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한국 기업 불법 근무 관행 "터질게 터졌다"

Los Angeles

2025.09.07 19: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ESTA 통한 출장, 오래된 문제
단속 여파로 기업들 전수조사
비자 발급 어렵게 한 것도 원인
지난 4일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연방 당국이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

지난 4일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연방 당국이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과 관련해 현지 한인 사회와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조지아주 한인 배터리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주변 대부분의 한국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ESTA 비자를 통해 출장을 온다”라며 “회사가 주재원 비자 등 취업비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ESTA로 돌려쓰고, 출장 전에는 일 관련 얘기를 절대 꺼내지 말라는 교육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속 입국이 의심받을까 때론 캐나다나 멕시코를 경유해 ‘여행’처럼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단속을 두고 현지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불법적인 출장 관행은 오랜 시간 동안 곪아온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 정모 씨는 “한인 기업들은 합법 체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음에도 비자 상태가 불분명한 한국인이나 외국인을 값싼 임금으로 투입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그 결과 정상적인 세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번 ICE 단속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인으로 활동한다면 현지 노동법과 이민법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이곳 한인 기업들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단속은 LA, 뉴욕 등 ESTA를 이용한 한국 기업 직원들의 전반적인 출장 관행에도 경종을 울린다.
 
오완석 변호사는 “ESTA는 관광·친지 방문 등 체류 허가일 뿐 노동 행위나 회사 업무 등은 절대 하면 안 된다”며 “단기상용비자(B1)도 회의·시장조사 등 단기 상용에만 한정되고 고용 관계나 노동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특히 입국 심사에서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확인하며 불법 취업이나 이민 의도를 보는데, 실제로 관련 대화가 발견돼 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천관우 변호사는 “이민법상 합법 절차를 통한 인력 파견이 원칙”이라며 “부득이하게 ESTA나 B1 비자로 업무를 볼 경우라면 체류를 최대한 짧게 하고, 빈번한 왕복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백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기업들의 편법 행태도 문제지만,  트럼프 정부하에서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 단기 상용 비자 (B1) 등을 발급받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정식으로 B1 비자를 발급 받으려면 최소 100일 이상 걸린다. 협력사는 원청인 대기업보다 비자를 받기 더 어렵다. 주재원 비자 등을 받으려면 원청 기업과 직접 고용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 때문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B1 비자 거절 확률은 27.8%에 달했다. 게다가 공장 건설이나 초기 가동에 필요한 수준의 기술·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단속 여파는 타지역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본지에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테네시 클락스빌 LG전자와 애리조나 LG 현장에서는 이민 요원들이 곧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나서 사바나 지역 한인 단톡방 등을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철수했다는 소식도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제조업·에너지 등 조지아 내 다수의 한국 기업이 현대차·LG 단속 소식을 접한 뒤 자체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으며, 직원들에게는 “신분 증빙 서류를 항상 소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강한길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