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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된 고환율 유학생·주재원 직격탄

New York

2025.12.04 19:47 2025.12.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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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금액 생활비 미국으로 송금해도 손에 쥐는 돈 줄어
강달러 지속에도 한국산 수입품 가격 하락 조짐도 없어
수입업체 “달러베이스 계약, 관세 영향에 가격조정 어렵다”
한인 여행사 고객도 감소, 전년 대비 10~20% 고객 줄어
#.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 후 뉴욕에서 박사 유학중인 한인 지모 씨는 요즘 환율 때문에 걱정이 크다. 달러당 147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때문에 한국에서 송금해도 손에 쥐는 돈이 예상보다 훨씬 적어졌기 때문이다. 지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올해 초에 돈을 더 보내둘 걸 그랬다"며 "주변에선 '오늘이 가장 쌀 때'라며 지금이라도 원화를 받으라고 하는데, 혹시나 환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생활비를 줄여가며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에서 전문직 영주권을 신청해 최근 온 가족이 영주권 승인을 받은 또 다른 한인도 환율 때문에 미국 이민계획까지 진지하게 다시 고민 중이다. 올 겨울 중 뉴저지를 방문해 집과 자녀가 다닐 학교 등을 알아본 뒤, 내년 2월께 완전히 정착하는 것을 생각 중이었는데 환율이 지나치게 높아져서다. 그는 "시작부터 굉장히 쪼들리며 생활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며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간다는 전망도 있어 우울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상황이 지속되자 미국에 거주하며 원화를 환전해 생활비로 쓰는 한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미 팬데믹 이후 높은 물가 때문에 생활비 부담이 커졌는데,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같은 돈을 송금해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473.5원에 마감했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한 한국기업 주재원은 "월급과 체류비는 원화로 책정되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받는 돈이 줄었다"며 "최근 많은 주재원이 달러로 월급을 받는 것을 협의하고는 있는데 협상이 잘 안 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1000만원을 보낸다고 가정하면 지난 6월엔 약 7380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약 68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달러가치가 높아졌다고 해서, 라면이나 햇반, 김치 등 한인들이 자주 소비하는 한국산 수입품목 가격이 내려간 것도 아니다. 한인마트에서 4개들이 라면 가격은 8달러 수준, 냉동만두는 11.99달러 수준으로 환율 급등 전과 큰 차이는 없는 모습이다.  
 
한 식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대부분 식품 계약이 달러 베이스라는 점 ▶환율이 높아져도 변동성이 있어 수입업체에서 적극적으로 가격 협상을 못 하고 있다는 점 ▶한국 수출업체들이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기본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물건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원인으로 꼽았다.  
 
뉴욕 일원에서 한국산 식품을 취급하는 한 바이어는 "고환율로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관세 부담이 여전하다"며 "연말 재고관리와 품목별 소진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물량 발주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연말을 맞아 뉴욕으로 여행 오는 한인들도 부쩍 줄었다. 한 한인 여행업체 관계자는 "예년보다 한국에서 뉴욕으로 오는 고객이 10~20% 줄어든 반면, 뉴욕에서 한국여행을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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