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상태의 차를 반납하고 새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어바인의 혼다 딜러십에 주차된 차량들. [로이터]
마이너스 자산 상태인 ‘깡통 차량’을 교체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차 구매를 위한 중고차 트레이드인 차량의 28.1%가 차량 가치보다 오토론 잔액이 더 많은 네거티브 에퀴티 상태로 거래됐다. 이는 4년 만의 최고치다.
에드먼즈 분석에 따르면, 3분기 마이너스 자산 차량의 평균 잔여 대출 금액은 6905달러로, 지난 2021년 같은 기간(4200달러)보다 65% 이상 늘었다. 이 중 3명 중 1명은 5000달러 이상, 4명 중 1명은 1만 달러 이상 빚이 남은 상태에서 새 차량으로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너스 자산 상태의 차량은 보유해도 차량을 계속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교체 시점에는 손실이 현실화된다. 깡통차의 평균 연식은 3.7년으로 나타났다.
에드먼즈의 이반 드루리 인사이트 디렉터는 이 같은 추세가 “소비자들이 대출금을 더 갚을 여유 없이 새 차를 구입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최신 모델에 대한 집착이 부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오토론 여건은 높은 이자율 탓에 소비자들이 불리한 상태여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60개월 신차 대출의 평균 금리는 7.6%로, 4년 전(4.6%)보다 크게 상승했다. 반면 중고차 가격은 2022년 초 대비 약 15% 하락해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드루리 디렉터는 “1~2년만 더 기다려 대출 원금을 줄였다면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자동차 대출은 초기 몇 년간 이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야 자산이 플러스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특히 네거티브 에퀴티를 안고 새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평균보다 훨씬 큰 부채를 떠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평균 월 납입액은 907달러로, 전체 평균(767달러)보다 140달러가량 높았다. 대출 금액도 평균보다 1만1164달러 더 많았다.
에드먼즈는 마이너스 자산이 있는 소비자일수록 더 비싼 차를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만 달러의 마이너스 자산이 있는 사람이 2만5000달러짜리 차량을 사면, 실제 대출금은 3만5000달러로 차량 가치의 40%를 초과한다. 반면 5만 달러짜리 차를 선택하면 대출금은 총 6만 달러로 차값의 120% 수준으로 대출 승인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할부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차량 가치가 더 낮아지는 깡통차 상황에 처했다면 ▶상환액을 늘려 대출 원금을 빨리 줄이고 ▶리파이낸스를 고려하거나 ▶차량을 계속 유지하는 등 대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자동차 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을 60일 이상 연체한 서브프라임 운전자의 비중은 지난 10월 6.65%에 달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이후 역대 최고치다. 1년 전 6.23%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반면 크레딧 점수가 높은 프라임 차주의 연체율은 0.37%로 전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 모두 동일했다
업계는 연체 확대가 지속될 경우, 금융권 전반의 위험이 증가하고 대출 기준 강화로 이어져 실물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