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시가 시청 내에서 시크교 신자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상징적인 단검인 '키르판' 소지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새크라멘토 시의회 법률입법위원회는 최근 키르판 소지를 허용하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안건은 시의회 본회의로 상정되며 오는 11월 말 의사일정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안건이 승인될 경우, 새크라멘토 시청을 비롯한 시 정부 건물 내에서는 길이 10인치 이하의 키르판을 착용할 수 있게 된다.
새크라멘토의 안건 상정은 2020년부터 키르판 소지를 허용해 온 프레즈노시의 사례를 따른 것이다. 가주의회 의사당과 일부 연방과 주 정부 청사, 공립학교 등에서도 일정 길이 이하의 키르판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공공시설이 같은 기준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2023년 3월, 한 남성이 키르판을 착용하고 새크라멘토 킹스의 홈구장 '골든 1 센터'에 입장하려다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
이번 제안을 주도한 케이티 메이플 시의원은 "프레즈노가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며 "우리도 모두가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플 의원은 케빈 매카티 시장과 협의해 안건을 가능한 한 빠르게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 11월 시크교 역사 기념의 달에 맞춰 이번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메이플 의원은 "시크교 공동체가 키르판을 지닌 채 시청을 방문해 신앙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며 "그 자체가 이 도시가 다양성과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의회 회의 참석자는 모두 금속탐지기 검사를 거쳐야 하며 경찰의 소지품 확인을 통과해야만 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재스짓 싱 의장은 "경찰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절차는 존중한다"면서도 "신앙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새크라멘토 시크 사원에 따르면, 새크라멘토 밸리 지역에는 약 4만 명의 펀자브계 시크교도가 거주하고 있다.
시크교 신자는 신앙의 표징으로 케쉬(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와 캉가(나무 빗), 카라(쇠 팔찌), 카체라(면 속옷), 키르판(단검) 다섯 가지를 항상 지녀야 한다. 키르판은 쇠로 만든 짧은 곡검으로 신앙과 정의의 수호를 상징한다.
새크라멘토 교육위원회의 재스짓 싱 의장은 "대부분의 신자들은 키르판을 어깨나 허리에 걸어 휴대한다"며 "신앙의 일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크교 신자에게 키르판은 장신구가 아닌 종교적 상징으로 잠 잘 때나 목욕을 할 때도 지니고 있어 신체의 연장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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