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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초원과 노래, ‘사운드 오브 뮤직’ 여행

Los Angeles

2025.09.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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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의 빛과 프레임 사이에 여행을 담다]
영화 속 유럽여행 이야기
영화 오프닝 장면의 초원…자유가 되는 한 소절
미라벨 ‘도레미’ 동선…분수와 성채가 잇는 리듬
노네베르크 석벽의 고요…흔들림과 결심의 독백
헬브룬 궁전 유리 온실 속 풋풋한 사랑의 대화
잘츠부르크 전경과 함께 영화 곳곳의 배경으로 등장한 천년 요새 호엔잘츠부르크 성.

잘츠부르크 전경과 함께 영화 곳곳의 배경으로 등장한 천년 요새 호엔잘츠부르크 성.

말라위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 필자의 문화 창구는 드라이브인 극장 ‘카무비’였다. 별빛 아래 스크린에 처음 걸린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초록 언덕에서 팔을 벌리고 노래하던 줄리 앤드루스의 모습은 삭막한 대지와 정반대의 풍경이었다. 그날 이후, 이 영화는 필자에게 여행의 다른 이름이 됐다.
 
알프스 언덕 위의 자유(The hills are alive)
 
영화는 알프스의 장엄한 전경과 함께 시작된다. 카메라가 초원을 스치듯 지나가며 울려 퍼지는 첫 노래.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언덕은 지금도 음악으로 살아 있다는 이 구절은,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촬영지는 잘츠부르크 인근의 알프스 고원. 지금도 그 언덕에 서면 영화의 장면이 현실처럼 겹쳐진다. 풀내음이 가득한 초원에서 눈을 감으면, 마치 줄리 앤드류스가 곁에서 팔을 벌리고 노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릴 적 아프리카에서 그 화면을 보며 상상했던 ‘푸른 세계’가, 실제로는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미라벨 정원은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를 부르며 계단을 오르던 장면의 무대다.

미라벨 정원은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를 부르며 계단을 오르던 장면의 무대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장면이 촬영된 도심 광장인 레지덴츠 광장.

마리아가 아이들과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장면이 촬영된 도심 광장인 레지덴츠 광장.

음악으로 물든 도시, 미라벨 정원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도에서 시작해 도로 끝나는, 가장 단순한 멜로디”를 알려준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장면은 잘츠부르크 시내 곳곳으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미라벨 정원(Mirabellgarten)이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며 “Do, a deer, a female deer~”를 노래하던 장면은 지금도 많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끌어들인다. 대칭적으로 꾸며진 화려한 정원과 조각상, 분수대 너머로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여행자들은 그 계단을 오르며 나도 모르게 ‘도레미 송’을 흥얼거린다. 필자 역시 그곳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을 맞추며, 어린 시절 스크린 앞에서 따라 부르던 기억을 떠올렸다.
 
노래와 역사가 만나는 곳, 호엔잘츠부르크 성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호엔잘츠부르크 성(Hohensalzburg Fortress)은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배경으로 비친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성은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요새로, 성벽 위에 서면 잘츠부르크 시내와 알프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성을 배경으로 달리던 장면을 떠올리며, 여행자는 역사와 음악이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성안에서는 당시 귀족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전시와 함께 오늘날에도 모차르트 음악회가 열리며 도시가 가진 음악적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첫사랑의 설렘, 헬브룬 궁전
 
“나는 열여섯, 아직 순수한 소녀/ 넌 열일곱, 어른이 될 준비가 됐지.” 리슬과 롤프가 부른 이 노래는 풋풋한 첫사랑의 상징으로 남았다. 무대는 헬브룬 궁전(Hellbrunn Palace)의 정원 속 유리 온실이다. 실제 영화에서 사용된 온실은 세트였지만, 이후 궁전 정원에 재현되었다. 지금도 그곳을 찾는 이들은 리슬처럼 유리창에 손을 대고 사진을 남긴다. 여름이면 궁전 곳곳에 설치된 물의 분수가 시원하게 터져 나와, 영화 속 청춘의 활기를 더해준다. 사랑과 설렘이 흐르던 멜로디가 여전히 공간을 채우고 있는 듯하다.
 
