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알타데나 지역 주택가 인근을 지나던 운전자가 촬영한 송전탑 화재 장면. [틱톡 캡처]
가주 정부가 남가주에디슨(SCE)의 이튼 산불 피해비용을 고객에 전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새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게빈 뉴섬 주지사는 “요금 부담 완화”를 내세웠지만,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대기업 면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법안은 상원법안(SB) 254, 에너지 개혁 패키지다. 법안에는 주정부가 2019년 조성한 210억 달러 규모의 산불 보상기금을 초과하는 피해액을 전력회사가 고객 요금에 추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이튼 산불 피해액 최대 45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단체 ‘와일드 트리 재단’의 에이프릴 서머 전무는 “이는 명백한 기업 구제”라며 “에디슨이 책임을 져야 할 피해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주정부는 “공공요금위원회(PUC)가 추후 비용의 적정성을 심사할 것”이라며 “부당 청구로 판명될 경우, 해당 금액은 회사가 고객에게 환급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심사는 모든 청구가 마무리된 이후에만 진행될 수 있어, 수년간 소비자가 부당한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 법안은 에디슨뿐 아니라 PG&E, SDG&E 등 3대 전력회사의 화재 책임 한도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19년 뉴섬 주지사가 추진한 기존 법(AB1054)을 통해 이미 전력회사 책임 범위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번 개정은 사실상 추가 면책을 부여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디슨 측은 “이번 조항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조치”라며 “고객 요금 기반 채권 발행은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총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법안의 대부분이 회기 종료 직전 수정되며 충분한 검토 없이 통과됐다. 투명성 없는 절차 속에서 기업 중심의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7일 50년간 방치된 노후 송전선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튼 산불은 알타데나 지역 전역으로 번지며 9400채 이상 주택과 건물을 전소시키고 19명의 사망자를 냈다. 현재 에디슨은 수백 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피해자들은 회사의 안전 관리 소홀과 노후 설비 방치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주정부는 산불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로 180억 달러 규모의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 측은 이번 법안을 “공공 안전과 에너지 안정성을 위한 현명한 정책”이라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후원기업을 위한 특혜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에디슨은 최근 1년간 주정부 여당과 뉴섬 캠프에 29만 달러 이상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정부는 “에디슨 등 전력회사가 산불 예방 투자에 이익을 남길 수 없도록 60억 달러 규모의 방화비용에 대해 이윤 산정을 금지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그 비용 역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주에서는 지난 2019년 이후에도 전력회사 설비로 인한 산불이 178건 발생했으며, 에디슨이 그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주정부가 ‘안전 인증서’를 부여했음에도 대형 화재가 반복되자,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기업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