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샌디에이고 맨체스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KDVA 연례 총회 및 한미동맹 콘퍼런스의 포럼 연사로 나선 정승조 전 합참의장이 발언 중이다. (왼쪽부터) 마이클 빌스 전 제8군 사령관(포럼 좌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KDVA 회장, 정 전 합참의장, 마크 토콜라 전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
전 주한미군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겼다.
주한미군전우회(KDVA)는 지난 24~25일 이틀간 샌디에이고에서 제4회 연례 총회 및 한미동맹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에서 복무한 병사부터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 주한미군 100여 명이 참석했다.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KDVA는 한미동맹 강화와 동맹에 기여한 인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국내 7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5만3000명이 넘는다.
제25대 주한미군사령관을 역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KDVA 회장은 환영사에서 “전직 주한미군들은 한국에서의 봉사와 희생, 그리고 한국 국민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복무하지 않았다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운 동맹의 의미를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복무 경험을 나누는 특별 세션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8명의 발표자 가운데 래리 트레슬러 KDVA 플로리다 지부장의 이야기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트레슬러는 지난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당시 용산에 있던 제8군 사령부 공보실에서 뉴스 사진병으로 복무했다. 그는 장병들의 훈련 현장부터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까지 카메라에 담았다고 회상했다.
트레슬러는 지난 2023년 KDVA 한국 재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5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한 한국인이 ‘당신 덕분에 내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며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 복무한 것은 내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고 답했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전했다. 발표를 마친 트레슬러는 “비용이 들지 않은 선물을 준비했다”며 무대에서 한국어로 ‘아리랑’을 완창했다.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뜨거운 박수로 회답했다.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국방·외교 대화 포럼(Defense and Diplomacy Dialogue Forum)’도 함께 열렸다. 패널에는 에이브럼스 회장을 비롯해 KDVA 지원단체인 한미동맹재단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정승조 전 합참의장, 그리고 마크 토콜라 전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가 참여했다.
정 전 의장은 “한국은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억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최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드러난 북·중·러 협력 강화 속에서 한미 및 한·미·일 공조의 발전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콜라 전 부대사는 “한미동맹은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관계”라며 “군사 협력뿐 아니라 국무부 차원의 한반도 정책 역량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전직 주한미군 외에도 윤의철 KDVA 한국지부장(전 합참차장), 최만규 육군협회 미국지부 회장, 최진택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 조성호 LA총영사관 부총영사 등이 참석해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