위로의 선율(My Favorite Things)
 
비바람이 치던 밤, 두려움에 떨던 아이들에게 마리아가 들려준 노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이 단순하지만 깊은 가사는 어린 필자 마음에도 큰 위로가 되었다. 잘츠부르크의 어느 골목을 거닐며 이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필자 또한 일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다. 뮤지컬 영화가 지닌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음악이 아닌, 삶을 위로하는 선율. 그리고 그 노래를 통해 여행자는 낯선 도시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노네베르크 수도원은 마리아가 수녀 지망생으로 지내며 갈등하던 삶의 배경이 된 장소.

노네베르크 수도원은 마리아가 수녀 지망생으로 지내며 갈등하던 삶의 배경이 된 장소.

노네베르크 수도원 - 마리아의 갈등
 
수녀 지망생으로서의 삶과 자유로운 영혼 사이에서 갈등하던 마리아. “나의 마음은 아직 흔들리고 있어”라는 노래 속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촬영지였던 노네베르크 수도원(Nonnberg Abbey)은 오늘날에도 실제 수녀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내부 관람은 제한적이지만, 수도원 앞에 서면 영화 속 마리아의 고뇌가 전해진다. 고요한 성벽과 붉은 지붕,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한 인간의 선택과 용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조국을 위한 노래(Edelweiss)
 
영화 후반부, 폰 트라프 대령이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서 부른 “에델바이스(Edelweiss) 작은 흰 꽃이여, 언제나 조국을 위해 피어나라.” 단순한 꽃 노래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정체성과 자유를 향한 염원을 담은 곡이다. 알프스 산악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 꽃은 이제 영화와 겹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나도 그 꽃을 바라보며 조국을 그리워하던 영화 속 대령의 마음을 떠올렸다. 그 장면은 단순한 뮤지컬의 한 부분이 아니라,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숭고한 노래였다.
 
성 피터 묘지 - 침묵 속의 용기
 
가족이 나치의 추격을 피해 숨었던 장면은 성 피터 묘지(St. Peter‘s Cemetery)에서 촬영되었다. 영화에서는 긴박한 탈출 장면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 이곳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다. 잘 정돈된 철제 묘비와 화사한 꽃장식은 묘지가 아닌 정원의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곳을 거닐다 보면 영화 속 메시지가 다시 떠오른다. 함께라면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침묵의 공간에서조차 용기의 선율은 살아 있었다.
 
잘츠부르크 시내의 영화 흔적
 
영화는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잘츠부르크 전역을 무대로 한다.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 레지덴츠 광장, 그리고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까지 곳곳에서 영화의 장면들이 겹쳐진다. 도시를 산책하며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여기가 바로 그 장면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이어지고, 자연스레 발걸음은 노래의 리듬을 타게 된다. 잘츠부르크는 단순히 음악의 도시가 아니라, 필자에게는 영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어선 희망
 
영화의 마지막, 폰 트라프 가족은 알프스를 넘어 자유를 향해 떠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길이었지만, 그 장면은 상징이었다. 자유와 사랑, 그리고 가족의 힘은 어떤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
 
알프스 정상에서 마주한 끝없는 능선을 바라보며, 필자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어릴 적 아프리카의 별빛 아래에서 이 영화를 보던 소년이, 이제는 직접 그 풍경 속에 서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했다.
 
알프스에 울려 퍼지는 나만의 선율
 
사운드 오브 뮤직은 단순한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의 사랑,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음악과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을 노래한 작품이다. 잘츠부르크와 알프스는 지금도 그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푸른투어의 동유럽투어는 바로 그 특별한 무대를 직접 찾아가는 여정이다. 체코, 헝가리, 독일과 함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여행하며, 영화와 음악, 역사와 풍경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당신만의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부르게 될 것이다.
 
▶문의: (213)739-2222
 
www.prttour.com

 

박태준 이사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 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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