 라면 등 이른바 ‘혼종 라면’ 메뉴들은 한인타운이라는 공간이 가진 유연함을 상징한다. LA 한인타운의 라멘은 문화가 섞이고 변주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풍경이다. 돼지국밥과 닮은 국물에서 공감을 느끼고, 비건 라멘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으며, 한국식 라면으로 재해석된 그릇에서 타운의 정체성을 본다. 한 그릇의 라멘은, 오늘도 LA 한인타운이 얼마나 다층적인 공간인지 증명하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장인 서민 한인타운 라멘 돈코츠 라멘 미소 라멘
2026.01.11. 18:00
타코 트럭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과 함께 시작됐다. 사업 자금이 없어 가게를 열 수 없던 멕시칸들이 공사 현장과 시장, 공장 앞을 오가며 배고픈 이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값싸고 빠르며, 무엇보다 고향의 맛을 지닌 타코는 그렇게 바퀴 달린 부엌 위에서 살아남았다. LA한인타운에서도 타코 트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연예인급 셰프로까지 불렸던 로이 최의 ‘고기 타코’ 트럭은 이 문화가 주류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불고기 타코와 김치 캐사디아는 멕시칸 음식에 한식의 감각을 덧입힌 메뉴였고, 그의 트럭을 좇는 수많은 팔로워들은 한때 스타트업 업계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여러 대의 트럭이 영업 중이지만,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다소 보기 힘들어졌다. 기업형 타코 트럭의 성공 사례로는 피쉬 타코로 유명한 ‘마리스코스 할리스코(Mariscos Jalisco)’를 빼놓을 수 없다. 한인타운 인근 올림픽가에 커미서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 활동 무대는 보일하이츠와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 미드시티 라시에네가 일대다. 한인타운에서 타코 트럭은 매일 성장하고 있다.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 인근의 트럭들은 주로 점심 시간에 맞춰 영업을 하는데, 가격 대비 양이 압도적인 부리또로 오피스 직장인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진다. 길 건너 아로마 인근 트럭에서는 14달러 선의 카르네 아사다 플레이트를 여럿이 나눠 먹기 좋게 내놓는다. 해가 기울면 타코 트럭들은 더 바빠진다. 오후 5시 이후 피코와 호바트 교차로에 자리 잡는 수아데로 타코 트럭(Tacos del suadero)은 돼지고기 엘 파스토로 입소문이 났다. 밤이 깊어지면 5가와 버몬트 인근 카워시 주차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노상으로 자리를 옮긴 엘 플라민(El Flamin), 그리고 윌셔 라인 호텔 앞의 핫 타코스(Hot Tacos)가 심야 타코 명소로 이름을 알린다. 트럭조차 없이 좌판을 깔고 파는 노점상들인 이른바 ‘길거리 타코’의 존재감도 크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윌셔와 옥스포드 교차로에는 좌판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오후 7시부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긴 줄이 이어진다. 버몬트가 1가와 2가 사이의 티후아나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Tijuana)는 카르네 아사다 부리또로 정평이 나 있으며, 토르티야 대신 구운 감자 사이에 고기와 치즈를 넣은 ‘빠빠스’ 메뉴는 일부러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6가와 버몬트 인근 월그린 주차장 맞은편에 서는 할리스코 스타일 길거리 타코(Tacos Estilo Jalisco) 역시 엘 파스토 전문으로 유명하다. 돼지고기 항정살인 엘 수아데로 타코는 이 집의 간판 메뉴다. 같은 지역에서는 주말 아침부터 문을 여는 또 다른 길 타코도 있다. 브렉퍼스트 부리또와 함께 남미식 푸푸사 스타일의 크레파스를 내놓다가, 아침 장사가 끝나면 다른 업소가 같은 자리에서 본격적인 타코 영업을 시작한다. 티후아나식으로 3피트 높이로 쌓은 돼지고기를 강한 불에 그슬려 불향을 입힌 아도바도 엘 파스토가 장관을 이룬다. 숯불에 구운 카르네 아사다와 치즈를 먼저 구워 고기를 얹는 와라체 역시 단골을 끌어 모은다. 마치 국경을 넘어 티후아나의 밤거리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준다.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과 길 타코는 서로 다른 이민 문화가 같은 거리 위에서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점심의 바쁜 오피스 거리와 심야의 노상 문화가 겹쳐지는 공간. 한인타운의 타코 트럭은 그래서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동시에, 이 도시만의 방식으로 진화한 LA의 얼굴이기도 하다. 이 정리는 ‘멕시칸보다 더 멕시칸스러운’ 지인 데이비드의 조언 덕분에 가능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이야기 타코 트럭들 한인타운 인근 최근 한인타운
2026.01.04. 18:00
일본어 ‘사케(酒)’는 본래 술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였다. 맥주든 와인이든 모두 사케였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사케, 정확히는 ‘니혼슈(日本酒)’라는 개념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술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일본 고유의 쌀술을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일본에서 사케는 오랫동안 단순한 음주용 술이 아니라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신사에 쌓인 사케 통이나, 결혼식·개업식 때 행해지는 ‘카가미비라키(鏡開き·술통을 여는 의식)’는 사케가 ‘신성한 술’이라는 인식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케를 조금 아는 척하려면 복잡한 설명 대신 ‘준마이 다이긴조’라는 말 하나만 기억해도 절반은 통과다. 이 한 단어 안에 사케의 등급과 철학이 거의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준마이(純米)는 쌀과 물, 누룩만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는다. 다이긴조(大吟?)는 쌀을 50% 이상 깎아 사용했다는 의미다. 쌀의 바깥층을 과감히 제거할수록 잡미는 줄고 향은 섬세해진다. 일반적으로 40%대 정미율은 긴조, 30%대는 다이긴조로 분류된다. 사케를 등급으로 정리하면 대략 준마이 다이긴조, 다이긴조, 준마이 긴조, 긴조, 준마이, 혼죠조 순이다. 이 가운데 준마이 다이긴조는 최상급 쌀을 고도로 정미해, 쌀·물·누룩 외에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빚은 최고급 사케를 뜻한다. 다이긴조급 이상의 고급 사케는 향이 생명이다. 가급적 차게 마시는 것이 좋고, 향을 풍부하게 느끼려면 와인잔을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일본 전통 방식으로는 ‘마스’라 불리는 편백나무 상자 안에 유리잔을 넣고 사케를 넘치도록 따르는 모키리 문화도 있다. 술이 넘칠수록 인심과 복이 따른다는 상징이다. 아사히 맥주 계열의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 ‘닷사이(獺祭)’의 최고급 준마이 다이긴조는 ‘닷사이 23’으로 출시된다. 최고급 야마다니시키 쌀을 23%까지 정미했다는 뜻으로, 가격도 그만큼 높다. 선물용이나 특별한 날에 마시는 사케로 알려져 있다. 같은 준마이 다이긴조 라인업으로 닷사이 39, 45가 있는데, 뒤의 숫자는 모두 정미율을 의미한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인 ‘쿠보타 만쥬(久保田 萬壽)’는 대표적인 준마이 다이긴조급이다. ‘남산(男山)’이라는 한문 이름이 인상적인 ‘오토코야마’ 역시 프리미엄급 사케로 꼽힌다. ‘하카이산(八海山)’ 또한 한인 마켓에서 자주 보이는 준마이 다이긴조급 사케다. 흔히 ‘귀신술’로 불리는 ‘오니고로시(鬼殺し)’는 같은 급의 사케 가운데 마케팅이 가장 잘된 브랜드다.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어서 접근성이 좋다. 감히 준마이 다이긴조급 사케의 보급형이라 불러도 무리는 없다. 이 급의 사케 가운데 드물게 데워 마셔도 맛이 살아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식집에서 큰병을 시키려는데 잘 모르겠다면 “오니고로시 주세요”라고 하면 중간은 간다. 와인을 잘 모를 때 ‘케이머스(Caymus)’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마켓에서 흔히 접하는 ‘기케이칸(月桂冠)’, ‘소치쿠바이(松竹梅)’, ‘오제키(大?)’ 같은 브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미국산이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은 준마이급 사케다. 흔한 일식집에서 도쿠리로 데워 나오는 사케보다는 한 단계 위라고 보면 된다. 한국 마켓에서 쿠보타 만쥬보다 저렴한 사케는 대개 센쥬로, 준마이 긴조급이다. 일반 준마이보다는 한 단계 위다. 닷사이나 하카이산도 비슷한 포지션의 라인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니고로시를 예외로 하고, 보통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사케, 특히 기계로 데워 나오는 사케는 대개 혼죠조다. 혼죠조는 소량의 양조 알코올이 첨가된 사케다. 소주처럼 완전 희석주는 아니지만, 풍미를 조정하기 위한 부분적 첨가라고 이해하면 된다. 최근 사케 시장의 흐름을 보면, 등급이 낮아질수록 브랜드 진입이 쉬워지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젊은 층을 겨냥한 스파클링 사케, 과일 향을 더한 사케 등도 늘고 있다. 무겁게 느껴졌던 사케를 일상적인 술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다. 전통에서 출발한 사케가 지금도 계속 변주되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오늘 사케를 한잔한다면 읊어보자. 준마이 다이긴조.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기억 최고급 사케 사케 브랜드 스파클링 사케
