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감성 트렌드 편승하는 외국업체들 급증 품질로 쌓은 신뢰 ‘짝퉁 한글’이 훼손 우려 독창성·정체성 보존 위해 한인들 앞장서야
K팝과 K푸드로부터 시작된 한글 브랜드의 인기가 뜻밖의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카페 로프트’의 자음 로고, ‘온도 커피’의 감각적인 음차 이름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 흐름이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여겼다. 한글이 예쁜 글자에서 머무르지 않고, 타인종과 감성을 나누는 문화 언어로 성장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가며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한글의 조형미와 ‘K-감성’이 진심에서 비롯된 문화 교류가 아니라, 타인종 기업들의 마케팅 도구로 소비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브랜드명을 한글로 표기한 중국계 기업의 김치맛 과자,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서울’ 화장품 등. 표면상으로는 모두 한국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만·중국계 혹은 비아시아계 업체들이 만든 제품이었다.
한글의 브랜드 신뢰도를 빌려 한국 이미지를 파는 셈이다.
문화의 확산은 어느 정도의 모방을 수반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정체성의 희석에 가깝다. K-브랜드들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품질의 의미가 ‘짝퉁 한글 폰트 몇 자’로 대체되는 순간, 그 가치는 급속히 퇴색한다.
‘K-감성’을 이야기할 때 그 중심에는 늘 진정성이 있었다. 소비자가 느낀 신뢰가 바로 그 힘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감성이 진짜가 아닌 짝퉁 한글 라벨에 의해 복제된다면, 한글의 문화적 상징성은 언제든 값싼 상업 코드로 전락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무임승차’에 대응할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유통망의 실태는 한국산 표기만으로도 호감도가 상승하고, 이를 가리기 위한 소비자 보호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한글은 누구의 것인가. 창제 당시 ‘백성이 쉽게 배우고 쓰게 하라’는 세종의 뜻처럼, 한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그 열림이 왜곡된 상업주의로 변질될 때, 우리는 어떻게 그 가치를 지킬 것인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가 사랑하게 된 것은 보기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성 덕분이었다.
한글은 꾸밈이 아닌 신뢰다. 필요한 건 ‘K-감성’을 흉내 내는 기업이 아니라, 그 정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브랜드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한 번 잃으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한글 브랜드의 독창성,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