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비시그나노 사회보장청장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은퇴 연령 상향 가능성을 언급해 의제화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고갈이 7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퇴 연령 상향 논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프랭크 비시그나노 사회보장청장은 지난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은퇴 연령 상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이 검토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어떠한 변화도 의회의 입법이 필요하며 제도의 미래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은퇴 연령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곧바로 은퇴 연령 상향이 실제 논의 중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의식한 듯 사회보장청은 몇 시간 뒤 공식 SNS 계정에 "은퇴 연령 상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비시그나노 청장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사회보장제도를 언제나 지키고 결코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낭비와 사기, 남용을 줄이는 개혁을 통해 제도의 건전성을 강화해왔다"라고 강조했다.
곧바로 부인하긴 했지만 "모든 것이 검토되고 있다"는 발언을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하는 언론과 정책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기금 고갈 전망과 제도 개혁에 대한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오는 상황에서 전면 부인이 아니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시그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반응이 이렇게 예민한 것은 소셜연금 지급 불능 문제가 재정 문제를 넘어 수천만 명의 은퇴 생활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의 주요 신탁기금인 노령.유족보험(OASI)과 장애보험(DI)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진 것은 근로자 대비 은퇴자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1950년에는 은퇴자 1명을 16.5명의 근로자가 부양했지만 1985년에는 3.3명으로, 2013년에는 2.8명으로 줄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사회보장 수급과 납부에 연관된 인구는 2024년 3억4200만 명에서 2054년 3억83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출산으로 2040년 이후 인구 증가분은 이민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돼 납세자와 수급자 사이의 균형이 조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신탁기금이 고갈되면 소셜연금은 법에 따라 급여세 수입에 맞춰 자동으로 삭감된다. 현재 전망치로는 소셜연금은 약 24% 삭감된다. 이를 해소하려면 급여세를 영구적으로 3.6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금 인상이나 급여 상한 조정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안들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은퇴 연령 상향 검토 이야기도 나왔다.
비시그나노 청장은 은퇴 연령 외에도 소득 상한 조정이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사회보장 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상한선은 연소득 17만5000달러다. 비시그나노 청장은 "상한선이 앞으로 계속 상향될 것"이라며 "이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은 위기 버튼을 누를 때가 아니다. 8년은 긴 시간이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시그나노 청장은 "사회보장제도의 고갈을 막으려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함께 '실질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은퇴 연령 상향 외에도 여러 대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급격히 증가한 은퇴 인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고용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에 불과했지만 실업률은 4.3%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은퇴자가 늘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해 구직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쿼리의 데이비드 도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46년생 베이비붐 1세대가 올해 80세에 접어들었고, 막내 베이비붐 세대도 이미 60대에 들어섰다"며 "이 거대한 세대가 노동력 증가를 제약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고령화는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건전성과 노동력 공급에 큰 부담을 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고용 지표를 안정시키는 양날의 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