2025.12.28. 18:00
흔히 이민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기 위해서는 세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들 했다.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부동산 브로커다. 특히 LA한인타운 요식업 업주 입장에서는 ‘위치’가 중요한 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타운의 맛을 내는 ‘자리’의 전문가들인 부동산 브로커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려 한다. 필자와 동종 업계에 있는 선배, 후배들이기도 하다. LA 한인타운 형성 초기, 부동산 분야에서 큰 손으로 꼽히던 인물로는 훗날 한미은행 초대 이사장을 지낸 ‘국제부동산’의 조지 최 사장과, 한인 사회에서 ‘여걸’로 불리던 ‘소니아 석 부동산’의 소니아 석 사장을 들 수 있다. 특히 석 사장은 한인 최초로 부동산 중개업자(브로커)와 감정평가사 자격을 동시에 취득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올림픽길 한인타운에 한글 간판을 달자는 운동을 주도해 초기 한인타운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갤러리아 마켓 투자그룹을 이끄는 ‘팩코 인베스트먼트’의 현재 사장 역시 국제부동산 출신이다. 그는 다수의 대형 부동산 거래와 상업용 부동산 관리에 관여하며 한인타운 상업 부동산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한인타운 올드타이머들이 기억하는 ‘럭키부동산’은 한때 대형 호텔과 골프장 등 굵직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며 명성을 떨친 회사다. 현재의 사장은 필자가 직접 모셨던 몇 안 되는 보스 중 한 분이기도 하다. 한인타운을 좌지우지하던 상업용 부동산·관리 회사들 가운데에는 윌셔 일대 다수의 오피스 빌딩을 관리하던 ‘토탈 매니지먼트’가 있었고, 각종 부동산 관련 소송 끝에 아쉽게 사라진 ‘칼베스트 부동산’도 기억에 남는다. ‘아주부동산’은 한인타운 아파트 매매와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회사다. 같은 세대의 상업용 부동산 회사로는 ‘원부동산’과 ‘샘 해리 부동산’이 있었고, 지금은 부동산 관리 사업을 접은 ‘하나 인베스트먼트’도 한때 활발히 활동했다. 스몰 비즈니스가 중심이었던 한인 커뮤니티 특성을 반영하듯, 한때 100여 명의 에이전트를 거느린 비즈니스 전문 대형 회사 ‘비지컴 부동산’도 존재했다. 필자 역시 몸담았던 이 회사는, 한국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2대 진행자로 발탁된 박원홍 씨가 LA에서 운영하던 부동산 학교를 인수해 수많은 부동산 에이전트를 배출하기도 했다. 현재 한인타운 내 최대 비즈니스 전문 부동산 회사로 자리 잡은 ‘비부동산’의 사장 역시 비지컴 부동산에서 리커 마켓 총괄 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처럼 한인 부동산 업계는 인적 계보와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성장해왔다. 요즘이야 온라인 강의로 공부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초기에는 한인 소유 부동산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오렌지카운티와 LA에서 운영되던 ‘데니스 부동산 학교’ 역시 수많은 에이전트를 배출하며 그 역할을 했다. OC에서 1987년 ‘리얼티 월드(Realty World)’ 프랜차이즈로 출발한 ‘뉴스타 부동산’이 사세를 키워 LA에 자체 사옥을 마련하고, 전국적인 지점·프랜차이즈 네트워크로 확장한 일은 당시로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주택 거래뿐 아니라 다수의 에이전트들이 비즈니스 거래를 병행하면서 한때는 거래량 면에서 비부동산과 쌍벽을 이루기도 했다. 뉴스타 부동산은 현재도 부동산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OC에서는 부동산 호황을 타고 샌디에이고까지 사업을 확장한 ‘팀스피리트 부동산’이 있었고, OC에서 성장해 LA까지 진출한 ‘레드포인트 부동산’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탑 에이전트 출신으로 ‘초이스100’을 이끄는 사장은 회사 운영보다는 개인 투자 성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외에도 소속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압도적인 거래량을 기록하는 ‘수퍼 에이전트’들이 존재하지만, 이 글은 회사 중심의 기록이기에 포함하지 못했음을 미리 밝힌다. 한인타운 주택 전문 부동산 회사로는 전통의 ‘아이비 부동산’ 외에도 뉴스타 부동산 출신 사장이 독립해 설립한 ‘드림 부동산’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로만 보면 현재 타운 내 최대 규모일지도 모른다. 한때 한인타운에 콘도 분양 열풍이 불었을 당시, ‘CB 레지덴셜’은 분양센터를 포함해 에이전트 수가 100명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기억 속의 이름이 됐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는 ‘CBRE’ 출신 브로커가 운영하는 ‘코러스(Korus) 부동산’, 그리고 ‘CB 커머셜 부동산’ 등이 한인타운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 관리 회사로는 ‘팩코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HK Properties’, ‘Korus’, ‘리얼티랜드’, ‘바인프로퍼티’, ‘킴앤드케이시’ 등이 이름을 올린다. 한인타운을 넘어 남가주 전체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보유 기업인 ‘제이미슨 프로퍼티’는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부동산 회사이자 관리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한인들이 그 거대한 자산 운영의 그늘 아래서 긍정적인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이미슨을 비롯해 초기 한인타운의 초석을 다져온 모든 한인 부동산인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먼저 걸어간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의 발자취 위에 오늘의 한인타운이 서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터전 초기 한인타운 la한인타운 요식업 상업용 부동산
2025.12.21. 18:00
치열한 이민사 속에서 LA의 고깃집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맛으로 한인들의 곁을 지켜왔다. 전설의 시작은 단연 8가길의 ‘숯불집’이다. 캘리포니아 대기정화국(AQMD)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LA에서는 상업용 숯불 조리가 사실상 불법이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영업을 해온 덕분에 ‘그랜드파더 클로즈(Grandfather clause·기득권 인정)’가 적용되어 유일하게 숯불구이가 허용됐다. 자욱한 연기 속, 깊은 숯향이 밴 양념갈비와 얼큰한 고추장찌개는 이곳을 대체 불가능한 명소로 만들었다. ‘길목’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착한 가격에 푸짐한 주물럭을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던 집이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 시절의 맛있는 기억 덕분에 여전히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동치미 국수는 ‘전설’로 불릴 만하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습관처럼 찾게 되는 집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한때 쇠퇴하던 브랜드였지만, 미국 진출로 대박을 터뜨린 고깃집이 있다. 바로 ‘백정’이다. LA 한인타운 채프먼 플라자에 있던 백정은 본사와의 계약 해지 이후에도 ‘오리진(Origin)’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넘게 성업 중이다. 이 예상치 못 한 성공을 계기로 백정 본사는 미국 전역으로 직영점과 가맹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결국 현지 한인 파트너에게 지분을 넘기고 철수했다. 