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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칼럼] 주식투자 조언의 함정

Los Angeles

2025.08.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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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덕 경영공학 박사

이명덕 경영공학 박사

“유망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몇 배, 몇십 배로 불어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회사에 투자하면 성공한다.” “주가가 저렴한 한국 기업에 투자하라.”
 
이처럼 그럴듯하게 들리는 조언을 내놓는 투자 전문가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대부분 근거 없는 희망에 불과하며,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펠로톤(Peloton)이다. 팬데믹 동안 홈트레이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펠로톤의 시가총액은 한때 5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CEO는 15년 안에 1조 달러 기업이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진정되자 수요가 급감했고, 현재 주가는 최고점 대비 95% 폭락했다.
 
이 사례는 기업 내부 경영진조차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영 전략, 경쟁사 동향, 재무제표 등 방대한 정보를 쥐고 있어도 향방을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경영진이 치명적인 문제를 외부에 솔직히 털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단순히 기업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는 유망한 기업을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이 자주 쓰는 ‘저평가’라는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 산업 특성, 성장 가능성, 시장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결국 저평가는 주관적인 해석일 뿐 투자 근거가 될 수 없다.
 
기업 컨설턴트 마이클 모부신은 저서『More Than You Know』에서 ‘클록스피드(Clockspeed)’ 개념을 소개하며 산업 변화 속도가 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는 기업 수명, 전략, 가치 평가 방식이 순식간에 바뀌어 전통적인 평가 방식이 무용지물이 된다.
 
과거 포천 500대 기업의 평균 생존 기간은 75년이었지만, 현재는 15년으로 줄었다.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우버 같은 신생 혁신 기업은 과거의 코카콜라나 GE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산업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며, 경영자의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조차 서로의 속마음을 모두 알 수 없다. 하물며 일반 투자자가 경영자의 진정성이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경영자의 인터뷰, 주주서한 등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으로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설령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전문가의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특정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도박장에서 베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투자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이나 가족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장밋빛 전망에 기대어 특정 종목에 쏟아붓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막연한 기대나 감정이 아닌, 분산투자와 같은 검증된 투자 원칙을 기반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한 투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명덕 / 경영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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