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주 내년 3월 시행 앞두고 전국 확대 여부 ‘안갯속’ 먼저 시행한 지역은 ‘성공적’ 평가, 의료 불평등 현실화
밴쿠버 중앙일보
모든 캐나다 국민에게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추진된 ‘전국민 파마케어(pharmacare)’ 제도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권 교체 후 연방정부가 프로그램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캐나다 13개 주 및 준주 중 단 4곳만이 협약을 체결한 채 나머지 지역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내몰렸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지역에서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 사실상 사는 곳에 따라 의료 혜택이 달라지는 ‘두 개의 캐나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파마케어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마조리 미셸 신임 연방 보건부 장관의 발언으로 증폭됐다. 그는 지난 7월, 협상 지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부가 바뀌었고 새로운 국면"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기존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후 연방정부는 이미 체결된 4개 지역과의 협약은 "보호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나머지 9개 주 및 준주와의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교착 상태와는 대조적으로, 제도가 시행 중인 PEI주와 매니토바주에서는 의료 보장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부터 피임약과 당뇨병 치료제 지원을 시작한 PEI주에서는 환자들이 그동안 소액이라도 부담해야 했던 자기 부담금이 완전히 사라졌다.
매니토바주에서는 3개월 반 만에 13만9,000명의 주민이 혜택을 봤으며, 특히 호르몬 대체 요법과 HIV 예방 약물까지 보장 범위에 포함되면서 비용 문제로 치료를 망설였던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연방정부는 두 지역에 총 2,9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다.
물론 제도 안착 과정에서 일부 혼선도 나타나고 있다. 약사들은 연방 지원이 적용되는 특정 약품에 대해서만 청구 시스템을 달리해야 하는 행정적 불편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사보험사들이 공적 지원 대상에 포함된 의약품을 자사의 보장 목록에서 제외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다른 주에서 유학 중인 PEI주 출신 학생이 부모의 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약을 타러 다시 PEI주로 돌아와야 하는 식의 불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편, 협약을 마친 BC주와 유콘 준주는 각각 내년 3월과 2026년 3월부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BC주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제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보장성을 더욱 넓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온타리오, 앨버타, 퀘벡 등 나머지 9개 주 및 준주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최대 인구 주인 온타리오에서는 ‘가장 많은 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음에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