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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많이 아는 것보다 제대로 아는 것

Los Angeles

2025.09.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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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He who knows one religion, knows none).” 독일 출신 비교종교학자 막스 뮐러(Max M  ller, 1823~1900)의 말이다.  
 
타종교에 대한 태도나 관계설정은 모든 종교인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타 종교를 악마화 하는 종교도 있고, 종교 간의 대화를 강조하는 종단도 있다.
 
학문적 입장에서 이 말의 진의로 집착되는 바가 없지 않지만, 수행자로서 반론을 제기해 본다.
 
첫째, 하나의 종교도 제대로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전, 교리 뿐 아니라 역사, 언어, 의례, 수행 경험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함을 감안한다면, 여러 종교를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려는 시도는 피상적 수준에 머물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설사 이론에 국한시킨다고 해도, 책 10권정도 읽고 한 종교를 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독서와 연구가 필요하다. 일단 일반인들은 그럴만한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다고 한들, 많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상당 수준의 지적 능력이 요구된다.
 
20여 년간의 수행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진리는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과 우주에 관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성자들의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과 같은 질문들이다. 출가 수행자들이나,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종교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피상적으로라도 여러 종교를 섭렵하는 일은 생업이 있는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 수행자들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둘째, 한 종교를 제대로 알면 다른 종교도 올바로 이해하게 된다. 어느 종교도 “우리 종교는 특정 부분에 관한 가르침이므로 부족한 부분은 다른 종교에서 찾으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이 속한 종단도 과거 모든 가르침을 통합하여 현대인들에게 맞게 편리하고 쉬운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이 법을 기본으로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공부하여 실력을 쌓은 후 다른 종단의 교서는 참고만 하라고 가르친다. 특정 무술을 마스터 한 사람은 다른 무술도 조금만 수련하면 원리와 실제를 어렵지 않게 체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종사께서도, “그대들은 많고 번거한 옛 경전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뛰어난 역량(力量)을 얻은 후에 저 옛 경전과 모든 학설은 참고로 한 번 가져다 보라. 그 때에는 십년의 독서보다 잠깐의 참고가 다 나오리라”고 했다.
 
뮐러의 말은 학문적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겠지만, 수행과 실천까지 염두에 두었다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타 종교에 대한 존중과 열린 태도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고, 역사와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도움이 된다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바른 종교를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신앙 수행하는 것이리라. 한 종교를 제대로 아는 것과 다른 종교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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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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