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하게 외아들을 잃은 이재석·정혜미 부부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컸다. 하지만 부부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던 지난 1일, 부부는 ‘컬럼비아 카운티 학교폭력 예방(CC NO Bullying)’이란 이름의 공개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다.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 누구나 도움을 호소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씨는 “다시는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학생, 학부모들과 힘쓸 것”이라며 페이스북 그룹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부부는 처음에는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야 8학년 상급생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추가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와 재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이씨는 “진상 조사를 통해 누군가를 괴롭히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와 아내는 어떤 아이도, 어떤 가족도 우리가 겪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군을 추모하는 파란색 밴드를 착용한 할렘중학교 학생들. [컬럼비아 교육구 제공]
부부의 간절한 바람에 주변도 움직이고 있다. 이 군이 다녔던 학교 측은 학부모와 교직원에게 이 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알리고 3명의 상담사를 통해 학생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또 3일까지를 이 군의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추모의 의미로 이 군이 생전에 좋아했던 파란색의 옷과 손목밴드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군 가족 돕기 참여자도 늘고 있다. 이 군 가족을 위한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4일 만에 목표 금액의 95%인 1만3000달러가 모였다.
지난해 인근 어거스타에서도 13세 여학생 파비아나 로사리오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일이 있어 지역 사회에는 재발 방지 목소리가 크다.
할렘에서 의류업체 ‘서든 블래이즈 DTF’를 운영하는 엘리 오글스비는 이군의 얼굴과 그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개발한 게임 이름 ‘Spread The Love’의 문구를 인쇄한 티셔츠를 판매,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컬럼비아 카운티 할렘중학교 6학년이던 이군은 지난달 24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군은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카운티 교육구와 셰리프국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