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학대와 관련한 게시물을 보는 행인들. 바티칸은 성학대 피해자 보호가 미온적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바티칸 아동보호위원회가 17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전 세계 가톨릭 지도자들이 성직자 성학대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에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는 교회 지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신고 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학대를 방관한 주교들이 징계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가 요청한 안전관리 지침 관련 자료조차 일부 교회가 제출하지 않았으며, 특히 이탈리아 교회가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교회가 진심 어린 대화 대신 형식적인 제스처나 합의로 대응했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성실히 관계를 맺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2024년 사례를 다룬 이번 보고서는 총 103쪽 분량으로,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 중 가장 방대한 내용이다. 개인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교회 지도부 전반에 대한 비판이 자주 등장한다.
보고서의 핵심은 성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였으며 22개국과 바티칸 주요 부서 1곳의 안전관리 정책도 평가했다.
조사 대상 부서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교회 운영을 관할하는 복음화부로 보고서는 이 부서에 아동 보호를 전담하는 인력이 단 한 명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바티칸 부서들과의 권한 분배가 명확하지 않아 "조사 개시와 민원 처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2개국 중 이탈리아는 가톨릭의 본산임에도 성학대 문제 대응이 가장 더딘 나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이탈리아 주교단이 위원회와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위원회가 전국 226개 교구에 보낸 안전관리 설문에 81개 교구만 응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모든 교구가 응답해 100% 참여율을 보였다.
가톨릭 내 최초의 반 성학대 기구인 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2년 재임 기간 동안 추진해온 핵심 개혁 과제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치한 이 위원회는 그동안 구성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위원회 구성원들을 만나 논의를 이어왔으며, 프랑스 출신 티보 베르니 대주교를 새 위원장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