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고백은 ‘화’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아이와 긴 시간을 함께하는 엄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곧바로 미안해하며, 다시 화를 내는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다고! 내 눈에는 그저 순진무구하고 예쁘기만 한 아이들인데! (물론 나는 50분 상담 세션 동안만 만나고 집으로 돌려보내면 된다!)
한 세미나에서 만났던,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자란 한 젊은 엄마가 생각난다. 아이에게 화가 나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어느 날 화난 엄마를 피해 가는 아이를 방에까지 따라가며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너무 슬펐다고 고백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에 떠오른 것은 만화 영화 속 ‘앵그리버드’를 닮은 ‘앵그리맘’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지치고, 잘하고 싶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는, 그래서 화와 미안함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앵그리맘들의 모습 말이다. 이 만화 영화의 여섯 캐릭터는 신기하게도 실제 우리 부모 모습과 아주 닮아있다. 앞으로 두세번에 걸쳐 이 캐릭터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레드(Red)는 앵그리버드의 주인공급 새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늘 긴장으로 가득하다. 화가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다른 새들을 이끌고, 위험 앞에서는 주저 없이 쌩 날아가 몸을 던져 부딪히는 리더다.
레드형 부모도 이와 닮았다. 늘 긴장된 리더처럼 예민하고 쉽게 화가 난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금방 반응하며, 항상 지켜보고 관리하려 한다. “그건 안 돼!”, “왜 그렇게 해?”라는 말이 자주 흘러나온다. 이렇게 아이를 꼼꼼히 지켜보고, 위험을 미리 막아주려는 책임감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과도한 긴장과 잦은 지적은 아이를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레드형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긴장만 하지 않고, 때로는 힘을 빼고 아이를 믿어주는 따뜻한 말과 격려가 필요하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날 선 지적보다, 부모의 믿음과 응원 속에서 더 크게 자라난다.
척(Chuck)은 노란색 삼각형 모양의 새다. 욱하는 순간 불처럼 치솟고, 성격이 급하며 늘 빠르다. 날아가다 순식간에 속도를 올려 돌진하는 것이 특기다. 그 모습은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번개 같다. 척형 부모도 이와 닮았다. 늘 바쁘게 움직이고, 아이를 향해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던진다. 성격이 급하다 보니 아이의 느린 걸음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마음은 언제나 다음 일을 향해 달려간다. 척형 부모는 에너지가 넘치고, 아이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함께 있으면 분위기가 역동적이고, 아이가 나태해질 틈이 없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속도를 존중받지 못해, 늘 불안하거나 뒤처지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아이에게는 때로는 빠른 걸음이 아니라,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가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척형 부모가 잠시 멈추어 서서 아이에게 “괜찮아, 네 속도로 해도 돼”라고 말해줄 때, 아이는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결국 부모의 빠름과 아이의 느림이 어우러질 때, 가정은 조화로운 리듬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