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확실시되는 고소득자·상속관련 절세 목적 자산가 후손 위한 비과세 자산 형성·세율 낮아진 상황에서 유효 보너스 어뉴이티는 세무 상쇄 실질 효과 없는 점 알아야 소득 보장형 어뉴이티와 결합은 목적 맞다면 의미 있어
최근 몇 년 사이 재정·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가 ‘로스 IRA 변경(Roth IRA Conversion)’이다. 전통적 IRA(세금유예 계좌)에 쌓여 있던 자금을 Roth IRA로 옮기면, 전환 시점에 세금을 한 번 내고 이후의 수익은 모두 비과세로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고 매력적이다. 지금 세금을 내면 앞으로는 세금 걱정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컨버전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 전략이 모든 사람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특히 중산층 은퇴자에게는 오히려 자산 고갈을 앞당길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세금으로 나갈 돈을 보너스로 메운다?
이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은 보험업계에서 등장한 새로운 컨셉트다. ‘보너스형 고정 인덱스드 어뉴이티(FIA)’를 이용해 Roth 전환 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보너스로 보전해준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20% 보너스가 붙는 어뉴이티에 $350,000을 넣으면 $70,000이 즉시 계좌에 추가된다.
판매자들은 이 금액이 ‘세금으로 빠져나간 돈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전환세금을 내더라도 계좌 내 총액이 유지되니 손해가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구조가 현금흐름의 실제 변화와 복리효과를 완전히 무시한다는데 있다.
▶세금은 ‘현금 유출’, 보너스는 ‘장부상의 숫자’
세금은 현실적인 비용이다. Roth로 전환하는 순간, 세금은 바로 빠져나가며 그만큼의 원금이 줄어든다. 이 돈은 다시 복리로 불릴 수 없는 자산이 된다.
반면 어뉴이티의 20% 보너스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 대부분의 상품은 10년 이상의 베스팅(귀속) 기간을 두며, 중도 인출 시 해약 수수료가 부과된다.
결국 ‘보너스가 세금을 상쇄한다’는 말은 심리적 위안을 주지만, 실제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현금 흐름상으로는 아무런 상쇄 효과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보너스형 상품들이 일반형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20% 보너스가 붙은 FIA의 연간 S&P 500 캡은 약 6.25% 수준인데, 보너스가 없는 양질의 상품은 10% 이상이다.
즉, 보너스 덕에 초기 금액이 커지더라도 그 이후의 복리 성장률이 2~2.5% 낮게 고정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지나면 오히려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원금 35만달러를 어뉴이티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보너스 상품과 비보너스 상품의10년 후 시뮬레이션 결과는 단순하다.
복리 성장률의 차이 때문에 처음 더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게 된 비보너스 상품이 68만8,577달러, 20% 보너스 상품은 7만달러가 더해진 42만달러로 시작했음에도 최종 금액은 64만2,025달러가 된다. 보너스는 단기 착시효과를 줄 뿐,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손실로 상쇄되고도 남는 것이다.
▶중산층에게 Roth 컨버전이 불리한 근본 이유
보너스형 어뉴이티 이전에, 사실 Roth 컨버전 자체가 대부분의 중산층에게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먼저 세금 납부 타이밍의 역효과를 생각해봐야 한다.
Roth 컨버전은 ‘세금을 나중이 아니라 지금 낸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세금을 낸 순간 복리로 불릴 자본이 줄어든다는데 있다. 현재의 세금 납부로 인한 복리 손실이 미래의 세금 면제 효과보다 크다면 결국 전체 자산가치는 줄어드는 것이다.
다음은 은퇴 후 세율이 대부분 더 낮다. 많은 사람이 나중에 세율이 오를 테니 지금 미리 내자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중산층은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면서 세율 또한 12~15% 구간으로 내려간다. 현재 24% 세율로 세금을 선납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세금을 더 비싸게 내는 행위다.
그리고 보너스형 상품의 복리 손실이 여기에 이중으로 작용하게 된다. 세금을 낸 후 남은 자산이 낮은 캡의 어뉴이티로 들어가면 수익률 하락이 누적되어 결과적으로 자산 고갈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Roth 컨버전이 유리한 경우는
물론 컨버전이 모든 상황에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Roth 컨버전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략적 활용 가치가 있다. ▶향후 세율 상승이 확실한 고소득자, ▶상속·유산세 절세 목적의 자산가, ▶현재 소득이 일시적으로 낮아 전환 시 낮은 세율 적용이 가능한 해, ▶후손에게 비과세 자산을 남기고자 하는 장기 플랜의 경우에는 컨버전이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그조차도 정밀한 세금·현금흐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결국 Roth 컨버전은 계산 문제다. 실제 세후 현금흐름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보너스형 어뉴이티는 세금 상쇄 수단이 아니다. 보너스는 일시적이며, 낮은 수익률로 복리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모든 컨버전은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전환하면 ‘언두(undo)’가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정밀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끝으로 세율 구간·연금소득·의료비 공제 등 변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산층의 경우 은퇴 후 세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모든 보너스형 어뉴이티가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컨버전과 보너스 어뉴이티 활용의 한계는 자산증식 모델만을 상정한 것이다. 만약 고객의 목표가 자산의 복리성장이 아니라 평생 보장소득(lifetime guaranteed income) 확보에 있다면, 인컴라이더가 부착된 보너스형 어뉴이티는 오히려 세후 인컴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특히 Roth 계좌 내에서 운용될 경우, 이 인컴은 전액 비과세로 지급되어 세금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은퇴소득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컨버전이든 어뉴이티 활용이든 각자의 상황과 목적을 명확히 한 후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