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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크래프트사의 운명

Chicago

2025.09.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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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박춘호

크래프트(Kraft)는 그로서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식품 회사다. 파란색으로 크래프트라고 쓰여진 글씨를 빨간색으로 둘러싸고 있는 회사 로고는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예전에는 노스필드의 윌로우길과 워키간길이 만나는 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글렌뷰에도 또 다른 회사 건물이 있어서 시카고 지역 한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회사였다.  
 
크래프트사는 10년 전 케첩 브랜드로 가장 유명한 회사인 하인즈(Heinz)사와 통합되면서 크래프트 하인즈로 불린다. 본사는 아직도 시카고에 유지하고 있다. 하나는 시카고 다운타운 에이온 건물에, 다른 하나는 하인즈의 본사였던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두고 있다. 노스필드의 크래프트 본사 건물은 다른 의료 장비 회사가 쓰고 있다.  
 
사실 크래프트사는 시작부터 시카고와 인연이 깊은 회사다. 회사 규모는 키웠지만 본사는 계속 시카고에 유지하고 있다. 창업자인 제임스 크래프트는 187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티븐슨빌에서 태어났고 1903년에 미국으로 이민 온 뒤 치즈를 판매하는 도매업체를 시카고에 설립했다. 가가호호 방문해 치즈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네 명의 형제들과 힘을 모아 J. L. 크래프트 앤 브로스 회사를 설립한 이후 세계적인 식품회사로 키웠다. 설립 초기에는 아이스크림과 치즈를 중심으로 하는 낙농업 중심의 식품회사였지만 여기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또 적극적인 합병 정책을 펼쳐 다른 회사와 합치면서 몸집을 불렸다.  
 
크래프트사가 생산한 제품으로는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오스카 마이어, 맥스웰 하우스, 젤-오, 쿨-에이드, 포스트 시리얼 등이 있다. 현재까지도 일반 식품점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들이다. 아이들 간식이나 점심 도시락 등에 빠질 수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인 것도 특징이다.    
2012년에는 크래프트사가 두 개의 회사로 분할된다. 하나는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사가 되는데 이 회사는 스낵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회사가 됐고 다른 하나는 크래프트 푸드 그룹이 됐다.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사는 시카고 다운타운에 본사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명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칩스 아호이, 리츠 등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크래프트 푸드 그룹은 2015년 H. J. 하인스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는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사가 등장한다. 브라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식품업계 투자회사인 3G 캐피탈과 함께 크래프트 하인즈사를 만든 것이다. 총비용만 230억달러가 들어간 이 거래는 당시 식품업계 최대의 합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병 이후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규모면에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서 왔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이전과 같이 가공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다 건강한 음식을 찾는 트렌드는 이제 새로운 대세가 된 상황이었다.  
 
이후 크래프트 하인즈는 자회사를 매각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플랜터스라는 유명한 땅콩 부문 회사를 팔았다. 또 천연 치즈사 역시 매각했다. 치즈 회사는 크래프트사의 모태라고 할 만큼 핵심 분야였지만 이를 팔아 새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당시 투자에 나섰던 분야는 프로틴 식품과 런처블이라고 불리는 학생용 스낵, 도시락 제품이었다. 하지만 판매 부진은 이어졌고 2024년 기준 크래프트 하인즈의 매출은 3%가 줄어들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렸다. 실제 하인즈 케첩이 월마트에서는 3달러 가량에 팔렸지만 월마트 자체 브랜드는 같은 크기의 케첩을 98센트에 판매하면서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크래프트 하인즈는 합병 10년만에 다시 분할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하나는 글로벌 테이스트 엘레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하인즈와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크래프트 맥앤치즈를 생산하게 된다. 노스 아메리칸 그로서리사로 불리는 다른 회사는 맥스웰 하우스, 오스카 메이어, 크래프트 싱글스, 런처블과 같은 제품을 만든다. 두 회사의 공식 명칭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두 회사로의 분할은 내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할 소식에 합병을 주도했던 워렌 버핏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크래프트 하인즈사의 이사직을 맞고 있던 버크셔 해서웨이사는 분할 결정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것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식 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합병 후 주가가 70%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주주 자리는 유지하고 있었는데 분할 이후에도 계속 주식을 유지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거대 식품회사의 분할은 최근 계속 있었다. 지난달 큐리그 닥터 페퍼사는 피츠 커피를 매입한 뒤 두 회사로 나눌 것이라고 밝혔고 2023년 켈로그사는 분할하며 한 회사는 마스사가 매입한 바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와 취향에 큰 영향을 받는 식품사들은 앞으로도 합병과 분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도 시카고에 본사를 둔, 오랫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브랜드가 남아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시카고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 왔던 과자를 식품점 진열대에서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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