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를 대표하는 명문 사립대인 USC가 2025 회계연도에 2억 달러가 넘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보고된 1억 5800만 달러 적자보다 더 큰 폭으로 캘리포니아주 내 대학들이 직면한 심각한 재정난 상황에 USC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인인 김병수 USC 임시총장은 지난달 15일 학교 커뮤니티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연방정부의 연구, 병원, 학자금 지원 축소와 국제학생 등록 감소 가능성 등으로 재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임시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USC는 향후 약 3억 달러 규모의 연구 자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USC 보건 시스템의 수익 감소, 예산 계획의 구조적 한계 등이 더해지며 적자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USC는 이미 비필수 지출 중단, 선택적 지출 및 교직원 출장 통제 등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임시총장은 “이런 조치만으로는 구조적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보다 과감한 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미사용 부동산 매각, 중복 기능 통합, 고임금 구성원의 보수 조정 등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며 “학교 운영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직원 감원까지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USC가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 기금 인출, 추가 채권 발행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는 점이다. 김 임시총장은 “이런 방안은 단지 미래 세대의 트로이 전사(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USC의 상황은 캘리포니아주 전체 고등교육 기관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 위기의 단면이다. UC 시스템은 현재 연간 535억 달러 예산 중 5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 중이며, 지난 3월에는 2억 7000만 달러 규모의 예산 삭감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120억 달러 규모 재정적자 여파로 UC 지원 예산은 추가로 줄어든 상태다.
UC는 교수 채용시 다양성 진술서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연구 자금 삭감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컬럼비아대는 반유대주의 문제 대응 미흡을 이유로 무려 4억 달러 규모의 연구 자금을 삭감당했다.
캘스테이트대학(CSU) 시스템도 4억~8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약 3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주정부 지원금 삭감과 2억5200만 달러의 지원금 이연 등이 그 원인이다. 이에 CSU는 일부 학위 프로그램 폐지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USC는 사립대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SC는 커뮤니티로부터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투명한 소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대 초 팬데믹 시기에도 여러 대학이 극심한 재정난을 극복해낸 전례가 있다. 페퍼다인대 등 사립대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빠르게 재정 건전성을 회복한 바 있다. USC도 적시에 예산 긴축과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UC, CSU 시스템이 겪는 더 큰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임시총장은 “지금은 우리가 바라던 소식은 아니지만, 구성원들과 현실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이해와 공동체에 대한 깊은 존중을 얻고자 한다”며 “어려운 결정을 통해 USC는 반드시 더 강한 모습으로 회복해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교육기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지, USC의 대응이 다른 대학들에 어떤 시사점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