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집권당 자유전진당의 중간선거 승리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여당 ‘자유전진당(La Libertad Avanza·LLA)’이 압승을 거뒀다.
수세에 몰렸던 밀레이 정부는 임기 4년 중 남은 2년여간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찾게 됐다.
현지 언론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은 26일 개표 92% 기준 자유전진당이 하원에서 41%를 득표해,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페론주의 연합(31.67%)을 제치고 승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본지는 지난 3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직접 찾아가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개혁의 현장을 다섯 편의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바 있다. (koreadaily.com 참조)
개표 결과를 보면, 하원 127석 중 여당이 64석, 페론주의 연합이 44석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여권 의석은 전체 257석 중 약 110석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여당은 하원 의석의 최소 3분의 1(86석) 이상을 확보해 개혁 입법 추진에 필요한 ‘거부권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밀레이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된 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자유의 날”이라며 “자유와 책임을 믿어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중도 성향 군소정당 의원들과의 협력을 예고했다.
현지 가전업체 피바디를 운영하는 최도선 회장은 “선거 전까지 여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밀레이 대통령이 믿기 어려운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번 승리로 정치적 불안이 완화되고, 경제정책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돼 향후 개혁 추진의 동력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예상 밖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야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밀레이 정부는 출범 이후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했다. 취임 전 12.8%였던 월간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2.1%까지 떨어졌고, 재정수지도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전기·교통 보조금 삭감과 공공지출 축소로 인한 서민 불만이 커졌고, 여동생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까지 불거지며 여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지난달 7일 지방선거 참패로 정권 위기론까지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당의 승리를 조건으로 최대 4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거 전 백악관 회동에서 “밀레이가 성공하면 아르헨티나도, 미국도 함께 번영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개 지지를 보냈다. 외신들은 이번 결과를 “백악관에 반가운 소식(로이터통신)”이라며 “선거 직후 아르헨티나 채권과 주식이 급등세를 보일 것(CNBC)”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개혁 속도가 빨라질 경우 페소화가 과대평가된 만큼 환율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당의 승리가 확정된 뒤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밀레이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를 향한 우리의 신뢰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지지로 입증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아르헨티나 국민을 믿어줘서 감사하다. 당신은 아르헨티나 공화국의 위대한 친구”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