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조지아 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비자 문제로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10일 한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과연 이번 사태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거액을 투자해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와중에 발생한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만 계속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이민세관단속국(ICE)가 해야할 일을 했다”고 밝힌 뒤 7일에도 “ICE는 일을 잘했긴 하지만, 배터리, 컴퓨터, 조선처럼 미국에 없는 기술을 전해주려 온 외국 기술자들은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여전히 한국과의 관계는 좋다”고 밝히는 등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언론은 이번 사태가 공장 내부자의 제보로 지역 공화당 정치인이 ICE에 신고하면서 발생했다고 전하며 책임 소재에 물을 타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이들이 B1비자나 ESTA를 이용한 장기 근로를 했다는 점에서 불법 근로가 명백하다.
한국정부는 올들어 미국와의 상호관세 협상과 거액 투자 등에 정책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기에, 이같은 불법 노동을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미한국 대사관과 영사관 등은 최근 들어 미국의 불법이민 단속 실태를 모를 리가 없으나 한국 기업에 대한 계도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 기업 현실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없이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등으로 들뜬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나, 상호관세 세부 협상조차 마무리하지 못해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 근로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 등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하청 근로자의 불법 파견 행태를 묵인하고 오히려 부추겼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원청회사인 현대차와 LG엔솔이 미리 단속 정보를 입수하고 원청 직원들을 철수시켰는데 하청업체 직원들만 통보를 못 받고 출근했다가 체포됐다는 게시글이 등장해 원청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한인들은 한국 대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면 고용 기대감이 높아지지만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직원을 파견하기 때문에 실익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애초에 조지아 지역 주민들의 고용없이 한국 근로자를 불법적으로 데려온다는 불만에서 시작됐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인들을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 삼아야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