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44회 밴쿠버국제영화제(VIFF)의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단연 ‘Spotlight on Korea’였다.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문화체육관광부(MCST)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협력하고,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와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공동 기획했다. 이번 섹션은 한국의 주목받는 감독 7인(신진 6명, 중견 1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밴쿠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Spotlight on Korea’는 10월 3일 VIFF Centre에서 열린 서은선 감독의 ‘훈련사(Wrangler)’ 상영으로 문을 열었다. 상영에 앞서 VIFF 프로그램 디렉터 커티스 월러스척(Curtis Woloschuk)은 무대에 올라 한국영화 특별전의 의미를 소개했고, 감독과 배우 최승윤·김승화·김다솔이 직접 인사를 전해 현지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상영 후 이어진 Q&A에서 서 감독은 “훈련사라는 직업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경계를 탐구했다”고 밝혔고, 관객들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번 특별전에는 박준호 감독의 ‘3670’, 김일란 감독의 ‘에디 앨리스: 테이크’, 이제희 감독의 ‘넌센스’, 이준섭 감독의 ‘비누’, 윤심경 감독의 ‘캐리어를 끄는 소녀’,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 그리고 서은선 감독의 ‘훈련사’ 등 총 7편이 상영되었다. 각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고, 온라인 예매부터 매진이 이어질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박준호 감독의 ‘3670’은 탈북민과 성소수자 정체성을 교차시킨 독특한 시선으로, 김일란 감독의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페미니즘적 시각 실험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교류의 또 다른 축은 Artist & Industry Development 프로그램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How to Work with the Korean Film Industry’ 세션에서 한국 영화제와 지원제도, 독립영화 배급 구조를 소개했고, 바른손 C&C의 서우식 대표는 ‘Co-Producing with Korea’ 세션을 통해 한국과 해외 제작사 간 공동제작 사례를 발표했다. 현지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다양성과 완성도가 놀라웠다”며 “향후 캐나다 내 공동제작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VIFF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 없다’, 홍상수 감독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등 거장들의 신작도 함께 상영하며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보여줬다. VIFF 관계자는 “Spotlight on Korea는 관객과 영화계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며 “밴쿠버가 아시아 신진 영화인의 또 다른 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