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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보험국장, '특혜 출장·기부 압박' 의혹

Los Angeles

2025.12.04 20:16 2025.12.0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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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국 32회 해외 공무 여행
비용 제공자·접대 내역 누락
가주 보험국장 리카르도 라라(사진)가 해외 일정 비용의 출처와 각종 접대 내역을 제때 공시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직무 윤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규제 대상 기업에 기부를 요청한 정황까지 확인되자 공정정치위원회(FPPC)는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LA타임스가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라라는 지난 6년 동안 23개 국가와 지역으로 32차례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최소 163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그러나 상당수 일정에서 출장비를 누가 부담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공개된 자료를 보면 라라의 해외 활동 상당수는 비영리 단체 전국보험감독관협회(NAIC)가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1만달러가 넘는 프리미엄석 항공권도 포함돼 있었다. 가주 법은 비영리 단체가 공무 관련 여행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비용 제공자와 내역은 분기별로 FPPC에 공시해야 한다. 보험국은 이 의무를 장기간 이행하지 않았고, 뒤늦게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필수 기재 사항이 빠져 있었다.
 
해외 일정에서는 고급 리셉션과 와인 테이스팅, 크루즈 행사 등 각종 초청 이벤트 참석 사실도 확인됐다. 버뮤다·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일정에서는 정원 파티와 연속 저녁행사, 와이너리 프로그램 등이 이어졌지만, 상당수는 공직자 선물로 분류해 보고해야 하는 항목에서 빠져 있었다. 공식 업무와의 관련성이 불분명한 외부 일정도 포함돼 있었으며, 2019년 보고타 방문에서는 LGBTQ 관련 정치인 양성 단체 후원자들과의 만찬이 기록돼 있었다.
 
라라는 규제 대상 기업에 기부를 요청한 뒤 기부 시점과 면담 일정이 겹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전력회사·보험사·우버 등은 라라의 요청 이후 기부금을 냈고, 일부는 라라와 면담한 직후 기부했다. 특히 우버는 지난해 2월 2만5000달러를 기부한 직후 라라와 운전자 보험 의무를 논의했으며, 그해 기존 100만 달러였던 운전자 의무보험액이 6만 달러로 대폭 축소되는 법안이 통과돼 사실상 보험 의무가 94% 이상 줄었다.
 
또 라라는 지난 10년간 누적된 선거자금 약 25만 달러를 부지사 선거용 계좌로 옮긴 뒤 해외 이동·숙박·식사·행사비 등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자금은 직무와 직접 관련된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적 사용은 금지돼 있다. FPPC는 선거자금 사용 내역과 해외 일정 비용·접대 내역 공시 누락 여부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으며, 위반이 확인되면 건당 최대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라라는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확인된 자료와 공시 누락 규모를 고려하면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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