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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750불 현금, 홈리스 못 바꿨다

Los Angeles

2025.11.11 18:27 2025.11.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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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받은 48% 노숙청산 성공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아냐
돈보다 관계·제도·공동체 중요
겨울이 다가오면서 거리의 노숙자들이 다시 추위와 비에 위협받고 있다.
 
LA시와 카운티 정부는 수억 달러를 투입해 숙소·호텔 등 임시 주거지와 비상주택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거리의 노숙자 텐트를 정리해 임시 거처로 옮기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숙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USC 사회복지대학 산하 ‘홈리스·주거·건강평등연구센터(CHHHE)’가 최근 발표한 ‘미라클 머니: 캘리포니아(Miracle Money: California)’ 연구가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LA카운티와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지의 노숙자 103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매달 750달러를 지급했다. 그 결과 현금을 받은 사람의 48%가 노숙 상태를 벗어났지만, 대조군(43%)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은 “현금이 일상 안정에는 도움을 줬지만, 영구적인 주거 확보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참여자 대부분은 음식·교통·의류 등 필수 지출에 돈을 사용했으며, 알코올이나 마약 사용 비율은 5% 미만이었다.
 
연구책임자인 벤저민 헨우드 교수는 “돈을 준다고 해서 모든 게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생활이 안정되면서 주거를 찾거나 지원 제도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현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거 지원과 사회적 관계망이 함께 작동할 때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인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세인트제임스교회의 김요한 신부는 현금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며, 변화의 열쇠는 ‘관계와 공동체’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집을 살 정도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현금 지원은 당장 먹고사는 데 그칠 뿐”이라며 “조금씩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라며 “의식주를 함께 해결하고, 정신적 문제를 함께 돌봐줄 ‘가정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로를 돌보고 마음을 나누며 갈등을 조절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사람은 달라진다. 그런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함께 있다는 감각이 삶의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 생활이 안정감을 만든다”며 “실제로 시니어 노숙자들은 함께 살다 보니 나라의 지원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함께 사는 것이 곧 삶의 지속성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릭 김 커뮤니티경제개발국장은 노숙에서 벗어나려면 ‘제도와 환경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보편적 현금 지원은 생활 안정, 고용, 건강 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LA처럼 임대료가 높은 지역에서는 금액과 기간이 한정돼 있어 영구 주거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현금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면 개인별 상황에 맞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주거와 복지 자원으로 연결하고, 퇴거 이력이나 신용, 소득 같은 진입 장벽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임금이 가능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함께 뒷받침돼야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발을 디딜 수 있다”며 “현금은 시작일 뿐이다. 이후 이를 이어줄 제도와 사람, 일자리가 없으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편, LA홈리스서비스국(LAHSA)은 지난 5일부터 내년 3월까지 겨울철 쉼터 운영을 시작했다. LA카운티 전역의 시즌형 쉼터에서는 하루 세 끼 식사와 기본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며, 현재 61개 침상이 개방됐다. 비나 추위가 심할 경우 긴급 대응 프로그램을 통해 임시 숙소나 모텔 바우처도 추가 지원된다. 그러나 이런 단기 보호만으로는 노숙자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어렵다. 그렇다면 노숙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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