이후 계약이 종료된 매장들은 각자 다른 이름으로 재운영에 들어갔고, 뉴욕에서는 ‘정육점’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해 마당몰에 지점을 열며 또 한 번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백정 브랜드를 인수한 한인 사업가는 부에나파크, 토런스, 알함브라, 어바인 등지에서 백정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8가 ‘만수등심’ 자리에도 새 매장을 오픈했다. 그는 또 6가의 곱창집 ‘아가씨곱창’을 함께 운영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백정의 원조 격인 오리진 K-BBQ의 사장은 이후 ‘쿼터스(Quarters)’라는 새로운 고깃집 브랜드를 론칭했다. 보다 현지화된 콘셉트로 자리 잡은 이곳은 현재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K-BBQ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원래는 고기를 쿼터 파운드 단위로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쿼터파운드’라는 상호를 고려했지만, 맥도날드 메뉴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쿼터스’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풀러턴에도 새 지점을 준비 중이다. 쿼터스 운영진은 이외에도 월셔길의 ‘무한바비큐’, 올림픽길의 ‘라성돈까스’와 ‘라성순두부’, 그리고 라성순두부 내 코너 카페 브랜드 ‘ROK 커피바’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때 LA에도 진출했던 한국 브랜드 ‘마포갈매기’는 최근 가디나의 유명 식당 ‘황소마을’ 사장 딸이 인수해 새로운 콘셉트의 K-BBQ로 리뉴얼 중이다. 부에나파크 소스몰에 있던 마포갈매기 매장도 몇 년 전 다른 고깃집으로 바뀌었다. 백정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주 진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철수한 셈이다. 현재 같은 소스몰에서는 오히려 ‘강남하우스’가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부에나파크에서 운영되던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 ‘새마을식당’은 지난 8월 말로 아쉽게 문을 닫았다. 같은 자리에는 지난달 윈(WYN) 코리안 바비큐(대표 제드 양)가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에 문을 닫았던 8가의 솥뚜껑 고깃집 ‘꿀돼지’ 자리에는, 일식·K-BBQ·샤부샤부 등 다양한 식당을 운영해온 베테랑 사장님이 새롭게 ‘솥뚜껑 돼지고기 전문점’을 열어 성업 중이다. 역시 오랜 내공을 가진 외식업인의 감각은 달랐다. LA 한인사회에서 고깃집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가족 모임, 동창회, 비즈니스 미팅, 각종 후원 모임까지 한인사회의 중요한 장면들 대부분은 늘 고깃집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타운 고깃집은 지금도 한인 사회가 걸어온 시간 그 자체를 굽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고깃집 고깃집 브랜드 la 한인타운 백정 브랜드
2025.12.14. 17:50
가라오케는 ‘비어 있다’는 뜻의 일본어 ‘가라(空)’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로, 연주자 없이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오락문화를 뜻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가라오케는 미국에서도 1980년대 말 ‘가라오케 나이트’라는 이름의 클럽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가라오케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류 사회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부활하는 추세다. 한인타운 윌셔가의 백인 운영 바 ‘브라스 몽키’에서도 정기적으로 가라오케 나이트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식 가라오케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무대형 공개 공간이 아닌, 개별 룸 단위의 사적인 공간에서 가족·친구·동료끼리 노래를 즐기는 ‘노래방’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변모했다. 이 한국식 노래방 문화는 ‘나성’이라 불리는 LA 한인타운에도 그대로 전파되어, 이제는 한인 사회의 일상적 여흥이자 세대와 계층을 잇는 공동체 문화로 깊이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초, 8가와 킹슬리의 현재 케네디 하이스쿨 부지에 있던 ‘대호 나이트클럽’은 LA한인타운 노래방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당시 나이트클럽은 밴드 연주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최신 가라오케 기계를 도입해 곡당 5달러씩 받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했다. 노래 솜씨를 경쟁하듯 뽐내는 무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필자는 인테리어업을 하던 친구와 함께 방음이 완비된 소형 룸 두 개를 설치해 동시에 여러 사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것이 사실상 LA 최초의 ‘룸형 노래방’의 시작이었다. 정식 상호를 걸고 문을 연 LA 최초의 노래방은 윌셔와 그래머시, 현재는 고깃집이 들어선 자리에 있었던 ‘LA 노래방’이다. 각 방에 69장의 레이저디스크를 장착한 파이오니어 기계가 설치됐고, 신청 가능한 곡 수는 적었지만 ‘최초’라는 상징성 때문에 손님들은 번호표를 뽑아 두 시간씩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 후 불과 2년 사이에 자동 반주기, DJ가 LP를 직접 돌리는 방식 등 다양한 시스템이 실험됐고, 태진과 금영 반주기가 본격 도입되면서 노래방은 비로소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창기 노래방들은 주방도, 술 라이선스도 없는 순수한 ‘노래 연습장’ 개념이 강했다. 버몬트길 현 이태리 안경점 자리에 들어섰던 ‘신촌노래방’을 시작으로, 올림픽길 호돌이식당 2층 ‘딩동댕’, 3가의 ‘벌몬트 노래방’, 6가의 ‘데뷔’·‘영동’·‘럭키’, 윌셔의 ‘노래하나방’, 8가의 ‘꾀꼬리’, 웨스턴의 ‘DJ’·‘코러스’, 올림픽의 ‘스마일 노래방’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이후 윌셔와 윌튼 코너에는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한 대형 ‘리사이틀 노래방’까지 들어서며 노래방은 한인타운 밤 문화의 핵심 업종으로 급부상했다. LA 폭동 이후 타운 내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불탄 한인 업소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풀리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들이 노래방 업계로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이 시기 노래방은 단순한 유흥업소를 넘어, 타운 복구와 재기의 상징적 산업 중 하나로 기능했다. 3가 ‘숲속의 빈터’ 사장이 시작한 ‘숲속 노래방’은 LA 최초로 양주 라이선스를 취득해 술을 판매한 노래방으로 기록된다. 이 무렵부터 노래방 업주들은 인테리어와 콘셉트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올림픽길 ‘MGM 노래방’은 같은 이름의 카지노로부터 상호 사용 문제를 제기받아 ‘MGeeM’으로 이름을 바꾸는 해프닝을 겪었고, 이후 ‘와와 노래방’으로 간판을 바꿨다. 노래방의 흥망은 그대로 한인타운 개발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던 6가 채프먼 플라자의 ‘블리스’, 길 건너 ‘화이트’, 윌셔의 ‘별밤’, 대형 ‘팜트리 노래방’, ‘고성방가’, 뉴햄프셔의 ‘이가주 노래방’ 등은 재개발로 문을 닫은 곳이다. 현재 한인타운의 노래방들은 대부분 주류 판매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다. 6가의 필·영동·On&Off·리사이틀·전 감 K-Pop·슈라인, 3가의 숲속, 윌셔의 ‘베뉴’·‘파라호’, 8가의 ‘펑크’·‘로젠’·‘글로우’·‘인피니티’·‘갤럭시’, 후버의 전 ‘오디션’, 웨스턴의 ‘파블릭’·‘아코’·‘보’·‘콘서트’ 등이 성업 중이다. 8가의 ‘Epic’, 웨스턴의 ‘Jade’ 노래방도 조만간 새롭게 문을 연다. 한인타운에서 노래방은 40년 가까이 세대가 뒤섞여 노래로 소통하는 ‘정서적 광장’이자 작은 쉼터 역할을 해왔다. 1세대에게는 향수와 위로의 공간이었고, 2·3세에게는 한국 문화를 몸으로 익히는 체험장으로 한인타운의 밤을 밝혀왔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노래방 타운 la한인타운 노래방 한국식 노래방 룸형 노래방
2025.12.07. 18:36
