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상원에서 ‘로스트 캐네디언(Lost Canadian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권법 개정안 ‘C-3 법안’이 23일 상원을 통과하고 왕실 재가를 받으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시민권 박탈 문제에 변화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해외에서 입양된 아동에 대한 조항이 제외되면서, 국내 입양가정 학부모들이 “근본적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롭게 통과된 C-3 법안은 캐나다 밖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의 자녀가 다시 해외에서 태어났을 때도 시민권을 상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회예산국(PBO)에 따르면 이번 개정으로 최소 11만 5천 명 이상의 해외 출생 아동이 시민권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부모가 해외에서 입양한 ‘인터컨트리 어답티(intercountry adoptees)’는 동일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조항은 해외입양아가 시민권을 받기 위해 ‘실질적 연결성(substantial connection)’ 테스트, 즉 캐나다 3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우리 아이는 이민자가 아니다… 그런데 왜 증명해야 하나”
캐나다 부모들의 반발은 거세다.
잠비아에서 태어난 10세 아들을 입양한 캐트 랜티그네(Kat Lanteigne)는 C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번 법안에서 입양아 조항을 제외한 것에 대해 “
우리를 향한 잔혹한 결정이며, 완전히 불필요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랜티그네는 “
우리 아이는 캐나다 가정에서 자란 캐나다 아이다. 그는 이민자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정말 캐나다인이 맞느냐’고 묻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들은 해외입양 절차가 국제조약(헤이그 협약) 아래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이루어진 합법적 국내 입양인데도, 동일한 가정에서 태어난 캐나다 출생 입양아와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상원 “시간 부족으로 개정 못 넣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조항이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 데이비드 아노트(David Arnot)는 “입양아에게 ‘연결성 테스트’를 요구하지 않도록 수정안을 넣으려 했으나,
법 통과 시한이 촉박해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9년 보수정부가 도입한 시민권 상속 제한조항이 올해 11월 20일까지 개정되어야 한다는 온타리오 고등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NDP 제니 콴(Jenny Kwan)은 “상원이 시간 압박 때문에 개정안을 논의할 여유가 없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해외입양아, 여행·유학·취업 모두 ‘비자 의무’ 콴 의원은 이번 누락이 실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입양아는 시민권이 자동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캐나다 입국 시 비자 필요, ▲해외 출국 시 비자 의무, ▲유학·취업 시 각종 신분서류 요구등 일상적ㆍ국제적 이동에서 지속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입양아 본인이 나중에 해외에서 자녀를 출산할 경우, 그 자녀 역시 ** 같은 ‘연결성 테스트’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세대 간 시민권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헌법 소송 추진 준비… “정부와 대화도 열려 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 수짓 초우드리(Sujit Choudhry)는 이번 조항이 헌법(헌장)상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입양아는 국내 출생 입양아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며 “
이번 사안은 매우 명확한 입법적 수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우드리 변호인단은 이미 여러 가정을 대리해 자료 수집과 법적 검토에 착수했으며,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정부 “공정한 시민권 체계로 나아갈 것” 이민부(IRCC)는 공식 성명을 통해 C-3 법안에 대해 “
국제적 환경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가정의 현실을 반영한 공정하고 헌법적으로 안정적인 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 시행 시기 및 세부 내용은 “향후 몇 주 안에 추가 안내가 제공될 것”이라며,
입양단체와의 협의 또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