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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타운 맛따라기] 타운을 휩쓴 간장게장 르네상스

Los Angeles

2025.11.02 16:30 2025.11.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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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라이언 오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간장게장은 신선한 게를 간장 양념에 담가 숙성시킨 한국의 전통적인 젓갈 요리이다. 그 유래는 고려 시대 문헌인 14세기의 농서 ‘농상집요(農桑輯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과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 발달해 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저장 음식의 역할도 했다.  
 
이 전통의 ‘밥도둑’이 몇 년 전부터 한인타운에서 ‘K-푸드의 품격’을 상징하는 메뉴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인 손님이 저녁을 쏘겠다며 한인타운 간장게장 집으로 오란다. 웨스턴길의 ‘하선생’이다. 원래 설렁탕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웬걸? 이제는 옆 가게까지 터 두 배로 넓어진 매장에서 늦은 시간에도 영업한다. 손님들 대부분이 간장게장을 먹고 있다. 간장 새우도 인기 메뉴다. 손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라더니, 실제로 금가루까지 뿌려져 반짝이는 간장게장이 상에 오른다. 경이적인 현상이다.
 
중국인들이 한인타운으로 간장게장을 먹으러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필자가 자주 가던 버몬트 길의 ‘K Town Crab House’에 블랙핑크 리사가 다녀간 후, SNS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유명해지면서다. 리사가 다녀간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중국 관광객 성지로 떠올랐다. 예전엔 여유롭게 들렀던 가게가 이젠 바쁜 시간엔 피해야 할 정도로 북적인다. 특히 대형 성게 위에 각종 알을 듬뿍 올린 ‘성게 알밥’은 단연 내 최애 메뉴다.
 
최근 LA의 간장게장 집은 파인 다이닝 수준까지 고급화되고 있다. 올림픽과 하버드길의 하이트 광장 옆 ‘게방식당’은 한국 미쉐린 가이드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곳이다. 예약은 필수다. 메인 코스, 디저트까지의 코스가 짜임새 있게 준비되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가부키’ 사장님 아드님이 경영을 맡고 있다. 가부키 사장님이 운영하는 다른 한식당 ‘가빈’에서도 같은 간장게장 맛을 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상을 받은 날 뒤풀이를 ‘소반 식당’에서 했다. 이 식당의 가장 유명한 메뉴가 간장게장이라는 일화는 간장게장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타운에는 간장게장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문점들이 곳곳에서 꾸준히 성업 중이다. 3가와 호바트의 ‘짜몽’ 옆에 위치한 ‘알찬 꽃게’는 간장게장 전문 식당으로, 많은 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8가길 ‘온달’은 꽃게탕과 게찜으로 유명하지만 간장게장도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온달은 한인타운 간장게장 업체 중 최장수를 자랑한다.
 
전문점은 아니지만, ‘올림픽 칼국수’의 매운 양념 게장 맛은 거의 독보적이다. 매장에서는 칼국수를 시켜 먹느라 바빠, 대부분 투고해서 양념 게장을 집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북창동 순두부’의 양념 게장도 완전 수준급이다. 여러 지점이 있어 LA는 물론 뉴욕, 텍사스 등 어디서든 급하게 양념 게장이 먹고 싶을 때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맛을 볼 수 있다.
 
비록 정식 메뉴는 아니지만, ‘남원골 추어탕집’에서는 전라도식 맛깔스런 밑반찬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사장님 덕분에 가끔 양념 게장이 밑반찬으로 나오곤 한다. 넉넉한 인심 덕에 반찬 양이 푸짐하다.
 
투고를 하겠다면 맛과 양, 가격까지 착한 ‘보릿고개’의 간장게장도 훌륭한 선택이다. 보통 보릿고개 매장에서는 비빔밥을 비벼 먹느라 바빠 간장게장은 주로 포장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버몬트 길의 ‘튀는 활어’에서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당 39.99달러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비싼 간장게장으로 하루 날 잡고 배를 불리고 싶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인타운에서 한국의 정(情)과 손맛을 전하는 문화의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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