LA한인타운의 올림픽길은 지리적으로 동서 LA를 잇는 핵심 동맥이자, 이민 1세대들이 삶의 터전을 일군 ‘원조 한인타운’의 맥을 고스란히 품은 길이다. 6가나 웨스턴 중심부가 새로운 상권으로 각광받는 동안, 올림픽길은 오랫동안 ‘옛 한인타운’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올림픽길은 다시 활력을 되찾으며 한인 커뮤니티의 새로운 식당가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가장 역동적인 거리로 재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중심에는 ‘라성 브랜드’의 약진이 있다. 전 ‘오야붕’ 자리에 문을 연 ‘라성 순두부’는 오픈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업소의 젊은 사장은 ‘쿼터스’, ‘강호동백정’, ‘무한’, ‘라성돈까스’ 등을 운영하며 한인타운에서 무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근처에 문을 연 라성 돈까스도 골목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탰다. 라성이 불러일으킨 돈까스 열풍에 기존 강자였던 ‘와코(Wako)’에까지 손님이 다시 몰리며 ‘돈까스 역주행’ 성공에 한몫했다. 라성 순두부와 같은 건물에 들어선 카페 ‘Rok’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차라떼 한 잔을 맛보기 위해 하루 40~50명씩 줄을 세우고 있다. 올림픽길에는 감각적 카페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호관광 사옥의 ‘M&Co Cafe’, M Plaza 2층의 ‘M Cafe’, 전 대성옥 건물 코너에 들어선 ‘Memory Look Cafe’ 등은 모두 건물주 직영으로 넉넉한 공간과 넓은 주차장을 무기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베이커리 전선도 치열하다. 한국 대형 프랜차이즈가 잇달아 진출하는 가운데, LA 토종 브랜드 ‘아만다인(Amandine)’이 올림픽 함흥냉면 쇼핑센터에서 당당히 버티며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 인근에는 뚜레쥬르(한남마켓 센터), 빠리바게트(라성순두부와 같은 건물)가 들어서며 베이커리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아만다인 쇼핑센터에는 명인만두, 하이트 광장, 그리고 한국에서 미쉐린 추천을 받았다는 ‘게방’까지 새롭게 합류하며 상권이 한층 풍성해졌다. 올림픽길의 중식당 전통도 여전하다. 한인타운 중식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만한 ‘신북경’과 ‘연경’이 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연경 옆에 새로 문을 연 ‘서울분식’은 모든 단품 메뉴를 5달러로 고정하는 파격 전략으로 손님몰이에 나섰다. 새 아파트 개발도 상권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한국 반도건설이 지은 ‘보라 아파트’ 1층에는 일본식 그랩앤고 콘셉트로 인기를 끄는 ‘야마스시(Yamasushi & Marketplace)’가 들어섰고, 같은 건물에는 하나은행, Van Dyke 커피, 그리고 공사 중인 진솔국밥 순두부집까지 들어오며 거리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올림픽길 특유의 ‘넓은 스펙트럼’은 고기집에서도 드러난다. 무제한 랍스터를 즐길 수 있는 ‘TGI K-BBQ’, 웨스턴으로 이전한 양마니 자리에 들어선 ‘꼰대돼지’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올림픽길은 오랜 시간 한인 식문화의 뿌리를 지켜온 곳이다. 대표적인 올드타이머 식당인 ‘강남회관’, ‘청기와’, ‘조선갈비’, ‘서울회관’, ‘소반’ 등이 여전히 건재한다. 또 ‘샤부야’, ‘죽향’, ‘선하장(오리구이)’, ‘풍무 양꼬치’, ‘감자골 감자탕’, ‘올림픽 칼국수’, ‘올림픽 청국장’, ‘장안된장’ 등 전문 맛집들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한때 ‘옛 타운’으로 불리던 올림픽길은 이제 과거의 향수와 새로운 트렌드가 공존하는 한인타운의 ‘제2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거리가 되었다. 이민 1세대가 남긴 기억 위에 새로운 세대의 맛과 문화가 더해지면서, 올림픽길은 다시 한 번 LA 한인타운의 중심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올림픽길 부활 사이 올림픽길 동안 올림픽길 한인타운 중식
2025.11.30. 17:05
1970년대 LA한인타운 올림픽길과 버몬트길의 현재 '엘 뽀요 로코(El Pollo Loco)' 자리에는 '아메리칸 버거(American Burger)'라는 식당이 있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당시 한인 청소년들의 집합소였다. 그곳에 모인 소위 불량 청소년들은 업소명의 이니셜을 써서 'AB파'라 칭하곤 했다. 한인 최초의 청소년 갱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다소 험악한 이름의 'KK(Korean Killers)', 'LGKK(Last Generation KK)' 등이 등장했는데, 공식적으로 LA경찰국(LAPD)은 이 한인 갱들을 '깡패(Gang-pae)'라고 불렀다. 일본계 야쿠자, 중국계 와칭과 대비되는 고유명사였다. 길 건너 호돌이 식당 건물에는 '올림픽 버거'가 유명했다. 버거도 훌륭했지만,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멕시칸 스타일 부리토가 일품이었다.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의 인심 좋은 식당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현재도 타운내 햄버거 경쟁은 치열하다. 전체 시장에서는 인앤아웃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타운에서만큼은 '칼스 주니어(Carl's Jr.)'가 선전 중이다. 5가와 웨스턴, 6가와 웨스트모어랜드 2개 지점에서 1파운드에 달하는 두꺼운 앵거스 패티의 6달러 버거, 과카몰리 베이컨 버거 등 프리미엄 메뉴를 앞세워 입지를 다진다. 모두가 건강식을 외칠 때 "나는 내 길을 간다"는 뚝심의 '타미스 오리지널 버거(Tommy's Original Burger)'는 베벌리 길에서 내년이면 80년째 성업 중이다. 1600칼로리에 달하는 더블 칠리 치즈버거 콤보가 나의 최애 메뉴다. 칠리 버거 한 입에 노란 칠리 페퍼를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이름부터 건강식을 포기한 '팻버거(Fat Burger)' 역시 윌셔와 하일랜드 코너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도 꿈틀댄다. 5가와 웨스턴에는 비건 버거계의 인앤아웃이라 불리는 '몬티스 버거(Monty's Good Burger)'가 힙한 명소로 떠올랐다. 또 다른 최신 유행은 '스매시 버거'다. 정형하지 않은 패티를 그릴에 던지듯 눌러 굽는 방식이다. 웨스턴과 워싱턴 인근에 'LA 스매시 버거'가 있다. 제퍼슨과 후버 인근에 한인이 운영하는 '소프티스(Softies)'가 인기다. 최근 오렌지카운티(OC)에 '롯데리아'가 문을 열어 대박이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개업 초기의 '오픈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그 열기가 다소 식었다고 들었다. 햄버거 하나를 위해 OC까지 가는 수고는 하지 않아 아직 맛을 보지는 못했으나, 한국에서 경험했던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롯데리아가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업체가 있다.뼈아픈 실패 사례다. 5~6년 전 우리 회사 에이전트가 한국의 유명 체인 '맘스터치' 미국 1호점을 가디나에 리스를 주선해줬다.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2호점까지 냈다고 들었으나, 최근 두 곳 모두 폐업했다. 문을 닫기 전 메뉴를 살펴보니 치킨버거 위주로 현지화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국 본연의 메뉴와는 사뭇 달랐는데, 과연 본사가 동의한 전략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 대기업 CJ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의 미주 시장 철수도 아쉽다. 그들은 진출 초기 주류 시장만을 타깃으로 삼아 한인타운을 배제했다. 로컬 한인 업소와의 경쟁을 피하겠다는 취지였으나, 1호점을 웨스트우드(UCLA), 2호점을 베벌리힐스, 3호점을 센추리시티 푸드코트에 낸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인타운에 1호점, 라치몬트에 2호점을 내고 서서히 대학가나 파워센터로 확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필리핀의 맥도날드'라 불리는 '졸리비(Jollibee)'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필리핀 현지와 동일한 메뉴를 고수한다.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필리핀 교포들에게 익숙한 '고향의 맛'을 변질시키지 않겠다는 경영 철학을 천명했다. 현재 졸리비는 미국 내 80여 개 지점과 40여 개의 '레드 리본 베이커리'를 운영 중이며, 미국 커피빈과 한국의 컴포즈 커피까지 인수한 거대 기업이 되었다. 롯데리아는 새로운 한인타운인 OC에 첫 둥지를 틀었다. 이 선택도 좋지만 한인들의 저력이 응집된 LA 한인타운을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곳을 발판으로 미국 전역에 진출해 한국 외식 업계 1위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롯데 한인타운 la한인타운 올림픽길 햄버거 경쟁 칠리 버거
2025.11.23. 18:00
