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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삶의 터전을 만든 이들

Los Angeles

2025.12.21 17:00 2025.12.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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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흔히 이민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리기 위해서는 세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들 했다.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부동산 브로커다. 특히 LA한인타운 요식업 업주 입장에서는 ‘위치’가 중요한 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타운의 맛을 내는 ‘자리’의 전문가들인 부동산 브로커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려 한다. 필자와 동종 업계에 있는 선배, 후배들이기도 하다.
 
LA 한인타운 형성 초기, 부동산 분야에서 큰 손으로 꼽히던 인물로는 훗날 한미은행 초대 이사장을 지낸 ‘국제부동산’의 조지 최 사장과, 한인 사회에서 ‘여걸’로 불리던 ‘소니아 석 부동산’의 소니아 석 사장을 들 수 있다. 특히 석 사장은 한인 최초로 부동산 중개업자(브로커)와 감정평가사 자격을 동시에 취득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올림픽길 한인타운에 한글 간판을 달자는 운동을 주도해 초기 한인타운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갤러리아 마켓 투자그룹을 이끄는 ‘팩코 인베스트먼트’의 현재 사장 역시 국제부동산 출신이다. 그는 다수의 대형 부동산 거래와 상업용 부동산 관리에 관여하며 한인타운 상업 부동산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한인타운 올드타이머들이 기억하는 ‘럭키부동산’은 한때 대형 호텔과 골프장 등 굵직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며 명성을 떨친 회사다. 현재의 사장은 필자가 직접 모셨던 몇 안 되는 보스 중 한 분이기도 하다.
 
한인타운을 좌지우지하던 상업용 부동산·관리 회사들 가운데에는 윌셔 일대 다수의 오피스 빌딩을 관리하던 ‘토탈 매니지먼트’가 있었고, 각종 부동산 관련 소송 끝에 아쉽게 사라진 ‘칼베스트 부동산’도 기억에 남는다.
 
‘아주부동산’은 한인타운 아파트 매매와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회사다. 같은 세대의 상업용 부동산 회사로는 ‘원부동산’과 ‘샘 해리 부동산’이 있었고, 지금은 부동산 관리 사업을 접은 ‘하나 인베스트먼트’도 한때 활발히 활동했다.
 
스몰 비즈니스가 중심이었던 한인 커뮤니티 특성을 반영하듯, 한때 100여 명의 에이전트를 거느린 비즈니스 전문 대형 회사 ‘비지컴 부동산’도 존재했다. 필자 역시 몸담았던 이 회사는, 한국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2대 진행자로 발탁된 박원홍 씨가 LA에서 운영하던 부동산 학교를 인수해 수많은 부동산 에이전트를 배출하기도 했다.
 
현재 한인타운 내 최대 비즈니스 전문 부동산 회사로 자리 잡은 ‘비부동산’의 사장 역시 비지컴 부동산에서 리커 마켓 총괄 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처럼 한인 부동산 업계는 인적 계보와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성장해왔다.
 
요즘이야 온라인 강의로 공부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초기에는 한인 소유 부동산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오렌지카운티와 LA에서 운영되던 ‘데니스 부동산 학교’ 역시 수많은 에이전트를 배출하며 그 역할을 했다.
 
OC에서 1987년 ‘리얼티 월드(Realty World)’ 프랜차이즈로 출발한 ‘뉴스타 부동산’이 사세를 키워 LA에 자체 사옥을 마련하고, 전국적인 지점·프랜차이즈 네트워크로 확장한 일은 당시로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주택 거래뿐 아니라 다수의 에이전트들이 비즈니스 거래를 병행하면서 한때는 거래량 면에서 비부동산과 쌍벽을 이루기도 했다. 뉴스타 부동산은 현재도 부동산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OC에서는 부동산 호황을 타고 샌디에이고까지 사업을 확장한 ‘팀스피리트 부동산’이 있었고, OC에서 성장해 LA까지 진출한 ‘레드포인트 부동산’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탑 에이전트 출신으로 ‘초이스100’을 이끄는 사장은 회사 운영보다는 개인 투자 성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외에도 소속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압도적인 거래량을 기록하는 ‘수퍼 에이전트’들이 존재하지만, 이 글은 회사 중심의 기록이기에 포함하지 못했음을 미리 밝힌다.
 
한인타운 주택 전문 부동산 회사로는 전통의 ‘아이비 부동산’ 외에도 뉴스타 부동산 출신 사장이 독립해 설립한 ‘드림 부동산’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로만 보면 현재 타운 내 최대 규모일지도 모른다.  
 
한때 한인타운에 콘도 분양 열풍이 불었을 당시, ‘CB 레지덴셜’은 분양센터를 포함해 에이전트 수가 100명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기억 속의 이름이 됐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는 ‘CBRE’ 출신 브로커가 운영하는 ‘코러스(Korus) 부동산’, 그리고 ‘CB 커머셜 부동산’ 등이 한인타운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 관리 회사로는 ‘팩코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HK Properties’, ‘Korus’, ‘리얼티랜드’, ‘바인프로퍼티’, ‘킴앤드케이시’ 등이 이름을 올린다.
 
한인타운을 넘어 남가주 전체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보유 기업인 ‘제이미슨 프로퍼티’는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부동산 회사이자 관리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한인들이 그 거대한 자산 운영의 그늘 아래서 긍정적인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이미슨을 비롯해 초기 한인타운의 초석을 다져온 모든 한인 부동산인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먼저 걸어간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의 발자취 위에 오늘의 한인타운이 서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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