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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길을 잃다

New York

2025.10.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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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올랐다
 
정상에 서니 전신이 후들댄다
 
천하를 얻은 벅참이 고동친다
 
땀을 식히려 바위에 걸터앉으니
 
명상에 잠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빗방울이 맨살을 두드린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
 
세상이 검게 물들더니 폭풍우가 몰아친다
 
그 많던 인파 다 언제 어디로 숨었나
 
나만 홀로 그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공포가 안에서 어둠이 밖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서둘러 내려갈 길을 찾았으나  
 
눈앞은 진흙 구덩이다
 
방향감각도 어둠에 묻혔다
 
길을 잃었다
 
 
 
젊은 시절  
 
위만 보며 뛰고 날았다
 
매번 지쳐 쓰러지고
 
불안스레 젖은 날개를 퍼덕이기만 했다
 
다시 일어날 수밖에
 
몸이 쓰러지는 것보다
 
영혼이 쓰러지는 것은  
 
견딜 수 없었기에
 
 
 
선잠에 헤드라이트가
 
아스라이 비친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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