보쌈은 ‘복(福)을 싼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김치나 배춧잎에 싸 먹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김장이 끝난 뒤 돼지를 삶아 갓 담근 김치와 함께 이웃과 나누던 풍습, 그 넉넉한 나눔의 음식이 오늘날 보쌈의 원형이다. 이처럼 보쌈은 본래 나눔과 풍요의 상징이다. LA 한인타운에서 보쌈이라는 음식이 갖는 의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고된 이민 생활의 시름을 달래고, 지인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 중심에는 으레 푸짐한 보쌈 한 접시가 있었다. 타운 보쌈의 역사를 논할 때 ‘고바우’를 빼놓을 수 없다. 버몬트 길로 이전하기 전, 베벌리 길 시절의 고바우는 소문난 막걸릿집이었다. 입구 오픈 키친에서 아주머니들이 직접 구워주던 해물파전과 보쌈, 그리고 동동주는 많은 이에게 타운의 정서를 상징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 고바우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타운의 저녁’을 함께 나누던 공간이었다. ‘이모네’의 보쌈은 술꾼들 사이에서 ‘소주 한 잔 생각나는 집’으로 통한다. 특히 굴보쌈은 입소문이 자자하다. 저녁 무렵이면 거의 모든 테이블에 보쌈 한 접시와 소주잔이 빠지지 않는다. 음식이 술을 부르고, 술이 다시 대화를 부르는 곳이다. ‘장터보쌈’은 보쌈·족발·순대를 기본으로, 불고기·비빔밥·김치찌개·곱창볶음·감자탕까지 아우른다. 메뉴는 다양하지만, 보쌈과 족발, 순대의 맛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한식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집이지만, 그중에서도 보쌈은 이 식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메뉴다. ‘육대장’의 런치 보쌈은 간결한 구성이 매력이다. 점심시간에 육개장과 함께 보쌈 한 접시를 나누어 먹으면, 적당한 양에 깔끔한 맛이 더해져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한편, 보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족발 전문점들의 흥망성쇠는 타운 요식업계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한때 웨스턴길의 ‘미스터 보쌈’은 신세대 보쌈집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십수 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불불이 족발’이 들어섰다가, 다시 ‘더원족발’로 상호를 바꿔 재오픈했다. 사실상 같은 주인이다. 불불이 족발은 한때 동양선교교회 길 건너편, ‘와싸다’ 옆에 있던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팬데믹 이후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지금은 ‘핑크피그’가 새로 문을 열었다. 족발 전문점이지만, 특히 처음 맛본 ‘족발튀김’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족발의 부드러움에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이색적인 별미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족발의 대명사로 불리던 ‘장충족발’도 빼놓을 수 없다. 웨스턴과 5가에 있던 본점은 사라졌지만, 올림픽 길의 지점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름답게 ‘전통 족발’의 정석을 고수하고 있다. 8가 길 옛 진흥각 자리에 들어선 ‘청춘족발’도 요즘 인기다. 족발뿐 아니라 순대볶음, 해물파전, 돼지국밥 등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다소 소박한 분위기의 소주방이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한잔하기 좋은 곳이다. 3가 길의 ‘LA왕발’은 가성비가 돋보인다. 9.99달러 순대국 덕분에 찾았다가, 윤기 흐르는 족발의 부드러움에 반해 단골이 되는 이들이 많다. 순대 접시도 수준급이고, 전체적으로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진다. 감자탕으로 유명한 ‘감자골’의 보쌈도 기대 이상이다. 육수불고기로 잘 알려진 ‘황해도식당’의 보쌈·족발무침, ‘선농단’과 ‘항아리칼국수’의 보쌈 메뉴까지 보쌈은 이제 한인타운 거의 모든 한식당의 ‘기본 안주’이자 ‘소주와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보쌈은 21세기에도 한인타운에서 저녁 문화를 상징한다. 돼지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 먹으며 쌓이는 정, 소주잔을 부딪치며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그리움과 위로. 복을 싸서 나누던 풍습은, 타운의 밤을 위로하는 따뜻한 안주로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보쌈 보쌈과 족발 타운 보쌈 보쌈 메뉴
2025.11.16. 18:00
‘돈까스’의 뿌리는 유럽의 ‘포크 커틀릿(pork cutlet)’에 있다. 19세기 말, 서양 요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이 영국식 커틀릿을 일본식으로 변형하면서 ‘돈카츠(とんかつ)’가 탄생했다. 이후 한국전쟁 직후 미군문화와 일본식 경양식이 섞이며 ‘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우스터소스에 사과맛을 더한 달콤한 소스를 부어먹거나 찍어먹는 부먹·찍먹 논쟁은 그때부터 이어졌다. 여기에 카레를 곁들이면 카레돈까스, 새우나 소고기를 넣으면 새우까스, 비프까스로 변주된다. 한국에서 돈까스는 한때 ‘경양식집의 상징’이었다. 샹들리에가 달린 고급 식당에서 크림스프와 함께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던 음식, 말하자면 서구식 근대화의 상징이자 청춘의 추억이었다. 하지만 절반쯤 먹다 보면 느끼함이 몰려와 김치가 생각나는 것도 어김없었다. LA 한인타운에서도 이 향수는 고스란히 이어졌다. 올림픽과 크렌셔의 ‘두발로’, 윌셔길 ‘안전지대’, ‘카페 모네’ 등은 80~90년대 한국식 경양식집을 모방한 카페들이었다. 90년대 3가와 버몬트길의 일본인 경양식집 ‘알프스’는 그 계보의 원조격이다. 이후 상호를 ‘아이팝(Eyepop·Popeye의 철자를 거꾸로 한)’으로 바꾸며 명맥을 이었다. 이 시기 한인 카페문화의 기본 메뉴는 단연 돈까스였다. 옥스포드 카페, 난다랑, 나무하나, 인터크루 등 젊은층이 모이던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판에는 돈까스가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주방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돈까스 소스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느냐”였다. 주방장은 소스 비법을 감추고, 헬퍼들은 배워보겠다고 들이대던 시절이었다. 돈까스는 대체로 돼지고기 등심을 손질해 힘줄을 제거하고 연육망치로 두드려 얇게 편 뒤, 빵가루를 입혀 얼렸다가 튀겨내는 방식이었다. 접시를 가득 덮는 크기, 성인 남자 얼굴보다 큰 돈까스가 당시 유행의 상징이었다. 이후 코리아타운플라자 푸드코트의 ‘왕돈까스’의 등장은 게임체인저였다. 케첩 베이스의 붉은 브라운 소스에 시큼달콤한 맛을 더해 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접시를 가득 메운 왕돈까스는 보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줬다. 한인타운 돈까스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인물은 ‘꿀돼지’의 단 김 사장이다. 그는 윌셔와 알렉산드리아, 현재 ‘담솥’ 자리에 정통 일본식 돈까스 전문점 ‘와코’를 열었다. 얼리지 않은 프리미엄 등심을 두껍게 썰고, 최소한의 망치질 후 바로 튀겨내는 ‘겉바속촉’의 기술은 한인타운 돈까스의 새 장을 열었다. 손님이 직접 미니 절구에 통깨를 갈면 서버가 소스를 부어주는 퍼포먼스까지 더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 영향으로 옆집 카레 전문점은 문을 닫을 정도였다. 이후 와코는 아로마센터 푸드코트 입점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올림픽길 3호점 오픈으로 다시 부활했다. 벌몬트와 7가 ‘고바우 쇼핑센터’ 내에는 ‘명동돈까스’라는 이름으로 친척이 운영하는 분점이 생겼다가 몇 년 후 샤부미로 전업했다. 일본 하우스푸드가 운영하던 ‘카레하우스’가 마당몰에 문을 열었고, 이후 코코이치반이 6가 시티몰 코너에 들어서 타운 유일의 카레돈까스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카레가 주 메뉴지만, 손님 대부분은 카레돈까스를 찾는다. 가주마켓 3층 푸드코트의 ‘브라운돈까스’는 라면과 돈까스 세트로 인기를 끌었지만, 푸드코트 폐점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시티센터로 옮겼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엔 올림픽과 하버드 코너에 문을 연 ‘라성 돈까스’가 매운 돈까스로 인기를 모았다. 일본식 정통 튀김 기술에 한국식 케첩소스를 입혀 두 세계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낸 맛이었다. 현재 한인타운의 돈까스 지형도를 그려보면, 일본식 정통 와코, 한국식 왕돈까스, 한·일 퓨전형 라성돈까스, 그리고 카레돈까스의 코코이치반 등 네 갈래로 나뉜다. 돈까스 역시 타운의 다이내믹한 맛을 상징한다. 한국인의 근대적 미식 경험, 일본식 경양식 문화의 변용, 그리고 LA 한인사회의 추억이 한데 녹아 있다. 고급 경양식에서 출발해 지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은 돈까스 한 접시는, 이민 1세대에겐 향수이자 2세대에게는 세대를 잇는 문화의 맛이라 할 수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커틀릿 돈카츠 카레돈까스 새우 한인타운 돈까스 돈까스 소스
2025.11.09. 18:00
