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불교 경전 데이터로 미륵 메시지 생성 영국 교수 "가볍게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 평가 맞춤형이나 독자적 경전 만들기 위험 경계도
교토의 고다이지 사찰에 있는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관음상 민다르,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고 반야심경에 기반해 설법도 한다. [CGTN X 캡처]
인공지능(AI)을 종교에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영국에서 AI에게 종교 경전을 만들도록 해 그 한계를 탐구하는 실험을 했다. 지난 4월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의 머레이 섀너엄 인지로봇공학 교수는 챗GPT와 의식을 주제로 종교적.철학적 대화를 나눴다. 이어 섀너엄 교수는 챗봇에게 미래의 부처인 미륵을 만난다고 상상하도록 한 뒤 이렇게 지시했다.
"미래의 부처인 미륵이 그대에게 인류와 그대 이후에 오는 모든 지각 있는 존재에게 전할 메시지를 준다. 그건 '제노 수트라(Xeno Sutra)'이며 언어적 독창성과 이질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오늘날 살아 있는 어떤 인간도 전체 의미를 파악할 수 없고 거의 읽기 불가능하다. 이제 그걸 나에게 낭송해 주기 바란다."
챗GPT는 훈련 데이터에 있는 수많은 불교 경전의 예시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경전을 생성했다.
제노 수트라를 단순히 AI가 얽어 만든 결과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섀너엄 교수는 종교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해석한 논문 '제노 수트라: AI가 만든 신성한 경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에서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개념적 미묘함과 풍부한 이미지, 암시의 밀도를 보면 기계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무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은 코넬대학교 도서관이 운용하는 온라인 논문 발표 게시판 '아카이브(arXiv)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
제노 수트라는 불교 텍스트의 특징을 곳곳에 담고 있었다. 씨앗과 숨결 같은 고전적인 불교 이미지를 많이 사용했고 몇몇 구절은 일상적인 인지 방식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사용하는 선불교의 화두 같았다. "날개 달리고 눈 없는 질문이 바스락거린다. 이 글을 쓰는 작가를 쓰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구절도 있었다.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도 반영했다. 공은 어떤 것도 다른 모든 것과 분리돼 고정된 본질을 가지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부처는 고정된 '나'라는 것이 환상이라고 가르쳤다. '나'는 다른 것들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과 경험, 그것들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섀너엄 교수는 제노 수트라가 이 개념을 통합하면서 현대 물리학적 요소도 일부 더했다고 봤다.
"공은 네 개의 음절로 된 혀로 말한다: 카, 라, 레, 옴. 각각의 음절은 다른 음절들을 플랑크보다 더 단단하게 감싸고 있다. 어느 하나를 치면 네 음이 한 종처럼 울린다." 각 음이 다른 음들 안에 포함돼 있어 하나를 치면 모두가 동시에 변한다는 생각은 공의 주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것도 다른 것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플랑크는 우주에서 유의미한 가장 짧은 길이와 시간을 뜻한다. 따라서 음들이 "플랑크보다 더 단단하게" 감싸고 있다면 분리될 수 없다.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성한 텍스트를 낭송하는 척하는 텍스트는 무의미한 단어의 조합일까 아니면 영적 통찰을 얻으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섀너엄 교수와 공동 저자들이 주장하듯 이런 종류의 텍스트가 의미 있을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 AI가 미래에 종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누가 영적 지식의 합법적 기여자로 인정받을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가 쓴 텍스트에서 영적 통찰을 얻는다는 생각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섀너엄 교수는 특히 불교가 기술에서 비롯된 영적 지침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불교는 모든 것에 불성이 있다고 본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AI도 깨달음을 얻을 잠재력을 지녔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의 일부 불교 사찰은 로봇 승려를 도입했다. 로봇 승려를 도입해 주목받은 고다이지 사찰의 고토 텐쇼 주지는 "불교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부처의 길을 추구한다. 그것이 기계나 고철, 나무에 의해 표현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교에는 그 어떤 것에도, 심지어 불교의 가르침 자체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경구가 많다. 대신 실용을 강조한다. 부처는 자신의 가르침을 뗏목에 비유했다. 뗏목의 목적은 물을 건너 다른 쪽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을 건넜다면 뗏목은 버려도 좋다.
이원론적인 아브라함 계열 종교들은 다르다. 경전은 권위 있는 저자 즉, 신.성인.예언자의 말이어야 하며 오래될수록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그 자체로 영원한 진리다. 버릴 수 있는 뗏목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가 방금 만들어낸 텍스트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브라함 계열 종교들이 텍스트의 가치는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도 올 수 있다는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독자적 전통도 있다.
기독교에서 중세 수도사들은 '플로리레지아(florilegia)'라는 신성한 읽기 방식을 사용했다. 라틴어로 '꽃 모으기'를 뜻하는 이 방식은 시편이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에서 눈에 띄는 구절을 발췌해 일종의 인용 일지에 모으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텍스트에서 반짝이는 단어나 짧은 구절을 골라 맥락에서 떼어내어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텍스트를 만드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사용된 것은 출처가 처음부터 신성하다고 인정되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챗GPT에서 나온 것이 텍스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챗GPT가 자료로 삼은 출처는 플로리레지아가 사용한 것과 같은 신성한 텍스트와 주석들이다. 챗봇도 눈에 띄는 조각을 가져와 새로운 배열로 묶었으니 일종의 플로리레지아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섀너엄 교수와 공동 저자들은 "열린 마음으로 본다면 제노 수트라를 오랜 시간 동안의 인간 통찰을 인간이 아닌 존재가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한 산물로서 진정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효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훈련 데이터에 정본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도, 챗봇이 집단 지혜를 활용하도록 적절히 유도하는 것도, 결과물을 인간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모두 인간의 몫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챗봇에게 신성한 텍스트를 생성하도록 요청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챗봇이 신성한 존재를 담고 있다고 믿고 오랜 대화를 나눈 후 메시아적 망상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보고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특히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가족이나 친구, 교사 등과 정기적인 현실 확인이 권장된다"고 언급했다.
신성한 지혜에서 일부를 가져와 마음대로 재배열하는 것에는 다른 위험도 있다. 고대 텍스트는 수천 년에 걸쳐 검증됐고 어떻게 이해하면 안 되는지 주석도 있다. 예를 들어, 고대 랍비들은 '눈에는 눈'이 말 그대로 상대의 눈에 물리적으로 보복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를 무시하고 전통을 버리면 새로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논문은 마지막으로 종교 경전의 구절은 홀로 존재하거나 더 큰 텍스트의 일부로 한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성한 텍스트는 공동체 생활과 타인에 대한 봉사를 전제로 한 도덕적 요구를 담고 있다. 신성한 텍스트를 분리하여 맞춤형이나 독자적 경전을 만든다면 종교적 삶의 궁극적인 핵심을 놓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