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개조·건축비 상승 불가피 캐비닛 최대 1.5배 인상 전망 제조업 부활 아닌 소비자 부담↑
이번 관세 조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구 가격 상승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LA 한인타운 에이스 가구 매장 전경. 김상진 기자
수입 목재·주방 캐비닛·욕실 세면대·가구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되면서 침체한 주택시장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캐비닛·세면대·가구에 대해 25% 관세가 공식 부과됐고 연목 및 일반 목재 수입품에도 10%의 신규 관세가 적용됐다.
이와함께 또한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가 올해 안에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는 천으로 감싼 목재 제품에 30%, 주방 캐비닛과 세면대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한인 가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주로 가구를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베트남·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관세 인상으로 중국 내 가구 공장이 대거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현재 중국에서는 고급 가구를 제외한 일반 수입물량이 적은 수준이다. 베트남산 가구는 기존 20% 관세에서 25%로 5% 인상되며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목재 가구는 양국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 협정에 따라 영국산은 10% 세율이 적용된다.
션 리 에이스가구 대표는 “베트남산 가구의 경우 5% 인상에 그치고 물류비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져 업체들이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업계는 이번 관세 부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로 주택 개조 및 신규 주택시장을 꼽고 있다. 특히 캐비닛 가격은 큰 폭의 상승이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캐비닛의 약 90%가 중국산이다. 이번 25% 관세 부과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단속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캐비닛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나단 김 키바 리모델링 총괄 디렉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했지만 국내산은 주문 후 평균 3개월이 걸리고 가격도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관세로 캐비닛 가격이 최대 1.5배 이상 오르면서 리모델링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한 하이엔드 리모델링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핵심 목표인 주택 건설 및 판매 촉진 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는 2024년 자료를 인용해 신규 주택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의 약 7%가 해외 공급업체에서 조달된다고 밝히며, 새로운 수입 관세가 없더라도 건축 자재 가격은 이미 2020년 12월 이후 34%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부동산 매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 홍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KREBA) 회장은 “모기지 이자가 높아 바이어들이 여유 자금을 다운페이에 투입하고 있어 집수리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관세 조치로 집수리 비용 부담이 높아져 바이어들이 즉시 입주가 가능한 주택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