간장게장은 신선한 게를 간장 양념에 담가 숙성시킨 한국의 전통적인 젓갈 요리이다. 그 유래는 고려 시대 문헌인 14세기의 농서 ‘농상집요(農桑輯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과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 발달해 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저장 음식의 역할도 했다. 이 전통의 ‘밥도둑’이 몇 년 전부터 한인타운에서 ‘K-푸드의 품격’을 상징하는 메뉴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인 손님이 저녁을 쏘겠다며 한인타운 간장게장 집으로 오란다. 웨스턴길의 ‘하선생’이다. 원래 설렁탕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웬걸? 이제는 옆 가게까지 터 두 배로 넓어진 매장에서 늦은 시간에도 영업한다. 손님들 대부분이 간장게장을 먹고 있다. 간장 새우도 인기 메뉴다. 손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라더니, 실제로 금가루까지 뿌려져 반짝이는 간장게장이 상에 오른다. 경이적인 현상이다. 중국인들이 한인타운으로 간장게장을 먹으러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필자가 자주 가던 버몬트 길의 ‘K Town Crab House’에 블랙핑크 리사가 다녀간 후, SNS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유명해지면서다. 리사가 다녀간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중국 관광객 성지로 떠올랐다. 예전엔 여유롭게 들렀던 가게가 이젠 바쁜 시간엔 피해야 할 정도로 북적인다. 특히 대형 성게 위에 각종 알을 듬뿍 올린 ‘성게 알밥’은 단연 내 최애 메뉴다. 최근 LA의 간장게장 집은 파인 다이닝 수준까지 고급화되고 있다. 올림픽과 하버드길의 하이트 광장 옆 ‘게방식당’은 한국 미쉐린 가이드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곳이다. 예약은 필수다. 메인 코스, 디저트까지의 코스가 짜임새 있게 준비되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가부키’ 사장님 아드님이 경영을 맡고 있다. 가부키 사장님이 운영하는 다른 한식당 ‘가빈’에서도 같은 간장게장 맛을 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상을 받은 날 뒤풀이를 ‘소반 식당’에서 했다. 이 식당의 가장 유명한 메뉴가 간장게장이라는 일화는 간장게장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타운에는 간장게장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문점들이 곳곳에서 꾸준히 성업 중이다. 3가와 호바트의 ‘짜몽’ 옆에 위치한 ‘알찬 꽃게’는 간장게장 전문 식당으로, 많은 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8가길 ‘온달’은 꽃게탕과 게찜으로 유명하지만 간장게장도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온달은 한인타운 간장게장 업체 중 최장수를 자랑한다. 전문점은 아니지만, ‘올림픽 칼국수’의 매운 양념 게장 맛은 거의 독보적이다. 매장에서는 칼국수를 시켜 먹느라 바빠, 대부분 투고해서 양념 게장을 집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북창동 순두부’의 양념 게장도 완전 수준급이다. 여러 지점이 있어 LA는 물론 뉴욕, 텍사스 등 어디서든 급하게 양념 게장이 먹고 싶을 때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맛을 볼 수 있다. 비록 정식 메뉴는 아니지만, ‘남원골 추어탕집’에서는 전라도식 맛깔스런 밑반찬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사장님 덕분에 가끔 양념 게장이 밑반찬으로 나오곤 한다. 넉넉한 인심 덕에 반찬 양이 푸짐하다. 투고를 하겠다면 맛과 양, 가격까지 착한 ‘보릿고개’의 간장게장도 훌륭한 선택이다. 보통 보릿고개 매장에서는 비빔밥을 비벼 먹느라 바빠 간장게장은 주로 포장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버몬트 길의 ‘튀는 활어’에서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당 39.99달러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비싼 간장게장으로 하루 날 잡고 배를 불리고 싶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인타운에서 한국의 정(情)과 손맛을 전하는 문화의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간장게장 르네상스 한인타운 간장게장 간장게장 전문 양념 게장도
2025.11.02. 17:30
월남국수 혹은 쌀국수라고 불리는 ‘Pho(포)’의 기원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북부 하노이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의 쇠고기 스튜 ‘포토푀(Pot-au-feu)’가 베트남식으로 현지화된 것이다. 쌀국수 면 위에 소뼈와 향신료로 우려낸 맑은 국물, 그리고 숙주, 실란트로(고수), 라임이 어우러진 이 한 그릇은 식민의 흔적을 품은 음식이면서도, 전쟁 이후 세계로 흩어진 베트남 디아스포라가 각국에 남긴 ‘기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그 소울 푸드는 한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LA 한인타운 최초의 월남국수집은 6가와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세븐일레븐 쇼핑몰 내 90년대 후반 문을 연 전설적인 ‘Pho LA’였다. 24시간 영업으로, 새벽 2시 술집들이 문을 닫는 시간 손님들이 해장을 위해 몰려들던 곳이었다. 쓰린 속을 달래던 그 한 그릇의 국물은 타운의 또 다른 밤 문화를 만들었다. 고수(실란트로)의 강한 향과 라임의 신맛은 처음 접하는 한인들에게 낯설었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는 중독성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가정의 필수품이 된 스리라차 소스를 타운에 본격적으로 알린 곳도 바로 포 LA였다. 이때 월남국수의 매력에 빠진 수많은 유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 유행을 주도하기도 했는데, LA의 저렴하고 서민적인 스타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월남쌈을 곁들인 고급 요리로 변형된 점은 흥미롭다. 이후 4가와 웨스턴에 ‘Pho Western’이 문을 열며 타운 1등 자리를 꿰찼다. 지금의 ‘Cali Pho nia’ 자리다. 영업을 마친 웨이터들과 단골들이 모여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곳으로, 타운 사람들에게는 ‘새벽 국물집’으로 각인됐다. 1999년에는 드디어 진짜 베트남인 주인이 운영하는 ‘Pho 2000’이 1가와 웨스턴, HK마켓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대표 메뉴는 진한 옥스테일(소꼬리) 포. 한국인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정통 베트남식 국물맛으로 타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후 버몬트, 올림픽, 코리아타운플라자 푸드코트 등으로 확장하며 월남국수의 대중화를 완성했다. 지금도 웨스턴점과 코타플 지점은 같은 상호로, 같은 레시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한때 그보다 더 진한 국물의 ‘Pho 4000’도 등장했다. 4가 웨스턴 코너의 작은 식당이었지만, 깊은 국물 맛에 타인종 손님들까지 줄을 섰다. 타운이 지금처럼 다인종화되기 전, 이 음식은 LA의 새벽 공기를 타고 주류의 입맛도 매혹시켰다. 시간이 흘러도 ‘새벽의 월남국수’는 여전히 타운의 문화적 상징이다. 8가 옥스포드의 ‘Thank U Pho’, 6가의 ‘Pho 24’, 버몬트의 ‘Good Pho U’, 그리고 3가의 ‘Pho Legend’까지 이제 한인타운 곳곳에서 국적을 넘나드는 향신료와 국물이 섞인다. 특히 Pho Legend의 ‘분차(Bun Cha)’는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중 먹으며 화제가 된 메뉴로, 불향 입은 돼지고기와 국물 없는 쌀국수를 느억맘 소스에 버무려 먹는 별미다. 9가와 웨스턴의 ‘K-Town Pho’에서는 월남 샌드위치인 ‘반미’를 투고할 수 있어, 점심 한 끼의 일상식으로 자리잡았다. 타운의 월남국수 지도를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웨스턴 길을 따라 2가에는 Pho 2000, 4가의 Cali Pho nia, 7가의 Pho Gyu, 9가의 K Town Pho가 있다. 또 버몬트길을 따라 3가의 Pho Legend, 7가의 Good Pho U가 유명하다. 8가와 옥스포드 Thank U Pho, 6가와 켄모어의 Pho 24, 코타플 푸드코트내 Pho 2000 역시 강자다. 이 월남국수집들은 이국적이지만 한인의 식탁에서 서로의 문화를 포용한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선 이민자들만의 향기가 배어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소울푸드 타운 한인타운 곳곳 la 한인타운 코리아타운플라자 푸드코트
2025.10.26. 19:00
한국인에게 ‘통닭’은 아련한 추억이다. 아버지의 퇴근길, 월급날 손에 들려 있던 노란 종이봉투의 온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고소한 전기구이 통닭.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위로이자 가족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의 통닭은 이제 ‘K-치킨’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을 누비고 있다. 그 중심에는 LA한인타운에서 주춧돌 역할을 한 터줏대감 치킨집들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3가와 웨스턴 근처 DJ노래방 옆에 ‘페리카나 치킨’이 문을 열었다. 한국 브랜드로서는 미국 첫 진출이었다. 하지만 매장이 있던 쇼핑센터가 찰스 킴 초등학교 부지로 편입되면서 아쉽게 문을 닫아야 했다. 페리카나는 수년 전 오렌지카운티 소스몰과 LA 마당몰에 다시 돌아왔다. 두 번째 미주 시장 도전은 성공적이다. 한국식 치킨집이 드물던 시절, 한국 본사의 조리법과 인력을 직접 공수해 라크레센타와 한인타운 3가에 문을 연 ‘치킨데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원조다. 비록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두 지점 모두 여전히 성업하며 LA 한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4가와 웨스턴 코너에는 영화감독 출신 사장이 주방부터 서빙, 청소까지 ‘1인 경영’을 고집하는 ‘꼴통치킨’이 10여 년째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6가와 다운타운 올림픽에 지점을 둔 ‘꼬끼오’는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과도 같다. 과거 웨스턴 길에 있던 매장이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은 뒤 북쪽으로 이전했다가 다시 6가로 돌아오는 등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07년, 진출 당시 한국 업계 1위였던 ‘교촌치킨’은 6가에 본사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미주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근 이 매장은 옆 월남국수집을 인수하고 7개월간의 확장 공사를 거쳐 지난 9월 재오픈했다. 하지만 18년이라는 진출기간에 비해 LA 3곳, 하와이 1곳 등 더딘 확장세를 보이며 미주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오히려 교촌의 ‘카피캣’ 브랜드로 알려졌던 ‘본촌치킨’의 행보는 흥미롭다. 한국에는 매장이 없지만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현재 미 전역에 13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교촌과 비슷한 시기 7가와 버몬트 고바우 식당 쇼핑센터에 1호점을 냈던 ‘BBQ치킨’은 초반에는 확장세가 미미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현재 미주에만 200여 개의 매장을 확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K-치킨 프랜차이즈로 우뚝 섰다. BBQ의 성공에 자극받은 한국 시장의 새로운 강자 ‘BHC치킨’도 미주 진출을 선언했다. 3가와 페어팩스 파머스 마켓에 1호점을, 채프먼 플라자에 플래그십 개념의 2호점을 직영으로 오픈하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 시동을 걸었다. BBQ 1호점 자리에 새로 들어선 ‘77켄터키 치킨’은 라크레센터에 2호점까지 오픈했지만,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8가 옥스포드 쇼핑센터와 가주마켓 내에서 ‘투존치킨’도 꾸준히 선전 중이며, ‘할머니 가래떡 떡볶이’라는 서브 브랜드로 젊은층 입맛도 잡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치맥’ 전문점의 명맥도 이어지고 있다. 웨스턴 길의 ‘타운호프 땡스치킨’, 올림픽 길의 터줏대감 ‘하이트광장’과 ‘황태자’ 등은 여전히 저녁 시간 많은 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한국마켓내 치킨 코너의 닭다리도 타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테디셀러다. LA 한인타운의 치킨집들은 아버지의 노란 봉투가 품었던 따뜻한 추억을 자양분 삼아, 이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K-푸드의 위상을 높이는 역사를 써가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la한인타운 한국식 치킨집 터줏대감 치킨집들이 페리카나 치킨
2025.10.19. 18:51
한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로 주저 없이 맥도날드 커피를 꼽던 시절이 있었다. 혀가 데일듯한 뜨거움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마치 뚝배기에 담겨 펄펄 끓는 국밥처럼, 뜨거워야 제맛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이 태동하기 전, 데니스(Denny’s)나 아이홉(IHOP) 같은 식당들조차 파머스 브라더스에서 납품받은 원두를 드립 머신으로 내려 제공하던 때였다. 한인타운 초창기 ‘커피숍’이라 하면, 사실상 경양식 카페에 가까웠다. ‘두발로’, ‘안전지대’ 같은 곳이 대표적이었다. 젊은이들이 선도 보고 데이트를 즐기던 장소였다. 메뉴는 돈가스, 오므라이스, 그리고 다방식 커피가 전부였다. 1980~90년대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옥스포드 카페, 난다랑, 인터크루, 나무하나 같은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젊은 오렌지족들의 아지트가 됐다. 그무렵 주류 사회에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를 유행시키면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커피 한 잔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원두의 원산지와 플레이버가 중요해졌다. 그로서리 마켓 전면에는 소비자가 직접 원두를 갈아갈 수 있는 그라인더가 비치됐다. 한인타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1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전문점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웨스턴 5가에 문을 연 ‘미스터 커피’는 그 신호탄이었다. 쌉쌀하면서도 크리미한 카푸치노 한 잔에 타운은 매료됐다. 곧이어 6가와 켄모어의 ‘몬테칼로’, 윌셔와 알렉산드리아의 ‘카페 홈’이 가세하며 한인타운에도 본격적인 에스프레소 시대가 열렸다. 이 시기, 웨스턴 길의 미국 식당 ‘파이퍼스(Piper’s)’를 한인 사업가가 인수해 24시간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자정 넘어 커피와 함께 라면, 김치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는 ‘한국식 커피숍’의 등장은 한인들에게 새로운 해방구이자 행복을 선사했다. 이후 한인타운의 커피문화는 다양성과 감성으로 확장됐다. ‘발코니’, ‘맥’, ‘감’, ‘로프트’, ‘헤이리’, ‘노블’, ‘카페 센트’, ‘지베르니’, ‘노란집’ 등은 넓은 공간과 독창적 인테리어, 테라스 문화를 앞세워 새로운 카페 트렌드를 이끌었다. 한편 미국 주류시장에서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넘어 피츠,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 등 ‘스페셜티 커피’의 거인들이 경쟁에 나섰다. 한국 브랜드인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카페베네도 한때 미주 진출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레드오션의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졌다. 그 잔상은 윌셔길의 ‘어바웃타임’, 윌셔와 윌턴의 ‘목우’ 등에 남았다.반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베이커리 브랜드와 대만계 ‘85°C’는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커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LA 토종 브랜드인 ‘아만딘’의 선전도 괄목할 만했다. 최근의 흐름은 ‘기계’에서 ‘사람’으로 중심이 옮겨졌다. 커피머신보다 ‘바리스타’가 주목받는다. 알케미스트, 도큐먼트, RnY 커피 스튜디오, 샤프 스페셜티 커피 등은 커피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매니아층의 성지를 이루고 있다. 또한,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며 넓은 공간과 주차 편의성을 확보한 새로운 모델도 등장했다. 삼호관광 사옥의 ‘엠코 카페(MCO Cafe)’, M플라자의 ‘M Cafe’, 구 대성옥 자리에 들어선 ‘메모리 룩 카페(Memory Look Cafe)’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스타벅스가 미 전역에서 900여 개 매장의 폐쇄를 예고하며 한인타운 내 주요 매장들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빈자리를 한인 바리스타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강자들이 채우고 있다.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 ‘마루 커피(Maru Coffee)’ 등은 이미 주류 시장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타운 내에서도 ‘다모(Damo)’, ‘록(Rok)’, ‘스태거(Stagger)’ 등은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커피 한 잔은 시대의 온도이며, 공동체의 풍경이다. 다방커피에서 시작된 LA 한인타운의 커피숍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들이 이끄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로 이어지며, 한인 사회의 새로운 연대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전성기 퇴장 한국식 커피숍 한인타운 초창기 스페셜티 커피
2025.10.12. 19:10
차(茶) 한 잔에 담소를 나누고 정을 쌓아온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그런면에서 1980년대 초반 문을 연 8가 옥스포드 센터의 ‘여왕봉 다방’은 한국의 다방 문화를 그리워하던 한인들에게 어쩌면 필연과도 같은 존재였다.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와 달달한 ‘다방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위로와 향수 그 자체였다. 전복죽으로 유명했던 ‘산’ 식당과 숯불집을 성공시킨 박부생 사장의 손에서 탄생한 이 공간은 한인 커뮤니티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윌셔길의 한방 찻집 ‘화선지’는 다방과는 결이 다른 멋을 선사했다. 한국 전통 인테리어 속에서 진하게 달인 쌍화차에 꿀을 타고 잣과 대추를 띄워 마시는 여유, 여름날 곶감호두말이와 곁들이는 시원한 수정과는 이민 생활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올림픽길의 ‘다루’, 가주마켓 3층의 ‘카페 예’ 등도 떡볶이와 팥빙수, 붕어빵 같은 추억의 메뉴를 한방차와 함께 선보이며 한인들의 발길을 붙들었지만, 이제는 모두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전통 찻집의 시대가 저물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대만에서 건너온 ‘보바티(Boba Tea)’였다. 1990년대 초 ‘난다랑’ 쇼핑센터에 문을 연 ‘롤리컵’을 필두로, 물담배(후카)를 곁들인 ‘보바베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한인타운 음료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는 한인 2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층이 형성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인들의 도전 정신은 빛을 발했다. ‘I Love Boba’는 한인타운 곳곳에 지점을 내며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시험했고, 7가와 버몬트의 ‘보바로카(Boba Loca)’는 보바티 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 ‘요거트랜드(Yogurtland)’를 탄생시키는 신화를 썼다. 필립 장 대표의 작품이었다. 전 세계 350개 지점을 거느린 요거트랜드 성공의 단초가 바로 보바티였던 것이다. 놀랍게도 ‘보바로카’가 떠난 자리에 들어선 ‘잇츠 보바타임(It’s Boba Time)’ 역시 100여 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하며, 이 자리가 ‘성공의 명당’임을 입증했다. 최근 한인타운에는 프룻티와 흑당 버블티를 앞세운 중국계 보바숍들의 2차 공습이 거세다. ‘이팡(Yi Fang)’, ‘선라이트 티(Sunright Tea)’, ‘타이거 슈가(Tiger Sugar)’등이 연이어 문을 열었고, 특히 ‘3 Catea’는 타운 내 1등 보바숍으로 자리매김하며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차(Matcha)’의 시대가 도래했다. 8가에 문을 연 ‘다모’와 ‘스테거’, 버몬트의 ‘온이스케이프 카페’ 등 타운의 최신 핫플레이스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마차를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올림픽길 라성순부두 코너에 자리한 ‘Rok’에는 매일 수십 명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곧 샌게이브리얼밸리와 풀러턴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다방의 쌍화차에서 보바티를 거쳐 오늘의 마차에 이르기까지, 한인타운의 인기 음료는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하지만 그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고국의 맛을 그리워하던 1세대부터,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 소비하는 2, 3세대에 이르기까지 한인타운의 차 음료 열풍은 유행을 넘어, 이민 사회의 변화하는 정체성과 끈질긴 생명력, 그리고 무엇이든 성공 신화로 만들어내는 한인 특유의 ‘DNA’가 담겨있는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한인타운은 여전히 ‘차’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쌍화차 마차 한인타운 음료 요거트랜드 성공 한인타운 곳곳
2025.10.05. 19:00
LA 한인타운을 넘어 외곽 도시에도 각 동네를 대표하는 로컬 K-BBQ 맛집이 반드시 존재한다. 필자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에게 대표적인 K-BBQ 지역 강자들을 소개해달라 부탁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칼럼에서는 충성 고객들이 선정한 지역별 인기 고깃집들을 소개한다. 베벌리힐스에는 ‘겐와’가 꼽혔다. 야키니쿠를 연상시키는 이름과 달리 정통 한식으로 입소문을 탔다. 미라클마일 1호점의 성공에 이어 라시에나가 길에 2호점을 열며 영역을 확장했다. 버뱅크에서는 중국인 오너가 운영하는 ‘한스 K-BBQ’가 타운센터 몰 내에서 성업 중인데, 한식당 사장의 컨설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밸리 지역에서는 1996년부터 2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본셔길의 ‘식도락’이 독보적인 강자로 꼽힌다. 밸리 주민들의 특성상 ‘동네 2등’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굳건히 명성을 지키고 있다. LA 북쪽 옥스나드의 ‘젠 바비큐’는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샌호세는 ‘10부쳐스’가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 정갈한 밑반찬과 최고급 와규를 내세워 ‘인생 고기집’이라는 극찬까지 얻어냈다. 알함브라에서는 ‘젠 바비큐’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켰으나, 길 건너편 ‘추풍령’이 새로운 주인을 맞으며 판도를 뒤집었다. 샌게이브리얼 밸리 길에서는 ‘박대감’이 인수한 ‘TK92’가, 로즈미드 길에서는 ‘우국’이, 아케디아에서는 ‘백정’이 사이좋게 시장을 나눠 가진 모양새다. 특히 샌게이브리얼 밸리 중국인 타운은 LA 한인타운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 여러 식당이 공존하며 성장하고 있다. 시티오브인더스트리의 ‘떨스티 카우(Thirsty Cow)’는 가든그로브에도 지점을 내며 최상급 고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마치 ‘인앤아웃’에 대한 충성도와 맞먹을 정도로 ‘떨스티 카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롤랜드하이츠에서는 ‘쳐비 캐틀(Chubby Cattle)’이라는 중국인 소유의 K-BBQ 식당이 ‘쳐비 그룹’의 노하우를 살려 찰진 운영을 선보이고 있다. 토런스에서는 ‘92 K-BBQ’가 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예술적인’ 뷔페 라인 덕분에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정도다. 부에나파크의 ‘강남 스테이션’은 LA에서 성공을 거둔 뒤 부에나파크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며, 밤 12시 이후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어바인에서는 ‘백정’이 규모 면에서 1위를 차지하지만, 돼지고기는 ‘솥뚜껑구이 꿀돼지’가 강자다. 가든그로브에서는 전통의 ‘모란각’이 건재하며, 최근 부에나파크에 2호점을 냈는데 고기보다 냉면이 더 유명하다. 코스타메사의 ‘안진’은 일본식 야키니쿠로 인기가 높다. 개인적으로는 파운틴밸리의 ‘츄루하시’가 호르몬 구이와 돌솥밥으로 기억에 남는다. 야키니쿠를 한식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일본 서적에도 ‘한국 요리’라 표기하고 야키니쿠라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미국 최대의 K-BBQ 식당은 64개의 지점을 갖춘 ‘규카쿠’라고 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356 K-BBQ’가,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객들에게 ‘김치 바비큐’가, 현지인들에게는 ‘호박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와이는 전통의 강자 ‘서라벌’이 문을 닫은 후 ‘온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와이 알라모아나 쇼핑몰 내 ‘젠 바비큐’도 성업 중이다. 하와이 섬 특유의 ‘텃세’ 때문에 외지인 식당이 자리 잡기 어렵지만, 쇼핑몰 안은 예외인 듯하다. 이처럼 각 지역의 K-BBQ 강자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고유한 식문화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고깃집은 이제 미국에서 한식당이 아니라 ‘로컬 푸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지역별 고깃집 지역별 인기 지역 강자들 한식당 사장
2025.09.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